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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311] 문턱

by 걷고 2021. 12. 30.

날짜와 거리: 20211229  15km

코스: 한강공원과 메타세쿼이아 길

평균 속도: 4.3km/h

누적거리: 5,771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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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동호회에서 길 안내를 시작한 것이 약 6년 전인 것 같다. 화요 저녁 걷기를 1년 이상 진행했었고, 조금 쉬었다가 금요 저녁 걷기를 진행했다. 그 외에도 주말 걷기 진행도 해왔다. 약 1년 반 전쯤부터 서울 둘레길 완주를 두 번 진행했고, 수요 저녁 걷기를 매주 진행해왔다. 그저께 서울 둘레길 완주를 마쳤고, 어제 수요 저녁 걷기를 마무리했다. 동호회 매니저에게 금년까지만 저녁 걷기를 진행하겠다고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 공식적인 걷기를 모두 마친 것이다. 내년부터 동호회  활동은 월 2회 정도 주말 걷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저녁 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일정 구간 내에 침묵 걷기를 하기도 했고, 마친 후에 종소리 명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걷기 전 몸 풀기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며 몸의 감각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 보기도 했고, 걸으며 발의 감각에 집중하거나 청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간의 경험이 앞으로 시작하게 될 ‘걷고의 걷기 학교’ 프로그램 운영의 근간이 될 것이다.

 힘든 시간을 걸으며 극복할 수 있었다. 걷기 동호회 활동을 시작한 지 만 9년이 지나고 있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이다. 사람들 간의 갈등을 지켜보았고 또 개인적으로도 갈등을 느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사람 사는 모습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떠나지 않고 머물 수 있었다. 갈등을 견디며 머무는 것 자체도 큰 공부였고, 그 과정을 통해서 불편함을 안고 견디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남의 보기 싫은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완전히 이해하거나 수용하지는 못하지만, 상대방의 불편한 모습을 바라보며 내 모습의 투영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나 비난하는 것을 빨리 알아차리고 나를 돌아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길동무들은 나의 거울이다. 함께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도 모두 나의 투영이다. ‘투사’는 마음공부의 큰 스승이다.

 

 며칠 전 ‘차이나는 클래스’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이탈리아 신부이신 김하종 신부님의 특강이 있었다. 이미 귀화를 하셨으니 한국인 신부님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노숙인을 위한 무료 급식 봉사를 30년 이상 하고 계신 분이다. 그분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말씀이 있었다.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노숙인이 된 후에 하루라도 빨리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노숙인 생활이 익숙해지면 그만큼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운영하시는 ‘안나의 집’에는 급식 봉사 외에 법률 상담이나 진로 상담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각자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원도 해주고 있다.

 

 노숙인 한 분의 예를 말씀해주셨다. 이쑤시개와 아교 등을 준비해달라고 하는 노숙인의 부탁을 들어주셨는데, 나중에 이 재료로만 만든 총을 보여 주셨다고 한다. 지금 그분은 보석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노숙인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그분들이 지닌 재능을 발견하고 도움을 주어 사회로 복귀시키는 매우 의미 있는 봉사를 하고 있는 김하종 신부님이 바로 보살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고 희망을 전달하며 일상 복귀를 돕고 계신다.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매우 소중한 일이다.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만나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김신부는 음식을 전달하며 그들의 인생을 만나고 수렁에서 빼내어 자신의 인생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소명을 실천하고 계신다. 김신부는 종교인은 말로 선교하는 것이 아니고 몸소 실천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은 모든 종교인과 학자, 정치인, 기업인, 그리고 우리 모두 깊게 새겨들어야 할 말씀이다.

김신부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걷는다’의 작가이자 걷기의 달인인 베르나르 올리비에 씨가 떠올랐다. 그 사람이 만든 ‘쇠이유’라는 청소년 교화 프로그램은 범법행위를 한 청소년들이 감옥에 가는 대신에 지정해주는 멘토와 함께 3,000 - 4,000km를 완주하면 형을 면제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다. 프랑스어 ‘쇠이유(seuil)’는 ‘문턱’을 의미한다. 매우 의미심장한 단어이다. 힘들고 지친 사람들은 아주 낮은 문턱을 넘기조차도 힘들다. 그때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거나, 뒤에서 밀어주거나, 옆에서 격려를 해주면 넘을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생기며 스스로 넘을 수 있게 된다.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걷고, 뛰고, 먹고, 자고, 외출하는 것 자체도 매우 힘들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해!’, ‘너는 할 수 있어!’가 아니다. 옆에서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조용히 기다려 주는 것이다. 두렵고 어두운 길을 걸을 때 필요한 것은 무조건 어둠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다. 옆에서 조용히 함께 걸어주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믿을만한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주며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만들어 준다. 김신부는 노숙인이 하루라도 빨리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돕는 큰 일을 하고 있다.

 

 오랜 전부터 ‘걷고의 걷기 학교’를 준비해오고 있었다. 그간 걷기 동호회에서 활동했던 경험들이 바탕이 되었다.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이제 걷기 학교 방향이 정리되었다. 코로나가 조금 진정이 되면 바로 시작할 계획이다. 열 명 이내의 동질 그룹 참가자들을 모아 8주 간 함께 걷고 차담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걷기 전 그날의 기분을 물어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걷는 중간에 30분 정도 ‘침묵 걷기’를 진행하고, 마친 후에 종소리 명상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1시간 정도 그날의 느낌을 나누는 차담 시간을 갖는다. 원하는 분들은 그날의 느낌을 간단하게 글로 써보라고 얘기를 하며 본인이 원하면 다음 주에 다른 참석자 분들에게 공유도 권유도 해 볼 생각이다. 동질 그룹의 사람들이기에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과 다르지 않고, 같은 고통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보편성이 주는 편안함도 있을 것이다.

 

 김하종 신부님은 ‘무료 급식 봉사’로 노숙인들이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씨는 ‘장기 도보’를 통해 청소년들이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나는 ‘걷고의 걷기 학교’를 통해 심신이 지친 사람들이 ‘문턱’을 넘을 수 있게 도움을 주며, 그 안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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