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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312] 호시우보 우보천리 (虎視牛步 牛步千里)

by 걷고 2022. 1. 3.

날짜와 거리: 20220102 8km
코스: 한강공원과 문화 비축기지
평균 속도: 4.3km/h
누적거리: 5,779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연말에 아이들이 다녀갔고, 어제는 장모님을 찾아뵙고 왔다. 새해 준비를 맞이할 틈도 없이 새해는 어느새 시작되었다. 매일 같은 날임에도 새해라는 이유 때문에 뭔가를 계획하기도 하고 새로운 마음을 다지고 싶다. ‘새해’라는 의미도 많이 퇴색되었다. 그냥 년도만 바뀐 것이다. 그날이 그날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새해에는 뭔가 다짐을 해야만 하고,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꿈을 꾸기도 한다. 비록 작심삼일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라는 자기 합리화로 뭔가 계획을 하고 시도를 하기도 한다.

어제 처갓집을 다녀온 후에 바로 옷을 갈아입고 걸으러 나갔다. 늘 다니던 길인 불광천, 월드컵 공원, 난지천 공원과 문화 비축기지 8km를 걸었다. 새해 첫걸음이다.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 금방 편한 것에 익숙해지며 걷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약 한 시간 반 동안에 8km를 걸었을 뿐인데 다리에 긴장감이 느껴진다. 불과 사흘간 걷지 않았다고 몸은 걷기를 거부하고 있다. 내 몸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몸은 꾸준히 움직여야만 하고, 움직여야만 하는 것으로 몸이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마음이 몸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몸이 마음의 주인이 되는 순간 우리는 몸의 노예가 된다. 몸이 시키는 대로, 원하는 대로 하며 몸의 ‘몸 종’ 노릇을 하게 된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걸으며 올해 할 일을 정리해 본다. 지켜질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것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일단 정리를 하며 마음 준비를 하고 싶어서이다. 최근 몇 달간 아침 명상을 하지 못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자연히 아침 명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새해에는 아침 명상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오늘 아침 좌복에 오랜만에 앉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물론 수많은 잡념과 망상과 함께 노는 명상이 아닌 신선놀음이었지만, 그럼에도 좌복에 앉았다는 행동과 사실이 편안함을 만들어 주었다. 오래전부터 다른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정이 없고 배려를 할 여유가 없다는 생각을 스스로 해오고 있었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성일 수도 있고, 환경 탓일 수도 있고,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60대 중반의 나이에 이런 탓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못난 짓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 좀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할 수 있도록 자신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저녁 시간에 30분 정도 자애명상을 꾸준히 해보려 한다. 없거나 부족한 것은 키우면 된다. 자애심 역시 키울 수 있는 마음이다.

걷기는 일상이 되었다. 지난 2년간의 기록을 보니 매년 2,500km 정도 걸었다. 매일 약 7km 정도 걸었다. ‘걷기의 일상화’에서 ‘걷기의 전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코로나가 조금 누그러지면 ‘걷고의 걷기 학교’를 아주 작은 규모로 시작할 생각이다. 기본적인 틀도 정리되어 있다. 심신이 지친 동질 그룹의 사람들을 모아 8주간 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은퇴자나 퇴직자 모임, 직장인 모임, 경력단절 여성 모임, 가벼운 우울증을 느끼는 모임, 청소년 모임, 시각 장애인 모임, 주부 모임, 프리랜서 모임, 은둔형 외톨이 모임 등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을 모아 함께 걷고, 느낌을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추후 걷기 학교 프로그램을 좀 더 다양하고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코스를 다니며 개발할 필요가 있다. 작년에 ‘지리산 둘레길’ 전체 코스의 반을 돌았다. 금년 3월 경 남은 코스를 모두 완주할 생각이다. ‘양평 물소리’ 길도 걷고, 시간이 나는 대로 ‘경기 둘레길’도 걸을 계획이다. 가끔 사찰 주변에 조성된 길도 걸으며 사찰과 함께 운영하는 ‘1박 2일 심신 치유 학교’도 좀 더 구체적으로 구상하려고 한다.

독서와 글쓰기는 어느 정도 습관화되어 있다. 글을 쓰기 위해서 독서는 필수적이다. 걷기와 글쓰기도 연결되어 있다. 책을 읽은 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쓸 수가 있다. 결국 걷기, 글쓰기, 독서는 각기 다른 세 가지의 활동이지만 하나로 연결된다.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 가는 과정. 여기에 명상까지 더해진다면 ‘주인으로 살아가는 의미 있는 삶’이 된다. 매일 아침에 글쓰기를 한다. 작년에는 일주일에 평균 세 편 정도의 글을 쓴 것 같다. 금년에는 네 편을 쓰고자 욕심을 내어본다. 글감이 없어도 노트북을 켜면 손과 뇌가 움직이며 어떤 글이든 나오게 되어있다. 신기한 일이지만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이런 경험은 글쓰기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사라지게 만들어 준다. 가끔은 주제를 갖고 글을 쓰려고 해도 글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내면의 목소리와 머릿속 목소리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고, 결과적으로 내면의 소리에 따라 손은 자판을 두드리게 된다.

작년에 얻은 소득 중 하나가 바로 ‘재테크’에 관한 관심이다. 지난 약 6개월 정도 기초적인 공부도 해가며 직접 투자를 하고 있다. 전문가처럼 수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판단할 필요는 없더라도 최소한 한두 가지 정도의 원칙과 전략을 갖고 투자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 방법은 공부를 하는 것 밖에 없다. 지금까지 몇 권의 주식 관련 서적을 읽었지만, 그 책들을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면 같은 내용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이게 되어 있다고 하니 지난 몇 개월간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다른 시각으로 그 책들을 읽게 될 것이다. 최근에 재테크의 전문가가 “국내 주식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좀 더 넓혀서 글로벌 주식에도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좋다.”라고 조언해주었다. 약 한 달 전 미국 주식 관련 책 한 권이 내게 왔다. 읽을 시절 인연이 된 것이다. 길동무 중 한 친구는 자신이 읽었던 주식 관련 서적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을 추천해주었다. 그 책은 며칠 전 구입해서 지금 책상 위에 놓여있다. 책도 시절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삼성증권의 투자 스쿨을 매일 조금씩 보고 배우고 있고, 친구가 추천해 준 주식 관련 유튜브도 가끔 보고 있다.

올해가 ‘호랑이 해’이다. 절에는 산신각이 모셔져 있는데, 산신령과 호랑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액운을 막아준다는 토속신앙과 불교가 통합된 것이다. 성철 스님의 사진 속 얼굴을 보면 눈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호랑이 눈은 ‘성성(惺惺)을 뜻한다. 늘 깨어있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호시(虎視)이다. 우보(牛步)는 ’ 소 걸음‘이라는 뜻으로 비록 느리기는 하지만 천리를 간다는 것이다. 고요한 상태에서 끊임없는 정진을 의미하는 적적(寂寂)이다. 세상의 시끄러움과 타인의 시선과 평가, 판단, 비난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것이다. 자신의 주인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금년에 계획한 일들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호시우보를 기준으로 삼아 하루하루 살아가면 된다. 오직 오늘 하루를 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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