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11226 - 20211228 25km
코스: 서울 둘레길 당고개역에서 창포원까지
평균 속도: 2.8km/h
누적거리: 5,756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어제부로 걷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걷는 서울 둘레길 두 번째 완주를 마쳤다. 길 안내자로서 마무리를 할 수 있어서 마음이 홀가분하다. 혼자 서울 둘레길 완주를 한 것이 2020년 6월 14일이다. 그 이후부터 길 안내자를 자원해서 회원들과 함께 걸었다. 총 157km에 달하는 전 구간을 15개 구간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한번 완주하는데 약 7개월 정도 걸렸다. 월 2회씩 주말이나 연휴 기간을 이용해서 걸었다. 두 번 완주하는데 15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렸다. 한 번은 창포원에서 당고개 방향으로 걸었고, 두 번째는 창포원에서 북한산 방향으로 돌았다. 같은 길도 걷는 방향이 바뀌면 다른 길이 된다. 걸어보니 북한산 방향으로 걷는 것이 조금 수월한 것 같다.
걷기 동호회 매니저께서 마지막 걷기에 참석해서 같이 걸었고, 완주 후 뒤풀이를 하며 케이크를 준비해서 간단한 완주 기념회를 가졌다. 케이크 위에 두 개의 촛불이 커져있었다. 두 번의 완주를 기념하는 따뜻한 배려였다. 코로나로 인해 최근에 네 명까지만 모일 수 있어서 다른 두 분도 참석해서 함께 걸었다. 처음 완주했을 때에는 운영자 중 다른 한 분이 참석하셔서 기념식을 축하해 주셨다. 동호회 내에서 이런 행사를 마친 후에는 간단한 기념식을 치르며 축하하기도 한다. 약 4년 전쯤에 다른 분이 서울 둘레길 안내를 했고, 전 구간을 함께 걸었던 분들에게는 기념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함께 동참했던 분들끼리 자축하기도 하고 동호회에서 축하해 주기도 하며 서로 걷기를 격려하고 응원하기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10여 명이 함께 걸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인원 제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참석자들의 동참에 걸림돌이 되었다. 처음에는 참석자들의 통계를 집계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코로나로 인해 의미 없게 되었다. 만약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걷는 분들도 몇 분 계셨을 것이다. 함께 완주한 분들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의미 있는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길 안내자로서 15개 구간으로 나눠 두 번 완주를 했으니, 총 30회 서울 둘레길 안내를 한 셈이다. 단타성 안내보다 연결된 장기 코스를 안내하는 것은 부담이 따르기도 한다. 일단 시작을 하면 끝을 내야만 한다. 비록 동호회이지만 공식적인 모임이고 회원들, 운영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중도 하차를 하면 안 된다. 이런 부담을 안고 시작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코로나와 기상 상황, 동참 회원들의 제한 등으로 맥 빠지는 일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로 응원하며 함께 걸었고, 그 결과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다.
시작 전 홀로 완주를 했고, 안내자 역할을 두 번 했고, 길 안내 전에 길눈이 어두워 길을 잘못 이끌 것 같아 사전 답사를 다시 다녀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총 네 번 완주를 하게 되었다. 이제 길이 조금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길을 걸으며 길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고, 둘레길 걷는 데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도 사라졌다. 어제 걸었던 코스가 서울 둘레길 구간 중 ‘상’ 코스에 해당된다. 하지만, 길을 걷는 내내 한 번도 숨이 차거나 힘들다고 느끼지 못했다. 서울 둘레길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마무리를 한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과 홀가분함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길을 걸으며 걷기 동호회와 회원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만약 홀로 걸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가능성도 높았을 것이다. 동호회와 회원 분들, 운영진들과의 약속이 나를 이끌어 주었고,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습도가 90% 이상이고 비가 오는 날도 걸었고, 햇빛이 강렬한 평지도 걸었고, 영하 14도의 강추위에서도 걸었다. 집에서 나오기 싫은 날에도 억지로 몸을 추스르고 나와서 걸었다. 약속이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이다. 덕분에 큰 것을 한 가지 얻을 수 있었다.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든 걸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동참하시는 회원 분들이 안 계셨다면 마무리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회원 분들이 나를 이끌어 주었던 것이다. 동호회가 없었고, 운영진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길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이 나를 걷게 만든 것이다.
길을 마친 후에 바로 떠오른 생각이 앞으로 어느 곳을 걸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이제 걷기는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워낙 길눈이 어둡기에 길 안내를 하는 데 결심이 필요하고, 사전 답사를 반드시 해야만 한다. 다른 길 안내자 분들은 길을 읽고 발견하고 찾아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나는 아는 길도 가다 보면 다른 길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길 안내자로서 늘 불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 확실히 아는 길이거나 답사를 하지 않는 한 길 안내를 할 수가 없다. 우선 떠오른 길이 양평 물소리 길이다. 올여름에 한 코스를 낮 걷기로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우선 이 길을 처음부터 다시 걸어볼까 생각 중이다. 상암동 공원 투어 코스도 있고, 안산 자락길과 인왕산 둘레길을 연결해서 걷는 코스도 구상 중이다. 경기 둘레길도 걷고 싶다.
경기 둘레길은 15개 시와 군을 연결한 약 860km에 달하는 길로 25개 구간으로 나눠져 있다. 시작 지점과 종료 지점의 접근성이 쉽지 않다는 것이 신경 쓰인다. 양평 물소리 길은 역에서 시작해서 역에서 마치는 코스로 잘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경기 둘레길은 교통편이 잘 연결되지 않고 심지어 어느 곳에서는 버스가 하루에 한두 번 정도밖에 다니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한다. 덕분에 길에 대한 공부를 조금씩 해나가고, 사전 답사를 통한 교통편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서 고민 중이다.
어제 카페 매니저께서 길 안내자는 길동무들이 있어서 걸을 수 있다는 말씀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길 안내는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길동무들의 격려와 동참으로 용기를 얻어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홀로 가기는 어려운 길도 함께 가면 갈 수 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씀은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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