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10505 – 20210506 15km
코스: 당산역 – 한강 공원 – 선유도 공원 – 양화대교 – 월드컵 공원
평균 속도: 4km
누적거리: 3,857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비대면이 대세인 요즘에도 가끔은 사람을 만나서 얼굴을 보며 웃고 떠들며 얘기를 나누고 싶다. 모임 자체도 많이 줄었다. 오랜 기간 만나온 모임도 있고, 최근에 결성된 모임도 있다. 오래전부터 업무 상 만났지만, 별도로 모임을 만들지 않다가 최근에 주변 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모임이 결성되었다. 모임 외에도 친한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한다. 만나는 모임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없어지거나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게 되기도 하고, 다른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사람 자체도 변하고, 모임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비대면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직접 얼굴을 보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치대며 살아간다. 미움과 사랑, 사람들 간의 어떤 감정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사람들 간의 직접적인 교류와 소통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수행자는 세속을 멀리하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처절한 수행을 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이다. 혼자만의 안위와 깨달음을 위한 수행은 진정한 수행이 될 수 없다. 처절한 수행을 통해서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당당하게 땅 위에 서 있을 수 있게 되면, 하산해서 중생들을 위한 교화 활동을 해야 한다. 스스로 고립 속에 자신을 가두는 이유는 참다운 소통을 위한 방편이다. 수행자가 아닌 일반인도 가끔은 홀로 있는 시간을 통해 빈 속을 채울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은 내면을 소모시킨다. 수많은 활동과 고민, 업무 등으로 자신을 충전할 시간도 없이 계속 사용하기만 한다. 그러다가 에너지가 소진되면 지치고 무기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샘에 물이 채 고이기도 전에 퍼내서 쓰기만 하며 샘은 곧 말라버린다. 물이 고일 시간을 일부러라도 만들어 기다리고 쉬어야 샘에 물이 고이게 된다. 가끔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이다.
흔히들 회사 생활이 힘든 것이 아니고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업무 자체가 힘든 것이 아니고 조직 문화나 선후배, 상사와 부하 관계, 업무 관련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다는 것이다. 아무리 중요한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사람들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일을 기획하는 것도 사람이고, 실행하는 것도 사람이고, 평가하고 분석하고 대응책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결국 직장생활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대인관계는 어느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마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배운 과정이 다르고, 습성과 행동 방식이 다르고, 대처 방식이 다르다.
70억 인구는 70억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숲에 한 가지 나무만 있지 않듯이, 세상도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성 덕분에 발전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흔히들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자신을 바꾸라고 한다. 타인은 절대로 바뀌지 않으니 타인을 바꾸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고 오히려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바꾸라는 것이다. 많이 들었던 말이지만, 결코 쉽게 행동으로 옮기기도 힘들고, 이런 열린 마음을 항상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을 바꾸라는 의미는 자기가 알고 있고, 경험했고, 자신이라고 생각해왔던 자기를 버리는 일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쌓기 위해 오랜 기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력했는데, 그 모든 것을 버리라는 것이다. 버리기도 쉽지 않지만, 버리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민 낯을 볼 수가 있다. 상대방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은 내 모습의 투영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잘난 척하는 것이 보기 싫다면, 내 안에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싫어한다고 느끼는 것은, 실은 내가 상대방을 싫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언행 중 보기 좋은 것이 있다고 느끼면, 내 안에도 그런 점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느껴지는 어떤 감정도 내 안에 없다면 느낄 수가 없다. 우리는 상대방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대방은 나의 거울이다. 만나고 돌아서면서 어떤 모임은 좋은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모음은 불편한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있을 때도 있다. 같은 모임에서도 만날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내 안의 모습이 투영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끔 인정하기 싫을 때도 있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불평을 쏟아낼 때도 있다. 알고 있는 것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꾸준한 시행착오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갈고닦아야 한다. 이것이 성장이고 성숙이다. 변화이고 자신을 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기 힘들 때도 있을 수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불평등한 일방적인 관계가 유지될 수도 있다. 상호 간의 역동이 만들어 낸 드라마이다. 이럴 경우 가끔은 홀로 지내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또한 모든 사람들과 반드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야 할 필요도 없다.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민 낯을 볼 수 있고,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관계를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상호 존중하는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면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관계를 통해서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관계에 관한 올바른 시각을 갖는 것이다. 자신과 타인의 모습을 왜곡되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바른 눈이 필요하다. 가끔은 함께, 또 가끔은 홀로 지내는 ‘따로 또 함께’ 지내는 것이 삶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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