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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천리길

꿈은 이루어진다

by 걷고 2025. 4. 26.

불과 한 달 반 전에 인제 천리길을 걸었을 때 날씨는 무척 쌀쌀했고, 눈도 와서 눈길을 걸었다. 오늘 날씨는 더웠다. 햇빛도 강하고 바람은 없으며 봄이 사라진 채 초여름이 찾아온 느낌이다. 오늘 걸은 길은 인제천리길 8코스 응골피난길이다. 길이 조금 변경되어 어제 담당자들이 새로운 길에 리본을 달고 길을 여는 작업을 했다고 인제천리길 김호진 대표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고마운 분들이고, 마을에 대한 사랑과 정이 넘치는 분들이다. 단순한 사랑과 정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이 길을 만들고 관리하고 홍보하며 인제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길을 걷는데 ‘옥스팜 트레일’ 리본이 많이 달려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5월 24일에서 25일 양일간에 인제에서 진행되는 ‘옥스팜 트레일워커’ 프로그램을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이다. 대회 참가비와 자발적으로 모금된 기부금 전액은 가난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구호 현장에 전달되어 식수, 위생, 생계, 교육 프로그램 등에 사용된다고 한다. 이런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인제를 알기기 위해 애쓰는 분들 덕분에 인제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리라 믿는다.

길은 초반에는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길이다. 중간중간에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길을 가로막아 작은 시냇물이 만들어졌다. 시냇물 사이에 놓인 돌을 밟고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곳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건너기도 한다. 발이 무척 시리도록 차가운 물이다. 덕분에 족욕을 즐길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웃으며 즐기고 있는 길벗의 모습도 보기 좋다. 길 걷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을 오히려 재미로 받아들이며 함께 놀이를 한다. 드디어 산길이 시작된다. 계단으로 시작되는 산길을 걸으며 마치 가을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산은 거칠지는 않지만 경사가 제법 심한 길이다. 길에는 낙엽이 많이 쌓여있다. 길을 걸으며 숨이 저절로 거칠어진다. 오랜만에 오르막길을 만나니 운동한 맛도 난다.

응골 피난길은 6.25 전쟁 당시 한계리 주민들이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피난 갔던 길이라고 한다. 또한 이 길은 백두대간 트레일 3구간과 겹치는 길로 고갯마루에서 백두대간과 내설악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올라 잠시 쉰 후 조금 더 올라가 분지형 평지에 앉아 식사를 한다. 준비해 온 도시락과 음식, 과일, 커피 등을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눈다.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중간에 너덜길처럼 돌이 많은 길을 지난다.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걷는다. 인제천리길을 걸을 때마다 느낀 점 중 하나는 길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길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내려놓을 수 없는 인제천리길은 늘 예측불허다. 내리막길 끝나는 지점에서 길이 곧 끝나는 줄 알았는데, 길은 다시 이어지며 계곡 속으로 우리를 몰아간다. 그리고 곧이어 한 여름에 알탕을 즐길 수 있는 주변과 차단된 계곡을 만나 발을 담그며 발에게 휴식 시간을 만들어준다. 드디어 은혜교를 지나 길을 마친다.

꿈은 이루어진다. 인제 천리길을 걷고 싶어서 준비해서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길을 마치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곧 산티아고를 걷기 위해 출발하는 두 길벗이 있다. 릿다님과 정희님이다. 약 1년 전부터 이 길을 준비해 온 길벗들은 드디어 꿈을 이루기 위해 긴 여정을 나선다. 두 분의 안전한 여정을 기원한다. 해파랑길을 걸을 때도 그랬다. 걷고 싶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앞으로 수개월 내에 이 길을 마치고, 이어서 코리아 둘레길 중 DMZ 평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코리아 둘레길을 모두 완보할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길을 걷고 있다. 지금 우리는 서울 둘레길, 코리아 둘레길, 인제천리길을 매주 또는 매월 걷고 있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바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ABC) 트레킹이다. 금년 11월 1일 ~ 11일까지 푼힐 전망대를 거쳐 ABC까지 트레킹을 하는 일정이다. 작년 말에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년 초부터 걷자님께서 다양한 여행사와 연락하고 자료를 검색한 후, 진행할 여행사와 일정을 결정했다. 모든 것은 준비되었다.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이번 여정은 트레커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앞으로 또 어떤 꿈을 꾸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막 1년이 지난 걷기학교의 입장에서 이 정도의 걷기 꿈을 갖고 있다면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가능하면 많은 분들이 참가해서 멋진 꿈을 함께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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