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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일기

< 동안거는 잘 진행되고 있는가? >

by 걷고 2025. 1. 13.

자신에게 물어보는 질문이다. 동안거 입제 후 두 달 정도 지났다. 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행선과 좌선을 각각 30분씩 하고 있다. 안거 기간에 하는 수행이라기에는 너무 짧은 수행 시간이다. 수행의 집중이 중요하다고 해도 시간 자체 역시 중요하다. 적어도 수행하는 시간만큼은 딴짓을 하지 않게 되니 이것 자체도 수행에 도움이 된다. 또한 수행 시간이 길면 길수록 집중력은 높아진다. 집중과 알아차림은 명상의 두 날개라고 할 수 있다. 30분 좌선하는 것과 한 시간 좌선하는 것과는 집중력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인다. 직접 수행을 해보며 느낀 사실이다. 그럼에도 30분으로 정한 이유는 무리한 수행 시간을 계획하고 그 계획을 이루지 못해 오는 좌절감을 맛보기 싫어서이다. 일상 속 안거가 무리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이 기간 동안만이라도 불필요하고 나쁜 습관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에게 족쇄를 채운 것이다. 마치 약물중독자를 수용시설에 가두어 치료하는 것처럼, 나의 반복적이고 습관적이고 중독적인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도하는 자발적이면서도 강압적인 방편이다.

비록 짧은 수행 시간이지만 지키지 못할 때도 있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에는 자책을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냥 잊고 다음 날 다시 한다. 자책을 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거에 대한 마음가짐이 흐트러진 것은 아니다. 완벽을 기하며 자신을 못살게 만드는 것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맞춰 자신을 다독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이것이 게으름을 합리화하는 습관이 되면 안 된다. 주어진 상황에 맞춰 살아가는 현명한 삶의 태도를 배우는 것과 게으름을 합리화하며 자기 위선에 빠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안거를 하며 근력 운동과 ‘마음챙김 걷기’ 책 발간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원래 방식대로 안거를 한다면 수행의 대상에 집중하는 것 외의 일체 행동은 금지된다. 그래서 일상 속 안거는 안거라기보다는 자신을 세상과 잠시 분리시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며 습관화된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련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 모임은 거의 나가지 않는다. 모임이 줄어드니 삶이 한가하고 편안하다. 모임이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에 따른 번거로움도 있다. 걷기 학교 모임과 가족과의 모임 외의 사적인 모임은 안거 기간 중 두 번 있었고, 금주는 두 번 어겼다. 술 마신 후 후유증을 느끼며 안거와 상관없이 음주 습관을 변화시킬 필요성을 느낀다.

“차인표의 소설을 읽다가, 연기하던 배우를 소설 쓰는 작가로 만든 비결이 궁금해 그의 강연을 찾아본 적이 있다. 그는 매일 일기 쓰기, 운동하기, 금주, 금연 같은 습관을 말했다. (중략) 스티브 잡스도 ‘내가 이룬 것만큼 내가 하지 않은 것도 자랑스럽다’는 말을 했다. (중략) 전문가들의 강연을 듣다 보면 결국 잘 자라, 좋은 음식 먹어라, 운동해라 같은 판에 박힌 말이 대부분이다. (중략) 다만 이 뻔한 얘기를 실천하는 소수와 그러지 않는 다수가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 칼럼 ‘백영옥의 말과 글’, 2025년 1월 11일)

이 글을 읽으며 안거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돌아본다. 안거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나답게 살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그 ‘나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가 하는 일 중에는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하지 않아도 될 일’이 있다. 그 기준은 무엇일까? 답은 이미 나와있다. 삶을 편안하고 단순하게 만들어주느냐 아니냐가 기준이 된다. 안거 기간 동안 단순한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업이 만든 습에 끌려다니며 살아가고 있다. 습관을 바꾸는 것이 나를 바꾸는 것이 되고 나아가 나를 찾게 만들어 준다. 내 안팎의 모든 것 중 내가 아닌 것을 덜어내면 ‘나’가 저절로 드러날 것이다. 나의 습관은 업이 만든 것이지 ‘나’가 아니다. 습관적인 태도와 생각, 감정, 마음가짐을 알아차리며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동안거가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진행 중이고 평생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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