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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마음챙김 걷기 설명회를 마치고

by 걷고 2024. 3. 19.

 열흘 이상 감기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기침도 계속되고, 머리도 아프고, 가래도 끊이지 않는 등 이번 감기는 제법 독하게 앓았습니다. 오늘에야 제법 회복된 느낌이 듭니다. 설명회를 마친 후 글을 쓰려했는데 이제야 글을 올립니다. 마음챙김을 잘하려고 노력하지만 몸 일부가 불편한 것이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아직 마음챙김의 힘이 부족해서일 거라 생각합니다. 계속 반복해서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힘 덕분에 모든 경계로부터 자유롭고 편안한 날이 오리라는 믿음을 갖고 꾸준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설명회를 마치고 나서 계속 마음 한 구석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나름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설명이 제대로 되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과연 설명회 자료로 활용한 많은 전문가들의 말씀을 저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전달자의 입장에서 설명을 드리려 노력했는데, 혹시나 강사의 입장에서 말씀드린 것은 아닌가에 대한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 아무리 저 자신을 살펴보아도 남을 가르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가끔은 아는 체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걷기를 좋아하고, 명상에 관심을 갖고, 심리상담을 하는 사람임에는 분명 하나,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남에게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못 됩니다.   

  

 전반적인 설명회 자료는 어느 정도 질서와 순서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걷고의 걷기 학교’에서 ‘마음챙김 걷기’를 하고자 하는 이유도 확실했습니다. 저의 경험과 그간 길에서 만난 많은 사람을 통해 걷기가 심신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 좋은 것을 심신 건강의 회복과 유지를 원하시는 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일반 걷기 동호회와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싶었습니다. 그 하나가 바로 침묵 걷기입니다. 이왕 침묵 걷기 한다면 ‘마음챙김’이라는 좋은 방편을 함께 활용하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챙김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고, 마음챙김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도 필요했습니다. 이 설명을 하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마음의 형성 과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유식의 심층의식과 표층의식에 관한 말씀도 드리게 되고, 이어서 자연스럽게 명상에 관한 얘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정작 마음챙김과 마음챙김 걷기에 관한 얘기보다는 보다 더 근원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 많이 길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마음 형성의 체계와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관한 전반적인 연결고리는 갖고 있지만, 이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제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통의 원인과 소멸의 방법을 유식학에서 풀어내려고 했는데, 얼마나 전달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유식학의 전문가도 아니기에 저의 설명에도 문제가 있으리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차라리 그냥 자료 내용을 읽어드리고 관심 있으시면 공부하실 수 있는 자료를 알려드리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함께 공부하는 도반으로 일상에서 마음의 평화를 지니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며 함께 길을 가면 좋겠습니다.    

  

 걷기 마친 후 한 시간 정도 호흡명상과 나누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부분도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세 시간 이상 걸은 후 한 시간 정도 나누기를 하고, 만약 뒤풀이까지 이어진다면 시간적으로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전 10시에 만나 오후 5시 이후에나 헤어질 수 있으니 하루 종일 시간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또 도착 장소에서 나누기를 할 수 있는 모임 공간으로 이동하고, 좁은 공간에 모여 나누기를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땀내를 풍기고, 비 오는 날에는 온몸이 비에 젖고, 추운 날에는 방한복 차림으로 모여서 차분히 호흡명상을 하고 나누기를 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욕심이 과했던 것 같습니다. 일반 걷기 동호회와 차별화를 한다는 명분으로 명상과 집단상담 형식의 나누기를 하겠다고 했는데, 실행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 같습니다. 나누기를 하지 않고 편안하게 길을 걸으며 또는 뒤풀이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해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이 되면 7회 차입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할 일이기에 천천히 가려합니다. 지금 진행하던 방식대로 전체 걷는 시간 중 30분씩 두 번 침묵 속 ‘마음챙김 걷기’를 하고, 시작 전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부상 방지와 몸의 감각 느끼는 연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계속해서 진행하다 보면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 가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며 안정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언제든 여러분의 좋은 의견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걷기 마친 후에 뒤풀이는 원하시는 분들만 참석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뒤풀이 시간에 혹시나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얘기를 꺼낼 때 모두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좀 더 용기 내어 말씀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며 자연스러운 자기 노출을 할 수 있는 분위기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많고 듣는 사람은 없는 것이 요즘 일반적인 모임에서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우리 모임에서는 가능하면 듣는 사람이 많은 모임이 되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얘기와 그 얘기를 경청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나누기가 되며 따라서 자신의 얘기를 편안하게 내놓을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말보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쉬운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제가 설명회 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부분은 앞으로 글이나 관련 서적 소개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음챙김과 호흡명상 관련 책 몇 권 추천합니다. 귀한 토요일 오후에 시간을 내어 부족한 ‘마음챙김 걷기 설명회’에 참석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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