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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무엇이 더 필요할까?

by 걷고 2023. 7. 3.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한 후 집을 나선다. 아내는 아침 식사를 차려준다. 그리고 오늘 간식으로 들고 갈 베이글 빵과 참외를 정성스럽게 싸 준다. 오전 10시에 약속 장소인 광나루역에 도착하기 위해 집에서 8시 30분에 출발한다. 간식 외에 물 한 통도 준비해 간다. 모자와 얼굴 마스크도 준비하고 반바지 차림이어서 다리에 선크림도 바른다. 늘 그렇듯 길을 걷기 위해 등산화 끈을 묶은 후 집을 나서는 순간은 늘 설렌다. 아직도 설렘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살면서 오랜 기간 꾸준히 설렘을 느꼈던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걷는 것을 좋아하긴 하나보다.     

 

 길동무 당근조아님은 30분 전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본다. 혹시나 늦게 도착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되어 30분 전에 도착한다고 들었다. 시간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신뢰가 간다. 사소한 약속을 중시하는 사람은 큰 약속도 잘 지키는 사람이다.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니 나만의 주관적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아마 맞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클 것이다. 작은 일을 잘하는 사람은 큰일도 잘한다는 말이 있다. 사소한 일을 허투루 하는 사람은 큰일을 제대로 할 수도 없을뿐더러 성공리에 수행할 자격과 준비가 안 된 사람이다. 작은 약속, 사소한 일을 중히 여기는 사람은 믿을만한 사람이다. 비록 나만의 주관적 편견이라고 누군가가 얘기하더라도 나는 이 말을 철수하고 싶지 않다.     

 

 도니님도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반바지 차림에 샌들을 신고 나타났다. 다리와 팔에 그을린 부분이 매우 건강해 보인다. 걸어온 내공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얼마 전에 누이와 남동생과 함께 서해랑길을 일주일 정도 함께 걷고 왔다고 한다. 화목한 가족애가 부럽다. 자유인이 되길 위해 걷고 또 걷는 도니님은 편안하고 좋은 길동무다. 또한 많은 트레킹 경험을 통해 얻은 중요한 정보와 지식을 아낌없이 길동무들에게 나눠주는 마음 따뜻한 친구다. 산티아고에서 만난 인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고맙고 좋다. 이 인연이 잘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무더위 속을 걷다가 잠시 쉬며 간식을 꺼내 먹는다. 각자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간식이다. 오렌지, 시원한 맥주, 말린 유자, 포도, 베이글 빵 등. 간식은 정성의 표현이다. 함께 걷는 길동무들과 나누는 마음이다. 걷기를 마친 후 보양식인 삼계탕을 먹는다. 시원한 맥주는 기본이다. 그리고 찻집에 들어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길에 대한 얘기, 자식 얘기, 길동무들에 대한 얘기 등, 할 말도 많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을 돌아보며 홀로 미소 짓는다. 일 하지 않아도 된다. 걸을 수 있는 건강이 있고, 삼계탕을 먹고 차를 한잔 마실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다. 걸을 수 있는 길이 있고, 함께 걷는 길동무들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 후 출발해서 집에 도착하니 오후 5시경. 하루를 매우 충만하게 보냈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최소한 이 더운 날씨에 돈 때문에 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충분히 고맙고 행복하다. 집안에 큰 일 없고, 건강해서 걸을 수 있고, 먹고 싶은 음식 사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이 또한 매우 고마운 일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상호 대차 서비스로 신청한 도서가 도착했다는 도서관 연락을 받았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들고 나오니 마음이 가득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건강도 챙긴다. 몸만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면 위험하다. 책을 읽으며 마음도 건강하게 다스린다. 이 또한 좋은 일이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만약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욕심이다.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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