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정래 장편소설 <정글만리>를 읽고 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책이다. 책이 잘 읽히지 않거나, 삶이 조금 무료해질 때, 또는 시간은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이 별로 없을 때 장편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아직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것이 마냥 마음 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정글만리>는 중국의 성장 과정을 또 중국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게끔 종합상사 영업맨의 시각에서 바라본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간 중국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한국사조차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세상사 돌아가는 것에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도 않는 사람이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의외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왜 이 책을 읽으며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왜 이 책을 읽으며 가슴 설렐까? 중국의 성장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성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중국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작 관심조차 없었던 중국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오면서 감추고 싶었던 모습들이 또는 몰랐던 모습들이 다른 나라의 모습 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안에서 우리나라를 제대로 볼 수가 있을까? 가끔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를 보며 그들이 정말 나라와 국민을 위해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려는 노력을 하고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우물 안 개구리’들끼리 서로 치고 박는 모습을 보며 한심스럽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내게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혜안을 키우라고 말하고 있다.
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난다. 자연은 말 없는 가르침을 베풀어 준다. 다만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관을 버려야만 된다. 자신의 세계 속에 빠져 있으면 자연의 가르침은 보고 들을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다. 또한 길동무들은 스승이 된다. 길동무들을 통해 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세계 속에 빠져 있으면 이 혜택 또한 받을 수 없다. 나의 위치는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나의 위치가 ‘동’인 것을 알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서’의 위치에 서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판단과 행동을 하며 살아간다. 이럴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은 바로 ‘나의 잘못’은 없고 오직 ‘너 때문’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 하게 된다. ‘너의 문제’가 바로 ‘나의 문제’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한 늘 마음속에는 불평과 불만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될수록 점점 더 자신의 주관이라는 ‘늪’에 빠져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이 크게 다가왔던 이유는 바로 자신의 위치는 주변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이다. 또 한 가지가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중국을 이해하는 책을 마음껏 읽으며 그간 갖고 있던 중국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자신의 편견에서 벗어나는 일이 바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주관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 자신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이런 노력은 자기중심의 세계관을 부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 명이 길을 걸으며 각자의 일상을 편안하게 얘기한다. 적은 인원이 걸으며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그리고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거의 비슷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우리네 삶은 아무리 잘나거나 못나도 거기서 거기다. 물론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길동무들이 길을 걸으며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길동무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볼 수 있다. 함께 걷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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