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20404 - 20220405 18km
코스: 경의선 숲길 외
평균 속도: 4.6km/h
누적거리: 6.479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부모가 자식들에게 넘겨주지 말아야 할 것이 빚이다. 가끔 부모님의 빚을 갚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돈을 벌어야만 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팠다. 물론 부모님 입장에서도 그런 최악의 상황은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어린 자식들이 부모님의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삶을 담보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삶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부모는 자식들의 양육을 위해 노력하고, 건강한 독립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들만의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더 나이 들어 아이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건강관리도 꾸준히 하고, 경제적으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절약하고, 재테크에도 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자식들에게 넘겨주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황폐화된 지구이다. 손자들이 어릴 적부터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만 하는 요즘 상황을 보며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코로나도 결국 환경 문제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의 영역을 지키고, 동물들이 그들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환경이 만들어졌다면 코로나 역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 빈번히 발생하는 화재를 보며 매우 안타깝다고 느낀 이유 역시 우리 자식들에게 풍요롭고 생기 가득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에 강원도에서 발생한 화재 면적은 서울 면적의 3분의 2에 정도이고 회복되기 위해서는 10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최근 빈번해진 대형 산불은 분명 기후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무엇보다 양방향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폭염이 빈번해지고 있다. 폭염은 숲의 건조를 동반하기 때문에 산불 위험성을 높인다. 만약 산불이 발생한다면 산림은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된다. 이는 곧 기후변화를 가속하고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기상 인사이드,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조선일보 20220406)
행복한 책 읽기 5회 차 모임의 주제는 환경이다. 황창연 신부 환경 에세이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를 읽고 나누는 시간이다. “나에게 자연의 의미는 어떤 것이고, 나는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을 받은 후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늘 혜택만 받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받기만 했다는 생각에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힘든 시기에 자연 속을 걸으며 회복할 수 있었다. 심리적, 신체적 고통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숲길이다. 우리는 너무 고마움이 큰 것은, 또 언제든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고마움을 잊고 살아간다. 그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물과 공기다. 물이 없으면 살지 못하고, 공기가 없으면 단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자연의 혜택에 감사함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당연시하고 심지어는 무시하며 살아간다.
혜택만 받고 있다는 생각은 자연에 대한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빚을 갚을 수 있을까? 자연의 고마움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 걷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숲길을 통한 나눔을 생각할 수 있다. 길 안내를 하며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고,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환경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숲길을 걷다 보면 길을 벗어나 제한구역을 걷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자연도 인간을 받아들이기 위해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숲에도 안식년이 도입되는 이유이다. 길 안내자로 활동하며 숲의 보호를 위해 건전한 걷기 문화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요즘 플로깅이라는 조깅과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접목시킨 운동이 유행이다. 가끔 걷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걸으며 숲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는 것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걷기의 일상화를 통해 환경을 지키고 심신의 건강을 도모하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
“특히 이번에는 수요 부문 완화 전략이 새로 제안됐다. 채식과 음식물 쓰레기 감소, 반응형 냉난방, 전기차, 걷기, 자전거, 공유차량, 대중교통 활용 등 수요 측면 대응만으로도 기존 공급 변화 없이 2050년까지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을 40-70% 줄일 수 있다는 게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분석이었다.” (세계일보 20220405)
지구는 인간만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다. 지구에는 온갖 생명체가 살아간다. 동물, 식물 포함해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우리는 가끔 지구가 마치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 양 개발 명목 하에 자연을 훼손시키고 있다. 우리의 편의를 위한 자연 훼손이 거꾸로 우리를 사지로 몰아놓고 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자연도 인간과 같이 하나의 생명체이고 유기체이다. 더군다나 우리와 공생하는 유기체이다.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하며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지구는 우리 세대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자식들과 후배들을 위해서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어야만 한다. 물려준다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우리 소유물인양 착각을 하기에 이련 표현을 쓰고 있다. 지구는 물려주어야 할 것이 아니고, 존중받고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이다. 우리와 우리 후배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지구를 건강하게 보존하고 지켜주어야만 한다. 우리가 지구를 지켜주면 지구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각자 자신의 일상 속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건강하게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정책적 뒷받침도 중요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하고, 일회용 사용 줄이기, 환경에 관심 갖기,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자전거 이동하기, 걷기의 생활화, 승용차 이용 줄이기 등 삶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을 것이다. 우리를 위해, 우리 자식들과 후배들을 위해, 또 우리와 공생 중인 자연과 모든 생명체를 위해 각자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을 꾸준히 하며 건강한 자연, 건강한 인간, 건강한 공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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