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20403 12km
코스: 인왕산 둘레길 외
평균 속도: 2.7km/h
누적거리: 6.461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종이 한 장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고 한다. 종이가 만들어지고 우리 손에 들어오는 과정을 생각하면 너무나 맞는 말이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고 키워야 한다. 나무는 물과 햇빛과 공기를 맞으며 성장한다. 크게 성장한 나무는 사람의 손을 거쳐 벌목을 하고, 벌목된 나무는 화물자동차로 이송을 한 후에 목재소로 간다. 목재소에서 나무를 켠 후에 제조 공장에서 여러 과정을 거친 후 한 장의 종이가 탄생하게 된다. 한 장의 종이를 만들기 위해 자연의 혜택과 수많은 사람의 노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종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낭비하며 살아간다. 예전처럼 이면지를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고 사용하지도 않은 노트와 종이들이 버려지고 있다. 어릴 적 종이는 질이 좋지 않아 연필로 잘못 쓰면 금방 찢어지기도 했고, 종이 색깔도 진한 회색의 갱지였다. 하지만, 요즘 종이는 예전에 비하면 흠잡을 곳이 없는 깔끔한 멋쟁이다. 그 멋쟁이들이 너무 쉽게 버려지고 있다. 집에도 이면지가 많이 있다.
예전의 한국을 외국인들이 부러워하는 이유가 세 가지라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계곡물의 물을 마셔도 괜찮고, 약수나 지하수 등 어떤 물을 마셔도 탈이 나지 않는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 있든 1시간 이내로 등산할 수 있는 산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계절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아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 말의 뜻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다. 요즘은 어떤가? 약수가 음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팻말을 많이 보게 된다. 오히려 음용으로 적합한 약수를 찾는 일이 더 어렵게 되었다. 약수를 마시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산에 오르면 물이 넘쳐흘렀다. 심지어 산에서 밥을 지어먹고, 과일을 계곡물에 담아 시원하게 먹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산에는 물이 귀하다. 물이 없는 계곡의 바위는 외롭고 볼품이 없다. 물이 넘치는 바위는 활기차고 생기가 돈다. 하지만, 이것도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언제부터인가 사계절의 명확한 구분도 사라져 버렸다. 봄과 가을은 실종되었고, 여름은 길고 무덥다. 겨울의 삼한사온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다.

강원도 평창에서 성 필립보 생태마을을 이끄시는 황창연 신부는 종교철학과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그가 쓴 책,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 은 지구의 탄생과정을 환경공학 전문가답게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물과 공기의 중요성,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인간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고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개발과 자연 훼손은 결국 우리에게 독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 시키는 어리석은 행동이 인간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자연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연은 인간의 삶과는 전혀 무관하게 자연만의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자연이 무자비하다고 한다. 인간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태풍과 홍수, 가뭄, 허리케인 등은 인간의 삶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하지만, 그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자연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최근에 충격적인 뉴스를 보며 놀랐다. 남극기지의 온도가 13도를 넘었고, 눈이 사라지고 있다. 눈보라 대신 땅 위에 흉측하게 남아있는 잔돌들이 바람에 날려 자동차 유리를 깬 모습도 보았다. 빙벽이 녹아 무너지고, 눈과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가 만들어 낸 재앙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설산인 킬리만자로에도 눈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 이 상태로 가다가는 히말라야 설산을 등정하는 산사람들이 올라갈 산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상상도 해본다. 요즘 기업에는 ESG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 발전과 함께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무엇인가를 시도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지만 그 결과는 결코 작지 않은 일들이 많이 있다. 물, 전기, 휴지 아껴 쓰기,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하기, 에어컨 사용 줄이기, 난방 사용 줄이기 등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이런 사소한 실천들이 지구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숲 속 걷기를 특기 좋아한다. 걸으며 울창한 숲을 볼 때마다 숲을 조성한 사람들의 노력과 숲 자체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최근에 발생한 강원도 산불이 마음이 아픈 이유도 걸으며 숲의 고마움과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걷기 자체도 지구를 지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세 정거장 정도는 걸어 다닌다. 무더위 속에 산속을 걸으면 시원해진다. 추운 겨울에 길을 걸으면 땀이 난다. 냉난방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걷기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이 앉아서 쉬던 자리도 깨끗하게 정리하고 작은 쓰레기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쓰레기가 보이면 줍기도 한다. 일상 속 자연을 아끼는 방법, 자연을 보호하는 방법이 많이 있다.

책을 읽으며 세 사람이 떠올랐다. <월든>의 저자 헨리 대이비드 소로와 <조화로운 사람>의 저자인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 그리고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 세 사람들이다. 앞의 두 사람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몸으로 가르쳐준 사람들이다. 욕심을 버리고 자연의 혜택을 받으며 자연에게 감사함을 몸으로 느끼며 살았던 사람들이다.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이상의 돈과 물품을 모으지 않고,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의 영혼을 채우기 위해 살아간 사람들이다. 엘제아르 부피에는 고통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깊은 산을 찾아간다. 아무도 살지 않는 산속에서 살면서 매일 상수리 열매 100개를 고르고 골라 심는다. 심지어 전쟁 중에서도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매일 열매를 심는다. 어느새 숲이 울창해지며 사람들이 모여들며 마을이 만들어진다. 그들은 숲이 그냥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군가의 엄청난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자연의 혜택만 누리며 살아간다. 한 사람의 노력이 자연을 살리고, 마을을 만들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황창연 신부의 삶이 엘제아르 부피에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공동체를 만들어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 방법을 사람들에게 나누며 살고 있다. 자연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혜택을 베풀어 줄 수도 있고, 반대로 무자비하게 공격하기도 한다. 인간의 욕심을 버리고 모든 생명체가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자각만이라도 하게 된다면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많이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인간의 욕심’이 자연을 훼손시키고 인간을 고통 속으로 몰아간다. 자신의 편의와 욕심을 채우기 위한 모든 행동들이 결과적으로 자신을 힘들게 만든다. ‘순천자(順天子)는 흥하고, 역천자(逆天子)는 망한다’는 말이 있다. 자연에 순응하면 삶이 풍요로워지고, 역행하면 고통을 받는다는 의미다. 자연에 순응하는 방법은 자연과 인간, 모든 생명체가 공존한다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자신을 위해 자연과 생명체를 사랑하고 아끼며 공존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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