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20301
코스: n/a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6.155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어젯밤 12시를 기해 자가 격리가 해제되며 확인서를 받았다. 막상 확인서를 받으니 코로나 면제부를 받은 것 같다. 지난주 화요일 PCR 검사 이후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까지 단 한 발짝도 문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오직 안방에만 머물며 홀로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책도 제법 읽었고, 명상 수행도 했고, 좋은 강의와 음악도 들으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집중 수행을 하기 위해 사찰에 머무는 기간 외에 오직 한 곳에서만 머물며 지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독방에 지내며 책을 썼다는 사람들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할 일이 없기에 뭔가에 집중할 일이 필요할 것이다. 가끔 홀로 지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코로나 확진 후 일주일간의 상황을 복기해 보았다. 화요일 오전에 PCR 검사를 받았고, 수요일 오전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황했다. 주변에 물어봐서 담당 병원을 알게 되었고, 담당 의사와 통화해서 처방을 받고, 처방전이 전달된 약국에 아내가 가서 약을 찾아왔다. 역학 설문을 완료한 다음 날 보건소에서 전화가 와서 자가 격리 주의 사항을 알려주었다. 금요일에 비대면 진료 서비스 설치 방법 안내 카톡이 왔고, 저녁에 재택 치료 전담 병원 안내문을 받았다. 24시 응급콜 병원과 전화번호도 함께 안내되었다. 토요일 오전에 담담 간호사가 전화해서 산소포화도와 체온, 심박수를 측정 후 알려달라고 했는데, 측정기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오후에 측정기가 도착했다. 그 이후 하루에 두 번 전화를 받고 수치를 알려주었다. 물론 매일 두 번 전화가 오지는 않았다. 처리할 업무가 많고, 급증한 확진자들에 대한 대응을 모두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2월 28일 카톡이 와서 24시 부로 격리 해제된다는 안내문과 함께 필요시 심리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또한 격리 기간에 대한 생활지원비가 지원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그리고 해제 확인서를 보내왔다. 이 확인서를 동사무소에 제출하면 생활지원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정보가 제때 제공되지는 않았지만, 시스템은 갖춰진 느낌이다. 유관 기관끼리 협력 체계가 아직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고, 손발이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아침에 안방에서 벗어났다. 안방에서 일주일 간 머물며 제법 많은 짐이 생겼다. 좌복과 작은 상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태블릿 PC와 블루투스 스피커도 있고, 물 끓이는 커피 포트도 들어왔다. 물을 끓여 가습기 대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책도 몇 권 있고, 독서대도 있다. 휴대전화와 충전기도 있고, 약 봉투와 측정기도 있다. 제법 살림살이가 많다. 단 일주일 간 방 안에서 식구들과 분리되어 홀로 머무는데 필요한 짐들이 많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짐들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면 끔찍하기도 하다.
지난 일주일을 잠시 돌아보았다. 특히 생각과 마음이 많이 산만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휴대전화를 의미 없이 확인한다. 시도 때도 없이 휴대전화를 확인해 본다. 특별히 어떤 연락이 온 것이 아닌데도 자주 들여다보고, 앱을 하나하나씩 확인해 본다. 이런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돌려보면 아마 나의 행동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휴대전화를 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유튜브에 좋은 강의가 참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 개인적으로 유튜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부분 광고를 노린 부정확하고 선동적인 내용들이 가득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나만의 잘못된 편견이고 고집이었다. 들을만한 강의도 많았고, 음악도 다양하고 많다. 사람들이 검색을 할 때 포털 사이트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시대에 한참 뒤처진 생각을 갖고 있었다. 코로나 덕분에 좋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일주일 간 차분히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갖게 되었다. 불필요하게 분주한 생활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모임을 만들고 참석하기도 했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의 내부를 돌아볼 시간은 줄어들었다. 외부로 신경을 쓰는 동안 내부의 마음 밭은 거칠어졌고, 다듬어지지 않았다. 마음은 사소한 일로 시끄러웠다. 마음 밭이 정돈되면 외부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아도 되는데, 반대의 경우에는 사소한 외부 상황이 마음 밭을 온통 휘저어 놓는다. 외부로 향했던 마음을 내부로 돌리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한 시점이다. 자신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시선을 내부로 돌려야만 한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과 판단,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외부로 돌리는 동안 내부는 속 빈 강정이 되고, 내부로 돌리는 동안 겉모양과 상관없이 내부는 꽉 찬 모습으로 당당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 확진자가 없었는데, 이제 주변에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확산 속도가 빠르다. 코로나 확진자의 급증으로 사회 운영이 마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의료진도 모두 지쳐가고 있고, 경찰관과 소방수들도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남아있는 인력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산업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각 개인이 각자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확진자들은 보건소의 지침을 잘 따르며 빨리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이다. 코로나 방역 요원들, 보건소 직원들, 병원 의사와 간호사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 덕분에 편안하게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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