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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291] 걷기는 행복이다

by 걷고 2021. 10. 24.

날짜와 거리: 20211020 - 20211023 35km
코스: 서울 둘레길 양재에서 수서 외
평균 속도: 2.9km/h
누적거리: 5,178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정부에서 위드 코로나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가 물러간 것이 아니고, 일상 속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주어진 상황에서 좋은 방법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코로나 외에도 수많은 질병의 위험 속에서 살아간다. 독감이라는 바이러스도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고 ‘위드 독감’ 하기 위한 백신을 발견했기에 예방 주사를 맞으며 살고 있다. 바이러스 외에도 생명을 위협하는 많은 요인들이 있다. 바이러스나 다른 많은 위협 요인 속에서 살면서 그 위험 때문에 위축된 삶을 살아가느냐, 아니면 예방 원칙을 지키며 활기찬 삶을 살아가느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런 면에서 걷기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심신이 매우 건강한 사람들이다. 또한 걷기를 통해 면역력을 향상하며 같은 상황에서도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여나갈 수 있다. 바이러스와 질병은 면역력 약화로 인해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 걷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면역력 강화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모임 인원이 예방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서 8명으로 늘어났다. 카페에서도 모임 인원을 정부 지침에 따라 8명으로 정했다. 서울 둘레길 걷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오늘은 양재 시민의 숲에서 출발해서 수서역에서 끝나는 일정이다. 6명이 모여서 출발했다. 그중 2명은 근 1년 만에 만난 사람들이고, 한 명은 처음 만난 사람이고, 두 명은 최근에도 함께 걸었던 사람이다. 모두 코로나를 잘 이겨내며 아무 탈 없이 만나게 되어 무엇보다 반갑고 고맙고 즐겁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반갑고, 코로나를 잘 견디며 밝은 모습으로 나타난 길동무들을 보니 고맙고, 함께 걸으니 즐겁다. 확진자 수는 쉽게 줄지 않고,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꾸준히 발생하는데도 길동무들은 잘 견뎌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니 그저 좋을 뿐이다. 한 친구는 체중이 조금 늘어난 느낌인데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간 자전거를 타며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 왔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은 홀로 그리고 함께 꾸준히 걷고 있다고 한다. 위드 코로나를 정부에서 준비하기 전에도 이미 위드 코로나를 위한 준비를 각자 꾸준히 해 오고 있었다. 매우 건강하고 현명한 사람들이다.

하늘은 높고 맑다. 더위는 사라졌고 걷기에 아주 좋은 쾌적한 날씨다. 더위나 모기가 우리를 괴롭히지도 않고, 햇빛은 강하나 산속의 나무들이 그늘 터널을 만들어주며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다. 양재천을 지나 구룡산에 오른다. 처음에 오르막이 있어서 제법 땀도 흘리며 호흡을 몰아쉬기도 한다. 산속에 들어온 상쾌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산길을 걷는 즐거움이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행복은 지금-여기에서 느끼는 즐거운 기분이고 감정이다. 행복은 ‘어떤 상태’이지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태’는 늘 변한다. 그 변하는 것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열쇠이며, 동시에 행복은 오직 ‘지금-여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상태이다. 지금 걷고 있어서 행복하다. 지금 길동무들과 함께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아끼며 걷는 지금 이 상황이 행복하다. 걷기는 행복이다.

중간에 벤치에서 각자 준비해 온 음식물을 꺼내어 놓는다. 금방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한 친구가 음식을 아무 거리낌 없이 편하게 꺼내놓듯 우리 마음도 꺼내어 서로 보여주고 칭찬하며 격려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매우 의미 있는 좋은 말이다. 음식을 꺼내어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누어 주듯, 우리네 마음도 편안하게 꺼내어 보여주고 나누며 살 수 있다면 행복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보다 감추며 살아가는 편인 것 같다. 물론 자신의 장점과 부각하고 싶은 부분은 간혹 드러내기도 하지만, 단점이나 어려운 상황을 드러내는 것은 꺼리는 일이다. 하지만, 단점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 단점으로 인해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않게 되면서 자신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수용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인정하는 용기이며 수용을 통해 자신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수용은 나아가 타인의 장단점을 인정하면서 타인에 대해 깊고 넓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또한 단점을 감추기 위해 사용했던 불필요한 에너지와 노력을 자신의 창조성과 긍정적인 면을 발전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대모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중간에 우회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길은 사유지로 정부와 소유주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구간이다. 머리 없는 허수아비를 설치해 놓고 둘레길 걷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어 뉴스에도 나왔던 구간이다. 소유주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유주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자신이 힘들게 일해서 매입한 땅이니 정부에서도 길을 내어달라고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 현수막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사람 사는 곳에는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 홀로 성을 높게 쌓고 그 안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간다면 외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소유주가 이런 상태라는 말은 아니다. 옛 어른들은 집에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야 좋다고 말씀하셨다.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나야 된다는 말씀이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그 길이 다시 열리길 희망해 본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늘 가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한 길을 막은 덕분에 다른 길이 열려 새로운 즐거움을 선물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수서역에 도착해서 한 사람은 바로 귀가했고, 다섯 명은 뒤풀이를 하며 얘기를 이어간다. 한 분은 주식 전문가이고, 다른 한 분은 부동산 개발 및 컨설팅 전문가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내고, 질문에 답하며,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다. 자신의 것을 나눈다는 것은 나눈 만큼 자신의 몫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나눈 만큼 증가하게 된다. 나눔은 파이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나누는 만큼 그 크기가 늘어나는 것이다. 길을 걷는 것 역시 나눔이다. 아는 길을 함께 걸으며 그 길을 나누며 공유하는 것이다. 길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다. 찾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길은 더욱 길의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사람의 발길이 끊인 곳은 길이 아니고 그저 땅이거나 아니면 삭막한 사막일 뿐이다. 길을 걸으며 또 걷고 싶다. 사람들의 체취와 온기가 느껴지는 길을 걷고 싶다. 오늘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함께 길을 걸었다. 길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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