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을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도 해외 트레킹을 11일간 함께 하는 여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편으로는 가슴 설레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불안함도 느껴진다. 홀로 가는 것이 아니고 함께 가는 것이 주는 안도감과 편안함도 있지만, 반면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과 생각의 차이로 인한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다. 2024년 말 걷기에서 안나푸르나 트레킹 얘기가 나왔고, 그 당시 참가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동참 의사를 밝혀서 진행하기로 결정되었다. 걷자님꼐서 다양한 여행사와 자료, 지인을 통한 정보 수집을 한 후에 제안서를 준비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걷기 학교에 공지를 올려 15명이 참가하기로 결정되었다.
트레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해서 걷자님께는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여행사 대표가 일정 변경을 요청했기 때문에 발생한 변수였다. 이 트레킹에 참여하기 위해 회사와 휴가 일정을 사전 조율해 놓은 사람 입장에서는 무척 불편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또한 일정 변경은 여행사 대표에 대한 신뢰를 다소 떨어뜨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참가하는 사람들 나름대로 안나푸르나에 대한 조사와 자료 검색을 통해 이미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아는 만큼 궁금한 것도 많이 생긴다. 그 정보가 경우에 따라서는 여행사 대표가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르기도 하고, 준비 작업을 해온 걷자님의 정보와 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각자 검색해서 알고 있는 정보는 대부분 자신의 필요에 의한 정보이고, 자신의 편리를 도모하기 위한 정보이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보편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정보를 찾고 조사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미리 알고 있는 정보로 인해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설명회를 준비했고, 여행사 대표가 방문 헤서 설명회 시간을 가졌다. 걷자님과 본각님 부부가 장소와 음료를 제공해 주었고, 참석하는 사람들이 간식을 준비해 와서 오손도손하게 앉아 즐거운 설명회 시간을 가졌다. 여행사 대표의 설명회 방식은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소 달랐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다. 애초에 기대했던 잘 정리되고 세련된 설명회는 아니었지만, 투박하고 두서없이 얘기하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신뢰가 갔다. 그리고 그가 단순히 수입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끝까지 책임지고 우리와 함께 동행하며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에 잘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나의 사적인 판단일 뿐이다.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아 여행 사업을 하고 있기에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다른 여행사들과 비교를 해 봐도 그가 제시한 금액은 매우 파격적이다. 그렇다고 그가 제시한 트레킹 상품의 질이 다른 여행사와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 거 같다.
트레킹 코스도 같고, 롯지의 상황도 같고, 포터와 쿡, 가이드를 동반하는 것도 다른 여행사들과 같은 상황이다. 차이가 있다면 항공편과 카트만두 숙소 정도일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카트만두에 도착하면 되고, 하루 이틀 숙소에 머무는데 따뜻한 물과 편히 잘 수 있는 숙소만 있으면 된다. 굳이 호화스러운 숙소에 머물 필요도 없다. 트레킹 자체가 일상의 안락함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 자신을 던지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민낯을 보고 성찰하며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 트레킹 아닌가? 그 변화의 힘으로 일상으로 복귀해서 똑같은 상황에서 예전과는 다른 판단과 대응을 하며 삶을 긍정적이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트레킹 아닌가? 여행 일정, 트레킹, 숙소, 항공편 등 모든 것은 여행사가 알아서 준비해 준다. 또한 여행사 대표가 전 일정 우리와 함께 하며 필요한 사항을 알려주고 도와준다. 우리가 할 일은 각자 필요한 물품 잘 챙기고, 건강하고 즐겁게 걸으면 된다. 걷는 것 외에 신경 쓸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 자체가 이미 5성급 트레킹이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여행사 대표가 필요한 것을 알려줄 것이고, 우리가 할 일을 시기적절하게 알려줄 것이다. 그의 요구나 요청, 또는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어차피 단체 여행에서 우리는 전반적인 준비 과정이나 일정에서는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트레킹을 하면서 우리는 능동적이 되어야 하고, 자신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자신의 발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정 부분 수동적이 되는 이유는 오직 우리의 편의를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 또한 능동적인 수동형 방식이다. 그렇다고 우리네 삶이 수동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트레킹 자체다. 트레킹은 오직 자신만이 스스로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다.
길을 걸으며 배운 것 중 하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늘 반복되게 자신을 괴롭혔던 것 중 하나는 내가 원하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계약 수주가 안 되거나, 사람들이 내 뜻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안 이루어지거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거나, 싫어하는 상황을 마주치거나, 만나기 불편한 사람을 만나거나 등등. 이 모든 것은 ‘나’가 있고, 그 ‘나’의 욕심 때문이었다. 욕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화가 난다. 욕심의 원인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근데 그 ‘나’는 시시각각 변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싫어지기도 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지기도 한다. 바르게 살기도 하고, 때로는 유혹에 넘어가 실수를 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 ‘나’일까? 오렌 세월 다양한 경험과 실수를 통해 배운 것이 바로 ‘상황을 수용하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모든 상황은 나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이 사실만 알게 되어도 불편한 상황과 사람을 만나도 조금 쉽게 그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예상치 못한 많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날씨가, 항공편이나 교통편이, 식사가, 몸 건강 상태가, 함께 간 동료들과의 관계가, 낯 설은 환경 등이 우리를 괴롭힐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특히 고산병이나 추위가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어진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며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을 잘 지켜보고 알아차리며 수행의 방편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더없이 좋은 수행 환경이다. 모든 사람이 부처님이고, 모든 상황이 스승이고, 모든 환경이 법당이다. 직접 준비 작업에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괜한 책임감 때문에 다소 마음이 무거운 적도, 불편한 적도 있었다. 이 글을 쓰며 그 마음을 모두 흘려보내고, 수행하는 자세로 주어진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며 지낼 것이다. 모두 건강하고 의미 있는 트레킹이 될 수 있도록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즐겁고 건강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마음 모아 주실 것을 간곡하게 당부드린다.
그간 준비하느라 마음고생 많이 하시고 애써주신 걷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덕분에 멋진 트레킹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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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트레킹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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