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란 무엇일까? 꽤 오랜 기간 걷기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늘 써 오던 후기다. 하지만 갑자기 이 질문이 떠오른다. 돌아보니 후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고, 후기를 통해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려는 시도도 많았다.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드러내고 싶은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을 보니 이제는 양가감정에서 조금은 벗어나 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생겼나 보다. 그래서 이번 후기는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쓰고 싶다. 후기는 말 그대로 다녀온 과정, 상황, 생각, 보고 느낀 점을 기록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 후기를 통해 누구와 언제 어디를 다녀왔고, 그때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를 생각하며 그때가 좋았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번 길의 추억과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후기를 써야겠다.
전반적으로 무리한 일정이었다. 코리아둘레길 어플인 두루누비를 따라가느라 전체 거리를 측정하지 못했다. 두루누비에 나온 거리는 실제 걸은 거리와 조금 차이가 있는 거 같다. 핸드폰에 깔려있는 ‘헬스’에 등록된 기록을 확인해 보았다. 23일 25.9km, 24일 37.66km, 25일 23.31km로 2박 3일간 걸은 거리가 86.67km에 달한다. 집에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거리까지 포함된 거리지만, 이 거리를 제한다고 해도 족히 85km는 된다. 해파랑길 31코스에서 35코스까지 다섯 구간을 걸었다. 첫날은 삼척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로 이동 후 11시 넘어 걸었고, 둘째 날은 아침 7시 반경부터 걸어서 오후 5시 반까지 걸었고, 마지막 날은 아침 7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걸었다. 2박 3일이라고 하지만, 실제 걸은 날은 이틀에 불과하다. 참 많이 걸었다. 한 사람은 발목이 아프고, 한 사람은 발가락이 아프고, 한 사람은 무릎이 아프지만 다른 사람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 자신의 짐과 고통을 안고 묵묵히 걸었다. 참 대단한 친구들이다.
첫날은 삼척버스터미널에서 궁촌 레일바이크까지 버스로 이동 후 걷기 시작해서 결국 도착한 곳이 바로 삼척버스터미널 부근 숙소다. 원점회귀한 꼴이다. 그 얘기를 하며 서로 얼굴울 보고 한바탕 웃는다. 그 웃음이 무척 통쾌하다. 다시 돌아올 길을 왜 걸었는가라는 질문보다는 걸었다는 사실이 훨씬 더 의미가 있다. 걷기 전과후의 지점은 같은 위치지만 우리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위치에 서있다. 걸은 만큼 우리는 변했다. 길을 경험했고, 추억을 쌓았고, 원점회귀 후 웃었다. 걷기 전에는 삼척버스 터미널을 보고 웃을 일이 없었다. 하지만, 걷고 나니 웃을 일이 생겼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둘째 날 아침은 제법 추웠다. 하지만 바람은 없었다.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차가운 날씨는 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매서운 날씨는 오히려 상쾌하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바람의 화원 전망대에 서서 바다를 본다. 어부가 바다에 일을 하러 나가면 집안의 부인은 그 전망대에 올라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아름답기보다는 오히려 아리다. 목숨 걸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부의 마음과 남편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부인의 마음이 어우러져 아리다. 해안가를 걷는데 멋진 파라솔이 펼쳐져있다. 그냥 갈 수 없다며 맥주를 사 와 한잔 마시며 장소에 어울리는 즐거움을 맛본다. 멋을 아는 친구들이다. 추암 촛대바위에 오르는 길을 조성해 놓았다. 덕분에 조금 돌아가고 계단을 올라간다. 이제는 계단이 싫다. 평지만 걷고 싶다. 평지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계단과 오르막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다면 즐길 수밖에.
대진항과 망상항 중간 지점에 숙소를 잡았다. 부근에 한식 뷔페식당만 하나 있다. 음식은 맛있다. 하지만 한잔 할 분위기는 아니다. 숙소 도착 전 대진항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를 미리 준비해 저녁 식사 후의 계획을 알차게 준비한다. 어떤 일도 허투루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걷는 일도, 술 마시는 일도, 회비 사용하는 일도, 서로를 챙기고 배려하는 것도.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바닷물을 모조리 마실 필요가 없다. 한 스푼만 마셔보면 알 수 있다. 함께 걸은 친구들의 모습도 한 가지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참 빈틈없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단지 서로의 표현방법만 다를 뿐이다. 술 한잔 마시며 마음속 얘기를 꺼낸다. 친구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자신의 마음 보따리를 풀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서로를 위한 얘기를 나눈다. 참 보기 좋은 모습이다. 이런 모습 때문에 또는 이런 모습이 보고 싶어서 걷는지 모르겠다. 길을 걸으며 서로 마음의 다리를 만든다. 그리고 그 다리를 통해 오고 가며 친분을 쌓고, 신뢰를 쌓고, 정을 쌓는다. 우리가 걷는 이유다.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출발하는데 벌써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조금 우울하다. 하지만 이 우울감은 다음에 만나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변한다. 따라서 걷기는 희망이다. 길이 있고, 함께 걸을 친구가 있고, 길을 걸으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 희망이 생기면 우울감은 저절로 사라진다. 빛이 나타나면 어둠이 물러가듯. 날씨는 춥지 않지만 바람이 거세다. 오늘 걸을 길을 잊지 말라고 길이 주는 선물이다. 길은 날씨와 다양한 모습과 풍경으로 우리에게 추억을 선물한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해파랑길 35코스 걸었던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35코스 후반에 강릉 바우길과 만났다. 강릉에 들어왔다. 강릉바우길은 아주 멋진 산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섞인 편안하고 아늑한 길이다. 이번에 걸은 해파랑길 구간은 대부분 도로를 걷거나 해안가를 걷는다. 발의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걷기의 마지막날 마지막 코스에 멋진 바우길을 만나며 발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정동진 역에 도착했다. 이번 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서운하다. 친구들과 헤어짐이 서운하고, 이 길과 헤어짐도 서운하다. 그리고 다시 만날 희망을 안고 서운함을 달랜다. 서운함을 달래는 데에는 술 한잔이 빠질 수 없다. “술!”을 힘차게 외치고 건배하며 아무 사고 없이 길을 마친 친구들끼리 서로 감사함을 전한다. 건배 한 잔으로 모든 피로는 녹아나고, 이미 과거가 된 걸었던 길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이라는 희망을 안고 아쉬움을 달래며 헤어진다. 친구들! 다음에 다시 만나요. 고맙고 사랑합니다.
전반적으로 무리한 일정이었다. 코리아둘레길 어플인 두루누비를 따라가느라 전체 거리를 측정하지 못했다. 두루누비에 나온 거리는 실제 걸은 거리와 조금 차이가 있는 거 같다. 핸드폰에 깔려있는 ‘헬스’에 등록된 기록을 확인해 보았다. 23일 25.9km, 24일 37.66km, 25일 23.31km로 2박 3일간 걸은 거리가 86.67km에 달한다. 집에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거리까지 포함된 거리지만, 이 거리를 제한다고 해도 족히 85km는 된다. 해파랑길 31코스에서 35코스까지 다섯 구간을 걸었다. 첫날은 삼척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로 이동 후 11시 넘어 걸었고, 둘째 날은 아침 7시 반경부터 걸어서 오후 5시 반까지 걸었고, 마지막 날은 아침 7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걸었다. 2박 3일이라고 하지만, 실제 걸은 날은 이틀에 불과하다. 참 많이 걸었다. 한 사람은 발목이 아프고, 한 사람은 발가락이 아프고, 한 사람은 무릎이 아프지만 다른 사람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 자신의 짐과 고통을 안고 묵묵히 걸었다. 참 대단한 친구들이다.
첫날은 삼척버스터미널에서 궁촌 레일바이크까지 버스로 이동 후 걷기 시작해서 결국 도착한 곳이 바로 삼척버스터미널 부근 숙소다. 원점회귀한 꼴이다. 그 얘기를 하며 서로 얼굴울 보고 한바탕 웃는다. 그 웃음이 무척 통쾌하다. 다시 돌아올 길을 왜 걸었는가라는 질문보다는 걸었다는 사실이 훨씬 더 의미가 있다. 걷기 전과후의 지점은 같은 위치지만 우리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위치에 서있다. 걸은 만큼 우리는 변했다. 길을 경험했고, 추억을 쌓았고, 원점회귀 후 웃었다. 걷기 전에는 삼척버스 터미널을 보고 웃을 일이 없었다. 하지만, 걷고 나니 웃을 일이 생겼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둘째 날 아침은 제법 추웠다. 하지만 바람은 없었다.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차가운 날씨는 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매서운 날씨는 오히려 상쾌하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바람의 화원 전망대에 서서 바다를 본다. 어부가 바다에 일을 하러 나가면 집안의 부인은 그 전망대에 올라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아름답기보다는 오히려 아리다. 목숨 걸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부의 마음과 남편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부인의 마음이 어우러져 아리다. 해안가를 걷는데 멋진 파라솔이 펼쳐져있다. 그냥 갈 수 없다며 맥주를 사 와 한잔 마시며 장소에 어울리는 즐거움을 맛본다. 멋을 아는 친구들이다. 추암 촛대바위에 오르는 길을 조성해 놓았다. 덕분에 조금 돌아가고 계단을 올라간다. 이제는 계단이 싫다. 평지만 걷고 싶다. 평지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계단과 오르막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다면 즐길 수밖에.
대진항과 망상항 중간 지점에 숙소를 잡았다. 부근에 한식 뷔페식당만 하나 있다. 음식은 맛있다. 하지만 한잔 할 분위기는 아니다. 숙소 도착 전 대진항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를 미리 준비해 저녁 식사 후의 계획을 알차게 준비한다. 어떤 일도 허투루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걷는 일도, 술 마시는 일도, 회비 사용하는 일도, 서로를 챙기고 배려하는 것도.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바닷물을 모조리 마실 필요가 없다. 한 스푼만 마셔보면 알 수 있다. 함께 걸은 친구들의 모습도 한 가지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참 빈틈없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단지 서로의 표현방법만 다를 뿐이다. 술 한잔 마시며 마음속 얘기를 꺼낸다. 친구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자신의 마음 보따리를 풀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서로를 위한 얘기를 나눈다. 참 보기 좋은 모습이다. 이런 모습 때문에 또는 이런 모습이 보고 싶어서 걷는지 모르겠다. 길을 걸으며 서로 마음의 다리를 만든다. 그리고 그 다리를 통해 오고 가며 친분을 쌓고, 신뢰를 쌓고, 정을 쌓는다. 우리가 걷는 이유다.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출발하는데 벌써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조금 우울하다. 하지만 이 우울감은 다음에 만나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변한다. 따라서 걷기는 희망이다. 길이 있고, 함께 걸을 친구가 있고, 길을 걸으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 희망이 생기면 우울감은 저절로 사라진다. 빛이 나타나면 어둠이 물러가듯. 날씨는 춥지 않지만 바람이 거세다. 오늘 걸을 길을 잊지 말라고 길이 주는 선물이다. 길은 날씨와 다양한 모습과 풍경으로 우리에게 추억을 선물한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해파랑길 35코스 걸었던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35코스 후반에 강릉 바우길과 만났다. 강릉에 들어왔다. 강릉바우길은 아주 멋진 산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섞인 편안하고 아늑한 길이다. 이번에 걸은 해파랑길 구간은 대부분 도로를 걷거나 해안가를 걷는다. 발의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걷기의 마지막날 마지막 코스에 멋진 바우길을 만나며 발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정동진 역에 도착했다. 이번 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서운하다. 친구들과 헤어짐이 서운하고, 이 길과 헤어짐도 서운하다. 그리고 다시 만날 희망을 안고 서운함을 달랜다. 서운함을 달래는 데에는 술 한잔이 빠질 수 없다. “술!”을 힘차게 외치고 건배하며 아무 사고 없이 길을 마친 친구들끼리 서로 감사함을 전한다. 건배 한 잔으로 모든 피로는 녹아나고, 이미 과거가 된 걸었던 길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이라는 희망을 안고 아쉬움을 달래며 헤어진다. 친구들! 다음에 다시 만나요.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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