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작가가 되었죠?’ 그는 자신이 스스로를 작가라고 불렀을 때, 진짜 작가가 되었다고 대답했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좀 더 구체적인 단계나 공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프레스필드는 이렇게 주장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은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나를 누구라고 말할 때 비로소 그 사람이 되는 거예요.’ ( <이제, 글쓰기> You are a Writer, 제프 고인즈 지음)
이 글을 읽으며 뒤통수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스스로 작가라고 말하는 것을 민망해하고 선뜻 얘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총 네 권의 책을 발간했음에도 스스로 작가라고 인정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출판사에서 먼저 책을 출간하자고 제안한 적이 없었고, 출간 기회서를 제줄 했을 때 책을 발간하겠다는 출판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권은 반기획 출판으로 발간 비용 일부를 지불하고 만든 책이다. 한 권은 자가 출판 플랫폼에서 무료로 발간한 책이고, 두 권은 전자책으로 발간했다. 출판사에서 먼저 책을 발간하자고 제안해서 발간된 책이 있어야만 비로소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스스로 만든 기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읽은 책을 통해 그 기준을 바꾸게 되었다.
“스스로 작가라고 불렀을 때 진짜 작가가 되었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스스로 작가라고 부르지도 않았고, 누가 작가라고 부르면 민망해하고 불편했다. 가끔 내가 쓴 책을 갖고 와서 저자 사인을 부탁하면 민망해서 숨고 싶거나 어쩔 줄 몰라했다. 그래서 사인을 할 때 그 사람에게 적합한 간단한 글과 함께 사인을 하지 못하고 대충 얼렁뚱땅 해치우듯이 했다. 사인을 할 수 있는 작가라고 스스로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인을 부탁한 사람들에게 미안함과 약간의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직접 쓴 글이고 그 글로 만들어진 책이지만 스스로 작가라고 인정하지 못하고 그런 마음으로 독자를 대했다.
이제 그 생각을 바꾸려고 한다. 약 7년 이상 매주 서녀편의 글을 쓰며 1,000편 이상의 글을 써왔다. 총 네 권의 책을 발간했다. 아주 가끔 잡지사에서 기고 요청이 들어와 글을 쓰기도 했고, 구청 신문 기자로도 활동했다. 다양한 SNS에 글을 올리고 있다. 흔히든 SNS는 품앗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SNS에 방문에서 댓글을 쓰고 인사를 하면 상대방이 나의 SNS에 ‘좋아요’를 누르는 방식이다. 단순히 조회수나 구독자 수를 늘리는 품앗이 방식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구독자 수를 신경 쓰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고 지금도 쓰고 있다.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며 다양한 카테고리의 글을 쓰고 있다. 대부분 ‘걷기’에 관련된 글이다. 나만의 브랜드와 정체성을 갖고 있다. 다행스럽게 ‘걷고’라는 필명은 나의 브랜드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책을 읽고 생각을 바꾼 후 SNS의 소개글을 바꿨다. “걷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상담심리사”에서 “작가, 걷고의 걷기학교 교장, 상담심리사”로 변경했다. 이제는 나 스스로 작가라고 인정하고 싶다. 어제 읽었던 책이 준 영향력 덕분이다.
책에 나온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을 메모해서 보관하고 있다. “진솔한 이야기, 자기 글에 대한 자신감, 핵심 외의 부분 과감히 제거, 좋은 글은 퇴고에서 탄생, 유명세보다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나 작업이 아니고 소명이다. 글에 대한 피드백이나 비판을 수용하라, 편집자의 눈으로, 글쓰기를 사랑하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글을 올려라, 글 쓰는 사람 그리고 편집자와의 관계형성 등”
책을 읽으며 앞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 글 쓰는 사람과의 관계형성이다. 브런치 작가들은 서로의 글을 읽으며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며 소통한다. 나는 이런 소통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내왔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공부도 하고 소통도 할 생각이다. ‘마음챙김 걷기’ 원고를 쓴 후 두 분에게 내용 검토를 부탁드린 덕분에 나쁜 글쓰기 습관을 알게 되어 지금 스스로 교정 중에 있다. 그리고 한 분은 요즘도 꾸준히 피드백을 해 주고 있다. 고맙다. 그분 덕분에 퇴고를 좀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하고 있다. 수정을 반복하면 할수록 글을 탄탄해지고 편안해진다. 지금 글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자유로워졌고 편안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글쓰기도 편해졌다.
글을 꾸준히 쓴 덕분에 밴드 페이지의 구독자가 3,000명이 넘는다. 브런치 구독자 수도 315명이고, 걷기학교 밴드에는 회원수가 천천히 늘어나고 있다. 걷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면서 나의 글을 읽은 후 가입한 사람들도 많다. 비록 출판계에서 인정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나의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가끔 글을 통해 위안을 받았거나 도움이 되었다는 댓글을 읽게 되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글을 써야겠다는 사명감도 느낀다. 하지만, 그 사명감은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고, 오히려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된다.
스스로 작가라고 인정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글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쓰라고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법정 스님께서는 자신의 말씀에 대해서는 100% 책임질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글에 대해서는 200% 책임질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 역시 이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말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뜻이 잘못 전달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말하는 것이 쉽지 않고,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솔직한 글을 쓰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비록 나의 글과 삶이 일치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글을 쓸 때의 마음은 글과 일치한다. 거칠거나 불편한 표현은 수정 과정을 통해 정제되지만, 전반적인 글의 내용과 표현은 그 글을 쓰는 당시의 마음과 일치한다. 나의 글을 읽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글이 읽기 편하고 진솔해서 좋다.” 독자의 이러한 피드백은 글 쓰는데 원동력이 되고, 동시에 글 쓰는 마음을 가다듬게 만들어준다.
“나는 작가다.” 오늘부로 나를 작가라고 부르고 작가임을 선언한다. 나 자신에게 하는 선언문이다. 그리고 작가가 되었으니 작가로서 소명감과 자신감을 갖고 진솔한 글을 쓰면 된다. 그게 작가의 할 일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작가로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단지 작가로서 자신을 인정하고 못하느냐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걷기 동호회에서 만나 가끔 글쓰기에 관해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는 길벗인 작가가 있다. ‘1,000편의 글’을 브런치에 쓴 후 보냈다. 그 작가의 답글이 마음속에 내내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행복하시면 그 마음이 독자들에게 전달됩니다.” 앞으로 써나갈 글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고맙다. 걸으면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한 마음을 글로 쓴다. 나는 걸으며 글을 쓰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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