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걷기란 무엇일까? 걸으며 마음을 챙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챙기다’의 사전적 정의는 ‘필요한 물건을 찾아서 갖추어 놓거나 무엇을 빠뜨리지 않았는지 살피다.’이다. 마음챙김은 ‘지금-여기’에서 하고 있는 일과 자신의 생각과 마음이 멀어지고 있는지 살피고 챙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살피는 것은 알아차림이고 챙기는 것은 멀어진 마음을 다시 되찾아 오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챙김의 정의는 ‘지금-여기’ 늘 깨어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알아차리고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지금’이라는 시점(x)과 ‘여기’라는 공간(y)이 만나는 지점에서만 할 수 있다. 어떤 행동과 생각도 ‘지금-여기’를 벗어난다면 이는 이미 마음챙김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깨어있는 상태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인식하는 메타인지가 작용하는 상태다. 메타인지란 인식 과정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판단하는 정신작용으로 ‘인식에 대한 인식’, ‘생각에 대한 생각’을 의미한다. 깨어있는 상태가 유지되어야만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아차림 할 수 있다. 집중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온몸과 마음을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챙김 걷기는 길을 걸으며 자신이 걷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감각으로 변환시켜 지금-여기로 돌아오며, 걸으며 느껴지는 감각을 인식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생각과 감각은 상존하지 못한다.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감각은 사라지고, 감각을 느끼면 생각은 멀어진다. 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상념들이 떠오른다. 업무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 가정의 불화와 어려운 상황, 대인관계에서의 불편함, 의미 없는 미래에 대한 망상과 꿈, 빨리 끝나고 쉬고 싶다는 생각, 뒤풀이를 기대하며 먹고 싶고 마시고 싶다는 허기와 갈증 등등. 이런 생각이 떠오를 때 이미 몸과 마음의 분리가 시작된다. 알아차림을 하지 못한다면 생각의 연결고리는 끊임없이 이어져 자신이 걷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된다. 몸은 걷고 있지만 마음은 딴짓을 하고 있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없다면 허깨비에 불과하고, 마음이 있는 곳에 몸이 없다면 귀신과 다름없다.
마음챙김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이 한 곳에 머물 수 있게 되고, 생각과 잡념을 몸의 감각으로 변환시켜 망상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 그 생각을 빨리 알아차리고 걷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금-여기’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면 된다. 발의 감각, 몸의 촉각, 자연의 소리를 듣는 청각, 자연을 감상하는 시각 등을 통해 ‘지금-여기’로 돌아올 수 있다. 생각이 감각으로 변환되기 위해서 알아차림이 필요하고, 알아차림 후 감각을 느끼면 그 감각에 집중하며 걸으면 된다. 생각에서 해방되어. 몸의 감각을 느끼고, 그 감각에 집중해서 걷는 것이 마음챙김 걷기다. 몸의 감각을 느끼는 순간 몸과 자신은 하나가 된다. 따라서 자기 ego는 사라지고 오직 걷고 있는 자신 Self만 존재한다. ego가 사라지면 차별심이 저절로 사라진다. 너와 나의 구별이 사라지고, 좋고 싫음의 차별이 사라지고, 사랑과 미움도 사라진다. 결국 마음챙김 걷기는 수행이다. 수행의 목적은 일상의 평온함을 얻기 위해서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무심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수행을 한다.
걸으며 떠오르는 생각들은 대부분 무의미한 것일 가능성이 높고, 그런 무의미한 생각에 빠져 사느라 정작 중요한 현실인 ‘지금-여기’를 놓치고 살아간다. 또한 ‘궁리 끝에 악심 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생각에 빠지다 보면 대부분 부정적인 결론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불안이 가중되고,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쓸데없는 망상과 상상을 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아간다. 마음챙김 걷기를 통해 ‘지금-여기’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지금-여기’에서 집중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망상과 잡념에서 벗어나 현실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그동안 우리가 경험하고 느끼고 살아왔던 모든 것들의 종합결과물이다. 이런 생각과 마음은 나름의 방향성을 갖고 있고, 지금까지 살아온 방향대로 이끌고 가는 힘이 있다. 일종의 관성이다. 이 관성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바로 마음챙김이며, 마음챙김 연습을 통해 기존의 습관화된 패턴에서 탈피해 새로운 선택과 결정을 하며 자신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걷기는 일상에서 늘 필요한 행위다. 업무를 위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우리는 이동을 하고, 이동을 하는데 걷기는 매우 필요한 행위다. 늘 하고 있는 걷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면 굳이 마음챙김 걷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마음챙김 걷기의 목적은 일상의 소란함으로 가득한 마음을 비우는 것이며, 호흡에 집중하며 현재 이 순간에서 삶을 발견하는 것이며, 걸을 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저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깨어있고,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의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 (걷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나에게 힘이 되는 마음챙김 걷기, 애덤 포드 저)
애덤 포드가 생각하는 마음챙김 걷기가 나의 생각과 일치한다. 길을 걸으며 일상의 생각에 빠져 걷는다면 침묵한다며 마음속으로는 수많은 말을 하는 것과 같다. 걷는 시간은 오직 걷기에 집중하며 걸으면 된다. 이미 걷기 위해 집을 나섰으니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신을 구속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마음속 목소리가 자신을 괴롭히는 유일한 귀찮은 존재다. 그 목소리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 바로 몸의 감각에 집중하거나 애덤 포드의 말처럼 호흡에 집중하며 걷는 것이다. 걸으면 느껴지는 몸의 감각을 느끼고 집중하면 된다. 굳이 어떤 것을 느끼려 할 필요가 없다. 무언가를 느끼려 한다면 이는 이미 생각이 개입된 것이다. 그냥 순수하게 ‘지금-여기’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느끼면 된다. 발의 온기, 지면과의 접점에서 느껴지는 감각, 들리는 소리, 보이는 풍경 등 수많은 감각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생각이 떠오를 때 빨리 알아차리고 감각으로 변화시키면 생각은 저절로 사라진다.
마음챙김 걷기의 다른 방법은 호흡에 집중하며 걷는 것이다. 이 방법은 단지 걸을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일상 속 어떤 일을 하든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이다. 호흡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죽은 목숨이다. 호흡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이어진다. 다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들숨과 날숨 하는 순간에 코끝이나 코 주변에서 느껴지는 바람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바람의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때로는 감각이 무겁고 거칠게 느껴질 때도 있고, 매우 가볍고 부드럽게 느껴질 때도 있고, 약간 따뜻하거나 시원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어떤 감각이든 호흡하며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며 걸으면 된다. 걷다가 다른 생각이 떠오를 때, 빨리 알아차리고 조용히 호흡으로 돌아오면 된다. 생각을 물리치려 싸우는 것은 매우 우매한 짓이다. 싸움을 하면 할수록 생각의 힘은 더 커진다.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후 바로 호흡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
마음챙김 걷기의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걸으며 어떤 생각이 떠오르거나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다면 빨리 알아차리고 지금 하고 있는 걷기로 돌아오면 된다. 몸의 감각을 통해 돌아올 수도 있고, 호흡을 통해 돌아올 수도 있다. 알아차림의 힘이 필요하고, 알아차림은 집중을 통해 증장될 수 있다. 집중이 잘되면 알아차림이 잘 되고, 알아차림이 잘 되면 집중이 잘 된다. 생각과 마음의 소란함을 몸의 감각과 호흡을 통해 고요하게 만들고 ‘지금-여기’에서 하고 있는 걷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이 마음챙김 걷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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