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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190] 고엔카의위빳사나명상 2

by 걷고 2021. 3. 17.

날짜와 거리: 20210316 12km  

코스: 불광천 – 문화비축기지 – 난지천 공원 – 노을공원주변길 – 월드컵공원 – 불광천

평균 속도: 4.5km

누적거리: 3,437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루틴이 제법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기상 후 1시간 정도 명상을 한다. 8시경 식사를 하고 신문을 본 후에 9시경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쓴 글을 sns에 업로드하면 11시 30분쯤 된다. 1시까지 책을 읽고 난 후에 점심을 먹고, 2시경 걷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2시간 정도 걷고 돌아오면 4시 반이 조금 지난다. 샤워 후 휴식을 취하며 TV를 보거나 아내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 취침 시간이 된다. 이런 규칙적이고 단순한 삶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습관이 변화된 것이다. 가끔 한 두 가지 일을 보기 위해 외출을 하기도 한다. 그때는 상황에 맞게 일정을 조절하며 무리하지 않고 편안한 생활을 한다. 반드시 무엇을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없다. 그냥 주어진 상황에 맞춰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 할 일이란 것이 어떤 생산적인 것일 필요조차도 없다. 그냥 할 거리, 놀 거리, 일 거리,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삶 속에서 고통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거나, 원하지 않는 것을 맞이할 때이다. 이런 것을 추구하는 누군가가 있다. 우리는 그 ‘누군가’가 바로 ‘자신’이라고 착각을 한다. 그리고 그 ‘자신’이라는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실체의 욕구에 맞춰 생활하고 있다. 희한한 사실은 동일한 상황에서도 그 실체라는 ‘자신’은 매 순간 다른 반응을 한다. 반응하는 방식이 수백 가지나 될 수도 있다. 고정적인 실체는 하나인데, 동일한 자극에 수백 가지로 반응한다면, 과연 그 실체는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그 ‘누군가’는 누구일까? 

 

자극과 반응의 연속이 우리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 자극에 따라 반응하게 되고, 그 반응 방식이 강화되면서 일정한 언행과 사고의 패턴이 생긴다. 그리고 그 패턴대로 하는 것을 ‘자기’라고 생각한다. 외부 자극을 받게 되면 무의식 속에 묻혀있던 과거의 경험과 기억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그 반응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지금의 자신’이 내린 결정이 아니고 ‘과거의 자신’이 내린 결정에 따라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과 관련된 일련의 기억과 경험이 떠오르며 그에 따른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 사건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고, 과거라는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동일한 상황에서 다르게 반응하는 자신의 습관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자극은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변화시키기 위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 2’를 읽었다. 고엔카 선생님의 법문과 죽음을 맞이한 위빳사나 수행자들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고엔카 선생님은 세계적인 위빳사나 명상 지도자로 전 세계에 200 여 곳에 고엔카 명상 센터를 만들고 지도하신 분이다. ‘담마 코리아’라는 고엔카 명상 센터의 한국 분원이 전북 진안에 있다. 약 2년 전에 ‘담마 코리아 10일 명상 코스’를 다녀왔다. 이 책을 읽으며 그때 수행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수행 방법에 대한 이해를 좀 더 깊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고마운 일이다. 명상 코스에서 진행하는 수행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다.

 

 “명상 코스에서는 세 단계로 훈련합니다. 첫째, 다른 사람들의 평화와 조화를 방해하는 말이나 행동을 삼가야 합니다. 도덕규범은 수행에 필수적인 첫걸음입니다. 둘째, 난폭한 마음을 하나의 대상, 즉 호흡에 고정되도록 훈련시킴으로써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자연적인 호흡을 있는 그대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대로 관찰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마음-물질 현상이 감각으로 드러나는 것을 내면에서 체계적이고 냉정하게 관찰함으로써 자신의 실상을 경험합니다. 이것이 붓다 가르침의 핵심으로, 이는 자기 관찰에 의한 자기 정화입니다.” (본문 중에서)

 

 자극에 대해 자동적이고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대신에 그 자극을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서 부정적인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다. 자극에 대해 판단과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면 자극과 반응 사이에 간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간격을 활용해서 예전과는 다른 반응을 만들어 내며 새로운 반응 방식을 강화하여 긍정적인 습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반응하려는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지금의 경험과 사건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과거의 자신’이 내린 결정이다. 지금-여기에 살고 있는 자신에게 ‘과거의 자신’이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노예와 포로로 살고 있는 것이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지금의 자기’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여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현재의 자신이 결정을 내리고 판단해야만 한다. 그 방식이 바로 지금 발생하는 자극을 비판단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다. 

 

 위빳사나를 통해서 무상을 체득하게 된다. 자극에 반응하지 않고 비판단적으로 바라보면 그 자극은 변하기 시작한다. 가렵다고 느낄 때 바로 긁는 자동적 반응 대신에 그 부위를 비판단적으로 관찰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상(無常)의 진리를 체득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 무상의 진리다. 지금 받고 있는 고통과 즐거움도 언젠가는 변하는 무상의 진리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고통을 빨리 벗어나려고 하거나, 즐거움을 오랫동안 유지하려고 하는 욕심 때문이다. 경험과 기억으로 이루어진 ‘자신’이라는 무상한 존재를 실체가 있는 존재로 느끼고 유지하려는 집착이 우리를 고통 속에 살게 만든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무상의 진리와 존재의 실체가 없다는 무아 (無我)의 진리를 알게 되면 괴로움의 사슬은 저절로 풀리게 되어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공부 방법에 대한 확신이 들면서 그간 게을렀던 수행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귀한 책과의 귀한 인연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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