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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366] 개인 상담 시작하다

by 걷고 2022. 4. 28.

날짜와 거리: 20220427 - 20220428 10km
코스: 일상 속 걷기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6.652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어제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걷기 동호회 회원들이 이건희 컬렉션을 보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에 모였다는 얘기를 듣고 동참해서 같이 관람했다. 비록 미술을 보는 미적 감각이나 지식이 전혀 없지만, 작품 중 몇 가지는 강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무엇보다 가장 강한 느낌을 받은 작품은 김기창 화백의 ‘군마도(群馬圖)’였다. 여러 마리의 말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마치 말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렬했다. 사전 지식이나 공부를 하고 갔더라면 훨씬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길동무들 덕분에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지만, 모르는 만큼 느낌대로 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2년 전에 상담센터에서 개인 상담을 받았던 내담자가 다시 상담을 받고 싶다고 며칠 전에 연락해 왔다. 반갑고 고맙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상담을 다시 받고 싶다는 얘기는 지금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이기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2년 전에 상담을 진행하다가 취업이 되면서 종결하게 된 사례였다. 금주 초에 만나 1회기 상담을 진행했다. 10회기 상담을 진행하고, 종결 시점에 가서 상담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를 했다. 상담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마음 복지관에서도 최근에 상담 의뢰가 들어와서 어제 4회기로 상담을 종결했다. 다행스럽게 별일 없이 상담 종결이 편안하게 이루어졌다. 상담 봉사와 개인 상담을 진행하며 잊고 있었던 정체성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SNS에는 ‘걷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상담심리사이며 브런치 작가’라고 나 자신을 소개하고 있지만 상담심리사라는 정체성을 잃고 살아왔다.

상담사로서의 정체성을 잃게 된 계기가 있었다. 상담사로 근무하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면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작년에 면접장에서 다른 상담사들의 답변이 나의 답변보다 훨씬 더 전문적이었고, 상담 경력도 훨씬 더 많은 전문가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스스로 면접관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상담사로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면접이나 서류 전형에서 반복된 실패를 경험하며 스스로 위축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력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그간 공부했던 것을 활용해서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게 되었다.

‘걷고의 걷기 학교’는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상담사로서의 활동을 접으며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되었다. 지금 걷기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걷기 학교 프로그램을 시험 운영 중에 있다. 조금씩 보완해가면 금년 내로 프로그램을 확정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프로그램은 ‘명독보감’으로 명상하고, 독서하고, 걷고, 느낌을 글로 정리하는 모임을 구상 중에 있다. 다행스럽게 그간 읽었던 책들 중에 교재로 활용할 만한 책들도 있고, 최근에 읽었던 책에서 삶의 방향을 정리하기 위한 추천 도서들이 있어서 활용하기에 좋은 지침이 될 것 같다. 요즘 참석하는 ‘독서 치료’ 모임도 독서 모임의 방법을 직접 체험하며 ‘명독보감’ 준비 과정의 일환으로 참석하고 있는 것이다. 독서 모임에 집단 상담 기법을 접목시켜 진행할 계획이다. 이런 준비를 하면서 의식적으로 개인상담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상담 사례는 그간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이 상담심리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계기가 되었다. 나의 정체성이자 할 일이고, 소명이며, 나의 존재가치가 되는 ‘상담심리사’를 그간 의식적으로 잊고 살아왔다.

비록 상담 경력이나 전문성이 다른 전문가들에 비해 떨어지더라도 내담자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확신은 갖고 있다. 또한 상담심리사라는 정체성을 잊고 지내며 상담심리사라는 무게와 부담을 내려놓은 것도 앞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데 도움일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독서와 명상, 알아차림, 마음속 목소리는 나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과 수행은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내며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독서를 한 후 후기를 작성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들도 상담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을 비우면 내담자의 목소리가 온전하게 들릴 것이고, 경청은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담심리사라는 신분을 내려놓고 온전히 내담자에게 집중함으로써 내담자와의 소통이 원만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상담 전 내담자를 향한 자애명상은 내담자의 마음을 녹이고 개방하고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담심리사로서 부족한 점은 공부하며 채워나가면 될 것이다.

이제 다시 개인상담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이미 상담사로서 돈을 벌 생각은 버린 지 오래되었으니 많은 내담자를 만날 필요도 없고, 내담자를 찾아 나설 필요도 없다. 내담자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오는 내담자 단 한 명을 위해서 온 마음을 다 쏟으면 된다. 이미 한 명의 내담자를 만나고 있다. 금주 내로 상담 안내문을 작성해서 SNS에 공지로 등록하며 기다리면 될 것이다. 전철역 부근의 모임공간에서 개인 상담을 진행하면 되니 장소도 신경 쓸 필요 없다. 내담자가 편한 곳으로 내가 이동하면 된다. 단 한 명의 내담자라도 나와 상담을 하며 조금이라도 삶의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개인상담을 진행하고, 걷고의 걷기 학교를 운영하고, 명독보감 모임을 이끌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나의 길이다. 세 가지 모두 명상과 상담이 접목된 프로그램이다. 불교상담 전공자로 전공 공부와 함께 명상 수행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내담자가 개인상담을 시작할 좋은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내담자에게 감사를 표하며 내담자 마음의 평화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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