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20415 - 20220417 20km
코스: 강화도 마니산과 상봉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6.557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걷기 동호회 모임은 대부분 집결지에 모여서 바로 걷기 시작한다. 집결지가 바로 출발점이고 종결지가 바로 헤어지는 곳이다. 주로 대중교통인 지하철역이 출발점이 되고 종결지가 된다. 군더더기 없는 모임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에 다녀온 강화도 마니산과 상봉 여정은 예전과는 다른 형식의 걷기 모임이었다. 김포 골드라인 운양역에서 모인 후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한 후에 강화도행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정류소에 설치된 경기도 내 버스 도착 시간은 그다지 믿을만한 것이 못 된다. 47분 기다려야 한다고 화면에 나오지만 실제로는 20여분 만에 버스가 도착했다. 사전 답사를 다녀온 리딩의 경험이 없었다면 47분까지 기다리며 버스를 타야만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리딩의 역할과 리딩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동호회를 만들고 운영하지만 사람들의 모임인지라 그 내부에서도 갈등이 있다. 걷기 위해 모였음에도 모두 성인인 사람들이 모인 만큼 각자의 의견이 있고, 자신만의 사고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함께 모여 즐겁게 걸으면 되는데도 이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다. 동호회에서 약 10년 정도 활동하며 자신을 낮추는 방법을 체득해 나가고 있다. 10년의 세월이 자신을 다듬어 주고 둥글게 만들고 조화롭게 만들어 준다. 세월이 주는 고마움이다. 세월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함께 엉켜있다. 세월과 사람과의 관계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킨다. 변화를 위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동호회 모임이기에 언제든 가입하고 탈퇴할 수도 있고, 어떤 책임이나 의무도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세월을 함께 보내며 자신을 다듬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조금씩 성장하고 성숙한다.
평상시 모임과 다른 출발은 설렘의 파문을 마음속에 만들어준다. 한 시간 정도 버스 안에서 바깥 경치를 바라보며 나만의 여행을 떠난다. 서울 시내를 벗어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자유롭고 편안하다. 일탈이 주는 자유로움이다. 삶의 터전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치유의 함이 있다.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창문을 조금 열어 바깥공기를 마신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청량감을 전해준다. 일탈이 주는 심리적 여유와 외부 환경과 풍경이 만들어주는 설렘이 어우러져 편안해진다. 행복은 도달해야 할 어떤 구체적인 목적지가 아니다. 행복은 삶의 과정에 만들어지는 상황이고 과정이다. 요즘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가능하면 쓰지 않으려 한다. 너무 행복, 행복하며 행복에 목말라하는 모습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편안하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훨씬 더 편안하다.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마니산 정상의 참성단(사적 136)은 요즘도 개천절에는 제례를 올린다고 한다. 마니산 입구에 들어서며 참성단의 기운을 느껴본다. 물론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신령스러운 기운을 받고 싶어 하는 어리석음이 만들어 낸 자작극이다. 이런 자작극 역시 소풍 가는 설렘과 즐거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분은 날아갈 듯 좋지만 몸은 무거웠다. 전날 소풍 가는 설렘 때문인지 잠을 설쳤다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며칠 전부터 몸이 조금 무겁긴 했다. 그렇다고 무겁다는 생각에 갇혀있을 수는 없다. 몸은 힘들어도 움직이고, 마음은 아무리 바빠도 고요하게 유지하라고 선현들이 말씀하셨다. 선현들 말씀을 따라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몸과 마음이 가볍고 편안한 상태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강화도 마니산의 기운과 맑은 공기 덕분일 것이다.
마니산의 정상에 위치한 참성단으로 가는 방향 표지판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걷는다. 능선을 따라 걸으며 좌우측에 펼쳐진 서해바다와 농지를 보며 걸으면 눈과 마음이 시원해진다. 호연지기를 키운다는 것은 결국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어오는 해풍은 땀을 식혀주며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서울보다 늦게 만개한 벚꽃과 진달래,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화 속에 파묻혀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된다. 숲 속의 신록은 봄의 소식을 눈으로 전해준다. 지금의 녹색은 한 여름의 녹색과는 차원이 다른 성스럽고 생기 있고 싱그러운 녹색이다. 녹음은 속세에 찌든 우리의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쓸어주며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다. 녹음은 동심을 회복시켜 주고, 동심을 되찾으니 꽃과 나무, 돌과 바람, 바다와 논, 수평선과 해무가 점점 더 눈에 많이 들어온다. 도심 속에서 생존을 위해 뜬 눈은 강화도 마니산에서 장님이 된다. 마니산과 상봉을 걸으며 드디어 자신마저 버린다. 자신마저 버리고 나니 눈이 저절로 떠진다. 심안(心眼), 마음의 눈을 뜬 것이다. 인당수가 어딘지 모르지만, 아마 강화도를 품고 있는 서해가 틀림없을 것이다.
후포항에 들어서니 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기러기 떼가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날아다니는 것은 자유로움이다. 날기 위해 몸무게를 줄이고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만 한다. 자유로움은 버리는 것이다. 가진 것, 자신의 사고와 삶의 방식, 마음속의 짐, 모든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경험,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미움 등을 모두 버려야만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 후포항 앞에 소원바위가 있다. 쌀독처럼 생기고 뚜껑이 덮인 모습이라 하여 재물을 위한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바위라고 한다. 뚜껑을 깨어버리고 곡물을 나누는 소원을 빌어본다. 나누며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함께 자유롭게 날아가기를 기원해 본다. 걷기란 바로 자유롭기 위한, 자유를 향한 우리들의 몸짓이다. 짐이 가볍고 함께 걸어야 오래 걸을 수 있다.
'걷고의 걷기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걷고의 걷기 일기 0363] 에크하르트 톨레의 이 순간의 나 (2) | 2022.04.22 |
---|---|
[걷고의 걷기 일기 0362] 행복한 책 읽기 7회기 (나이 듦의 영성) (1) | 2022.04.20 |
[걷고의 걷기 일기 0360] 기분 좋은 하루 (2) | 2022.04.15 |
[걷고의 걷기 일기 0359] 행복한 책 읽기 6회기 (집념의 인간 야곱) (2) | 2022.04.13 |
[걷고의 걷기 일기 0358] 양평 물소리길 4, 5 코스 (2) | 2022.04.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