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10226 5km
코스: 일상 속 걷기
누적거리: 3,277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모 기관에서 상담심리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서류 합격 연락을 받아서 기뻤다. 오랜만에 맛보는 합격의 기쁨이다. 그간 채용 공고를 보고 여러 곳에 지원했는데, 어디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아서 조금 의기소침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더욱 이번 합격 통보가 기뻤고 잘 될 것 같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었다. 면접 일정 관련 이메일을 받았다. 5조에 배정되었고, 단체 면접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두 명을 채용하는데, 최소한 15명 이상이 면접 대상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채용 인원의 세 배 또는 네 배 정도를 서류전형에서 선발해서 면접을 보는데, 이 단체는 약 10배의 인원을 뽑아서 면접을 본다. 채용 기관의 재량이기는 하지만, 조금 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수 없다. 하지만, 주어진 기회기에 나름 예상 면접 질문을 추려서 답변을 정리하고 연습해서 면접에 임했다.
면접 대기 장소에 가니 이미 많은 지원자들이 대기 중이었다. 일개 조에 네 명씩 배정되어 면접에 들어가는 것을 보니 면접 대상 인원이 20명 정도이다. 약 25분 정도 면접을 진행하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모든 지원자들은 많이 긴장하며 대기한다. 각자 준비해온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여다보며 준비하는 지원자도 보였다. 나 역시 대기실에서 조용히 앉아 준비해 온 예상 답변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기다렸다. 면접장에 들어가니 세 명의 면접 위원이 우리를 맞이했다. 두 분은 상담 전문가이고, 한 분은 기관 책임자인지 상담전문가인지 잘 모르겠다.
질문에 나름 답변을 했지만, 함께 들어간 다른 세 명의 지원자들의 답변이 나보다 훨씬 더 전문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상담 경력이 최소 10년에서 20년 정도이고, 상담학 박사도 있고, 상담전문가로 오랜 경험을 지닌 지원자들이었다. 그런 전문가들이 이 단체에서 채용하는 프리랜서 상담사에 지원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슬프기도 했다. 그들 역시 코로나로 인해 또는 상담계의 현실로 인해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서 지원한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나이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지원자들로 모두 상담전문가들이다. 전문가들도 설 자리가 없고, 경험과 공부해 온 것들을 사용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많이 안타까웠다. 나이는 많고 상담 경력이 짧은 내가 그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 단체 면접을 보고 있다. 합격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마음이 씁쓸했다. 합격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나이 들어서 지원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씁쓸하다는 자신에 대한 회한 때문이다. 반드시 상담사로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 상담하며 돈을 벌어야만 하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지금 상태로도 생활하는데 별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채용 공고를 보고 계속 지원하고 반복적으로 좌절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늦게 상담을 공부하고 나름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나의 생각과 다르게 움직인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나 영역이 아니다. 이제 상담 센터나 기관에서 상담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마음 복지관에서 상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우연히 어디에서 상담을 요청할 경우에는 기꺼이 진행하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고 면접 보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히려 상담 봉사활동할 곳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능하면 사찰이나 사회단체에서 상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천천히 알아보자. 이번 면접이 금생의 마지막 면접이 되었다. 지난 세월 수많은 지원을 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꼭 무엇을 해야만 하나? 아침에 명상하고, 글을 쓴다. 오후에 걷고 책을 읽는다. 그렇게 하루하루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하루 최소한 서 너 시간 정도 수행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다.”라고 하셨던 큰 스님의 말씀이 기억이 났다. 이제 수행을 좀 더 집중적으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읽고 싶은 책도 많다. 수행, 독서, 글쓰기, 걷기, 이 네 가지 만으로도 하루가 금방 지나갈 수 있다. 가끔 편안한 사람들 만나 같이 걷기도 하고 식사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강의할 기회가 들어오면 강의에 집중해서 소통하고 나누며 살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노원 50 플러스 센터에서 6회의 강의가 예정되어 있다. 쓴 글을 모아 책 발간 준비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최근에는 금융 문맹 탈출을 위해 증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천천히 공부하며 조금씩 투자해 볼 생각이다. 이미 혼자 지내는 것에 많이 익숙한 사람이고, 그런 삶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욕심을 내려놓고 편안한 일상을 누리고 느끼며 살아보자.
둘째 손자가 태어나면서 우리 부부가 할 일이 많아졌다. 이런 일상 속 행복도 마음껏 느껴보자. 뭔가에 쫓기듯 살지 말고,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주어진 일상을 수용하고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자. 60대 중반 정도 되면 마음공부에 집중하며 죽음을 맞이할 준비도 해나가야 한다. 또한 더 이상 무언가를 추구하려는 욕심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걷기와 글쓰기, 명상과 독서는 모두 몸과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도구들이다. 이 도구들과 친해지며 건강하고 마음 편하게 하루하루 살아가자.
아내에게 면접을 보고 나서 돌아오며 마음이 씁쓸했다고 얘기했다. 고맙고 다행스럽게도 아내는 더 이상 그런 면접을 보러 다니지 말고 상담 봉사활동을 하며 편안하게 지내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런 이해가 고맙다. 이제 우리 부부는 건강을 잘 챙기며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살아가면 된다. 현실을 수용하고 살아가면, 그 범위 안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간 애 많이 썼다.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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