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10926 20km
코스: 장항 - 금계 - 세동
평균 속도: 2.6km/h
누적거리: 4,987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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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출발시간이 빨라진다. 아침식사를 7시 30분에 한 후에 출발을 서둘렀다. 민박집 안주인 음식 솜씨가 좋다. 아침 식사로는 편안하게 먹을 수 있게 계란찜, 두부 찌개와 밑반찬 몇 가지를 준비해서 내놓으셨다. 맛이 강하지 않아 입맛에 맞는다. 걷기 위해 아침식사를 잘 먹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식사 후 밖에서 걷기 전 스트레칭을 하는데 주인이 소주 값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깜박했다. 어젯밤에 민박 요금과 식대를 모두 지불한 후 저녁식사를 하며 소주 한 병 마셨던 것을 잊고 있었다. 잔돈은 없고 만 원짜리 밖에 없다. 어젯밤에는 주인이 거스름돈이 없어서 2,000원을 할인해 주셨다. 만원을 드리기가 조금 아까워 고민하고 있는데, 길동무가 만 원 내기 가위바위보 게임을 제안했다. 즐겁고 재미있는 좋은 방법이다. 단 한판의 게임으로 이긴 사람이 만원을 갖는 방식이다. 내가 졌다. 기분 좋게 만원을 드리고 웃으며 헤어졌다. 주인은 미안했던지 사과 두 개와, 수고스럽게 까서 말린 호두를 잔뜩 우리 주머니에 넣어주셨다. 활기차고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했다.
길동무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며 걷고 있다. 힘든 길을 즐겁게 수다를 떨며 걷고, 서로 마음이 맞아 배려와 존중하며 걷는 걷기는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고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예전에 한 친구와 걸었던 적이 있다. 걷는 속도도 다르고 힘들다고 인상 쓰고 말도 하지 않아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 걷고 있는 길동무는 최고의 걷기 파트너이다. 늘 밝게 웃고, 농담도 재미있게 던지고, 밝은 에너지를 전해준다. 필요한 일을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기도 하고, 걷기에 불편함 없도록 세심한 배려도 잘한다. 특히 검색을 통해서 민박집을 찾거나 길 표식이 애매한 곳에서 길을 찾아내는 능력은 내게 없는 능력이다. 길동무 덕분에 오히려 내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또 길동무의 모습을 통해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길동무는 스승이 된다.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담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배운다. 나는 흔적 없이 지낼 수는 있지만, 남의 자취를 거두어 주는 편은 아니다. 그 친구를 보며 나의 좁은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장항마을에서 중황마을, 상황마을로 넘어가는 길은 무척 아름답다. 특히 계단식 논밭에 벼가 고개 숙이며 황금빛 들판을 만들어 내는 풍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앞에는 지리산이 보이고 구름은 아무런 걸림 없이 떠다닌다. 하지만 그 떠다니는 모습이 결코 가볍지 않으면서도 푸근함을 준다. 천왕봉과 구름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마을 주변에 민박집과 펜션 그리고 세컨드 하우스 같은 별장들이 많다. 경치가 좋아 이곳에 자리 잡은 것 같다. 그 마을을 걷다가 한 중년 부인이 집 앞에서 삽을 들고 일하고 있는데, 그 얼굴의 미소가 너무 편안해 보였다. 친구와 나는 다짜고짜로 그 부인에게 다가가 사진 한 장을 같이 찍자고 얘기했다. 고맙게도 그 부인은 우리의 제안을 수락하고 기분 좋게 한 컷 찍어주셨다. 중년의 부드럽고 품위 있는 미소가 우리를 부른 것이다.
다시 길을 걷는다. 언덕길 중간에 무인 쉼터가 보인다. 커피나 음료 한잔 하고 싶은데 잔돈이 없어서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계좌 번호로 송금하는 것도 그다지 편하지 않다. 쉼터 주변을 둘러보다가 길동무가 뭔가 큰 것을 발견한 듯 웃으며 소리쳤다. “커피는 무료로 드셔도 됩니다.”라는 문구를 본 것이다. 옆에는 따뜻한 물이 담겨있는 보온병과 종이컵도 준비되어 있다. 신이 난 우리들은 커피를 타서 마시며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갑자기 쉼터 주인에게 신세 진 느낌이 들면서 미안했다. 고민하다가 민박집주인이 주신 사과가 생각났다. 사과를 한 개 물병 위에 올려놓았다. 커피 두 잔과 사과 한 개를 물물교환 한 것이다. 사과가 필요한 사람은 그 사과를 먹고 다른 물건이나 음식으로 교환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물물교환의 과정을 통해서 나중에는 쉼터에 필요한 물품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언덕길을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오토바이 한 대가 생겼으면 좋겠다.

언덕 끝에 등구재 쉼터가 있다. 막걸리 한 병 주문했는데 기본 반찬이 따라 나온다. 약 10년 전 이곳에 왔을 때에는 쉼터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변해있었다. 쉼터 앞에 민박과 펜션이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지만, 예전의 탁 트인 자연의 시원함과 한적함을 느낄 수 없어서 아쉽다. 이 길을 걷는 내내 지리산 천왕봉과 구름, 그리고 계단식 논의 황금물결이 만들어 낸 풍경을 눈에 가득 담았다. 특히 정상에 위치한 집 앞에 빈 나무 의자가 아래 마을을 향해 놓여있다. 법정 스님의 의자가 생각났다. 그 의자에 잠시 앉아 아래 마을과 지리산의 풍광을 감상했다. 잊지 못할 추억이다. 금계로 넘어가기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친구가 군인용 전투 식량을 준비해왔다. 아침에 출발하며 찬 물을 부었고 서 너 시간이 지난 지금 밥이 되어 있었다. 먹기 바로 직전에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 비빔밥이다. 양과 맛 모두 매우 만족스럽다. 한 끼 식사로는 충분하다.
금계로 하산해서 함양 안내 센터에 들려서 스탬프를 찍었다. 안내하시는 분이 친절하게 길 가는 방향을 안내해 준다. 다리 건너 동강 구간이 시작된다. 오르막길 초입에 좁은 수로가 있고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있다. 고목들도 많이 보인다. 속은 비었을 수도 있지만, 겉모습은 자신이 버티며 살아온 세월을 이겨낸 노병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안간힘이 오히려 안쓰럽다. 의중마을에서 벽송사와 용유담 코스로 나뉜다. 시간이 벌써 오후 세 시경이다. 벽송사 코스는 힘들기도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 오늘 목적지인 세동마을까지 가기에는 조금 버겁다. 쉽고 편안한 코스를 택하기로 하고 용유담 코스를 선택했다. 마을을 지나 숲길에 접어들었는데, 마치 선계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나무들이 가득하고 큰 바위들과 돌이 많은 너덜 길도 지난다.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생각하다가는 발목을 다치기 쉬운 길이다. 산길은 어느 길이나 가벼운 길은 없다. 아무리 편안하고 가벼운 길도 잠시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중간에 잠시 서서 간식과 물을 먹으며 체력을 보충하기도 했다. 오후 네 시가 넘어가자 햇빛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산길은 빨리 어두워진다. 어둡기 전에 하산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불안감을 보일 수는 없다. 친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음악을 튼다. 순간 숲이 음악에 묻힌다. 음량이 충분한 스피커에서 나온 음악이 숲과 어울린다. 음악, 숲, 걷기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는데, 내 마음은 조급함과 불안감으로 그 조화를 즐기지 못하고 서두르고 있다. 다행스럽게 어두워지기 전에 모전 마을로 내려올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 찻길을 따라 세동 마을로 이어진다. 숙소로 송전 산천 생태마을 휴양소를 길동무가 검색해서 찾았고, 당일 오후에 예약해서 찾아갔다. 넓고 방도 많은 펜션에 우리 밖에 없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분이 개량한복을 입고 안내를 한 후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돼지고기 우거지 찌개와 깻잎, 버섯요리, 조기, 매실 장아찌 등이 상에 올랐다. 그 관리인은 식사를 준비해 준 후에 바로 집에 계신 100세가 넘으신 노모를 모셔야 한다고 떠나며 식당 단속을 부탁했다. 내일 아침 7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겠다고 한다. 약초꾼인 그분의 선량한 얼굴과 순박한 모습이 보기 좋다. 밥을 한 그릇씩 비운 후에도 허기가 가시지 않아 반 공기씩 밥을 더 먹었다. 2층으로 된 넓은 객실을 둘이 사용한다. 평상시에는 객실료가 15만 원이지만 요즘은 손님이 없어서 운 좋게 5만 원에 하룻밤 머물 수 있었다. 식대는 7천 원이다. 아침식사까지 준비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느낀 점 하나는 숙소가 마을 내에 있지 않는 한 일단 숙소에 들어오면 밖으로 나갈 일이 없다. 주변에 식당도 없고, 인적도 드물다. 덕분에 여유롭고 조용히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마을이라는 개념도 서울의 외곽과는 사뭇 다르다. 가게도 생각처럼 많지 않고, 식사할 곳도 큰 마을 외에는 별로 없다. 이 길을 걸을 때에는 한 끼 정도의 식량이나 행동식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민박집주인들의 말에 따르면 요즘 지리산 둘레길은 그 인기가 많이 식었다고 한다. 찾아오는 손님이 예전만 못하고 게다가 코로나까지 겹쳐서 찾아오는 손님도 거의 없다고 한다. 오늘 숙소의 관리인도 한 달에 한두 명 정도의 손님 밖에는 없다고 한다. 민박이나 둘레길 주변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오히려 우리는 인적이 드문 한적한 길을 여유롭게 걷고 조용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어서 좋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는 잠을 잘 못 이룬다고 한다. 식사도 대충 하는 것 같다. 내가 없으니 대충 챙겨 먹거나 굶기도 하는 것 같다. 특히 밤 시간에 홀로 있는 시간이 무섭고 두렵다고 한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홀로 될 것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홀로 된다는 생각이 떠올라 무섭다고 한다. 미안하다. 하지만, 걷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걷고, 글 쓰고, 걷기를 통해 심신 힐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다. 아내의 지지와 도움, 이해가 필요한 일이다. 아내와 어떻게 조화롭게 해 나갈 수 있는지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이번에 귀경 후 아내와 한번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다.
오늘은 아침 8시 10분에 출발해서 오후 5시에 숙소에 도착했다. 약 9시간 정도 걸었고, 총 20 km를 걸었다. 꽤 많이 걸었다. 걷기에 익숙하지 않은 길동무지만 힘들다는 표현도 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걷고 있어서 다행스럽고 고맙다. 내일도 아침에 일찍 식사 후 오늘과 비슷한 시간에 걷기 시작할 것이다. 내일 수철까지 걸으면 한 코스를 줄여서 5개 코스를 4일에 걷게 된다. 열흘간의 기간 동안 한 번 더 코스를 줄일 수 있으면 내년에 지리산 둘레길을 완주하는데 조금 더 편안하고 가볍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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