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극장 내에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다. 꽤 오랜 시간 관람객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박수를 치고 있다.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박수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극장에서 나오며 제일 먼저 올라온 생각은 부끄러운 마음이다. 역사에 무지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창피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이 영화를 통해 왜곡된 편견을 바로 잡을 수 있어서. 이 영화는 누가 옳고 그름을 얘기하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을 영상과 인터뷰를 통해 담담하게 전달하고 있다. 한 가지 사실은 사실일 뿐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경도된 의식을 통해 나름대로 해석한다면 이를 막을 수는 없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람들은 평생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이 영화를 보며 자신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아 국부(國父) 이승만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북한보다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은 나라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가의 정통성은 그만큼 사라지고 북한은 완벽한 청산을 통해 정통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남북이 내각을 결성한 자료를 보니 우리나라는 친일 세력을 내각에서 제외시켰고, 오히려 북한은 그들을 등장시켰다. 한강 대교를 폭파한 것은 국민들의 피난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교를 설치해서 피난을 돕고 있었다. 영상 자료를 통해 그들이 부교를 통해 한강을 건너는 자료를 보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친일이라는 단어는 원래 존재했던 단어가 아니다. 언제 누가 처음으로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민족 행위를 한 사람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맞는 단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빌붙어 살며 우리 국민을 괴롭히고 핍박하고 재산을 강탈한 사람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존재를 사라지게 만든 망국의 행동을 한 사람들이 반민족 행위자이다. 요즘도 가끔 친일이라는 단어를 들먹이며 정치적 용도로 사용하는 무지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국부 이승만은 대통령이 된 후 두 가지 정책을 펼친다. 농지개혁과 여성 투표권 보장이다. 농지개혁은 실은 개혁이라기보다는 빼앗긴 토지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먹고살기 힘든 시기에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제때 돈을 못 갚자 땅을 빼앗는 못된 지주들이 있다. 농지개혁을 통해 자신의 사유재산을 보호받고, 정성을 다해 농작하는 삶의 태도는 한국 산업화의 근간이 된다. 사유재산의 보장과 인정, 그리고 스스로 독립하여 자신만의 사업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은 기업정신으로 발현된다. 이승만 정권은 교육에 투자하고, 젊은 인재들을 유학시키는 획기적인 정책을 펼친다. 농지개혁과 교육,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승만은 국부다. 하지만 지난 정부는 2019년 임시 정부 100년을 기념한다며 정작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제외시켰다. 무슨 명분으로 그런 몰지각한 결정을 내렸는지 안타깝다.
왜 이런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을까? 교육이 문제였다.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공부하지 않은 무지의 탓이다. 정치 이념에 따라 역사 교과서가 바뀌는 말도 안 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역사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의 일부만을 도용해서 자신들의 권익만을 위해 악용하는 인간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한강 대교를 폭파했다.’라는 사실만을 부각하고, ‘폭파 전 부교를 설치했다’라는 중요한 사실을 감춘다. 왜 올바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거나 알려주지 않을까? 사실과 허구, 그리고 진실은 같은 말이면서 다른 말이 된다. 사실은 ‘한강대교 폭파’다. 허구는 ‘이승만은 도망갔다.’이고, 진실은 ‘한강대교 폭파 전 시민들의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부교를 설치했다.’이다. 사실이 사실로 받아들이는 시절이 올 수는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념 전쟁이 만들어 낸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념 전쟁의 명분은 국민이고, 명분의 이면에는 개인의 권력과 부귀가 도사리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민주화를 위해 투쟁을 해왔다. 그들의 노력이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한 부분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정치꾼이 된 후에 자신만의 권익을 위해 국민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생 정치판에서 지내온 사람들 역시 명분은 국민을 위한다는 것이고, 그 이면의 실체는 자신의 권익을 위해 국민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래 정치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인데 저절로 관심을 갖게 만든 것도 그들이다.
이승만은 스스로 대통령의 자리에서 하야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혁명으로 부상을 당한 학생들을 찾아가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또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권력을 내려놓을 줄도 아는 사람이다. 그가 생각한 것은 오직 대한민국의 번영과 안녕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후손들은 그를 잊게 만들기 위해 쓸데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왜 그를 인정하지 않을까? 잘 모르겠지만, 이 역시 이념과 사상, 그리고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권력욕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나 이 지긋지긋한 이념 전쟁, 자신의 권익을 위해 국민을 이용하는 못된 언행들이 사라질 수 있을까?
이 영화를 제작한 김덕용 감독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이 나의 왜곡된 시각을 변화시켜 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맙다. 이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세력들의 협박과 강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다섯 명이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 마친 후 모두 역사를 잘 몰랐다는 사실로 인해 부끄럽다고 얘기하며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한다. 맞다. 국민은 비록 표현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사실을 바로 보고 자신의 왜곡된 시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와 실천력을 갖고 있다. 국민은 옳고 현명하다. 설사 일부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비틀고 그 비튼 허구를 사실과 진실로 변질시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 해도, 시간의 흐름이 역사를 통해 국민은 언젠가는 저절로 알게 된다. 그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이용만 하려는 대상인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도 않고, 두 번 속지는 않는 매우 현명한 사람들이다. 국민은 이론과 정치 이념, 논리, 사상에 대한 이해는 비록 부족할지언정 진실과 사실을 바로 안 후에는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롭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마다 각자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무지한 것이지,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무지한 것은 아니다.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제대로 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영화 ‘건국전쟁’은 우리에게 어떤 이념과 사상을 강요하거나 강조하지도 않고, 객관적인 사실을 알려주며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현명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영화 제목이 ‘건국전쟁 (The Birth of Korea)'인 이유는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탄생시킨 국부(國父) 임을 밝히는 의미 있는 제목이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머나먼 땅에 머물며 간병비도 없이 쓸쓸하게 돌아가신 이승만 대통령에게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한다. 감사합니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리사욕에서 벗어나 오직 나라만을 생각하신 국부의 용기와 결단과 실행력이 영향을 미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나 역시 비록 일개인에 불과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위한 자그마한 행동이라도 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이런 용기를 주신 국부께 감사를 표한다.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보고 나서 느낌은 각자 다를지언정 최소한 올바른 사실에 대한 인식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무척 고마울 것 같다. 비록 사실을 받아들인 후 아무런 변화가 발생하지 않더라고 알고 있다는 것과 모르고 있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솥뚜껑이 뜨거운 줄 알고 만지는 것과 뜨거운 줄도 모르고 만지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듯이. 객관적인 사실이 주는 힘이 있다. 그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그 이후의 결정과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영화 ’ 건국전쟁‘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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