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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171] People Walker

by 걷고 2021. 1. 31.

날짜와 거리: 20210129 - 20210130  17km

코스: 봉산 외

누적거리: 3,102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아침에 눈이 오고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친구 두 명과 함께 은평구 봉산을 걸었다. 오후 1시에 만나서 걸으니 날씨도 푸근해졌고 금방 땀이 배어난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끼어 입었던 옷을 벗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얼마 전에 봉산에 산책길을 새로 조성해 놓아서 그 길을 찾아 나섰다. 봉산에서 앵봉산으로 연결되는 이 길은 서울 둘레길 코스 중 하나로 제법 난이도가 있는 코스다. 하지만 오늘 길은 그 길이 아닌 봉산을 구석구석 볼 수 있는 산책로로 편안하고 한적한 길이다. 다만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조금 미끄럽기는 해도, 많이 얼지 않아서 걷기에 크게 불편함은 없다. 지자체에서 예전의 산책로를 정비해서 나름대로 코스 안내를 해 놓았다. 길은 너무 한적하고 걷기 편안한 좋은 길인데, 생각보다 길 안내 표식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 우리도 길을 잘못 들어서 엉뚱한 길을 걸었지만 산책로로 돌아오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어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상태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힘들어하기도 하고,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모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네 명 이하의 모임을 만들어 만날 사람들은 만나며 나름대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어 적응하며 살아간다. 지금 이 상태로는 금년 말이 되어도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가 발생할 수 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옛날에 봤던 영화 중 사람들이 물속에서 살아가면서 손과 발에 물갈퀴가 생긴 것을 본 기억이 난다. 끔찍한 일이지만, 앞으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신체적 진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두 친구들은 가끔 같이 걸으며 걷기에 대한 재미를 붙이고 있다. 한 친구는 이번 주 내내 출퇴근 길에 많이 걸었다고 한다. 걷기를 마치고 생맥주 한 잔 하며 속내를 얘기하며 조금씩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고 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자신들의 속내를 얘기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각 가정마다 쉽게 말하지 못할 사정들이 있고 어려움도 있다. 우리네 삶 자체가 그렇다는 생각을 한다. 늘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늘 나쁜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둘이 섞여서 우리의 성장을 돕는다. 또한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을 통해서 삶 자체가 고통이라는 보편성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된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어떤 사람도 삶의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삶에 오직 괴로움만 존재하지도 않는다. 

행복하고 건강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어울려라’라는 말이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몸을 움직이면 억지로라도 삶의 활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 홀로 견디기 힘들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잠시 마음의 여유 공간을 찾아 회복할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고통 속에서도 몸의 감각을 통해 순간순간 고통을 잊을 수 있다. 고통은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발생한다. 그런 생각과 감정을 몸의 감각으로 돌리면 잠시나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 순간에 우리는 회복력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 혼자 하기 힘들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친구들과 함께 걸으며 살아가는 얘기를 하는 것은 ‘움직이고 어울려라’에 아주 적절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혼자 있는 것이 힘들면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걷고, 차 한잔, 술 한잔 나누며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며 평상시 생각해왔던 ‘걷고의 걷기 학교’의 개요에 대해 설명했다. 걷기를 통해 사람들의 심신 건강과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고 하며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다행스럽게 두 친구 모두 관심을 갖고 있고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특히 프랑스의 '쇠이유' 같은 걷기를 통한 ‘청소년 교화’ 프로그램과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오랫동안 생각해 온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구성할 수 있다. 큰 원칙을 알게 되면 응용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원칙은 걷기, 명상, 상담을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대상들에 따라, 기간에 따라, 원하는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다. 직장인, 은퇴자, 주부, 청소년 등 다양한 대상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도 있다. 기업체, 지자체, 학교, 사회단체 등을 대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또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접목한 심신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도 있다. 그간 공부해왔던 내용들이 모두 합쳐지는 지점이다. 

 

미국에는 외로운 사람들과 함께 산책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플 워커(People Walker)라는 회사가 있다. LA의 단역배우 척 매카시가 용돈을 벌기 위해 장난 삼아 시작한 일인데 현재는 3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함께 걸어주고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일이라고 한다. ‘걷고의 걷기 학교’에 이런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걷기 동호회 활동을 하다 보면, 가입 후 처음 발걸음을 하기까지 수개월 이상 걸린 사람들이 많다.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참석을 꺼리기도 하고, 걷기에 자신이 없어서 걱정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불편해서 참석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길을 잘 모르고 어디에서 출발해서 어디에서 마칠 수 있는 거리와 시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혼자 걷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People Walker’나 ‘걷고의 걷기 학교’는 이런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걷기 학교’라는 문구가 조금 딱딱해 보인다. 만약 어떤 단체를 조직해서 운영한다면 ‘함께 걷는 사람들’ 또는 ‘함께 걸어요’라는 이름으로 단체 명칭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든, 아니면 개인적인 사유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든 결국  불편함의 원인 중 하나는 ‘외로움’이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들은 홀로 있는 시간을 불편해하고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행복의 조건인 ‘어울려라’는 매우 의미 있는 말이다. 어울리는 방법으로 ‘함께 산책하기’를 선택한 회사가 ‘People Walker’이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걷기 학교’이다. ‘걷기’는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다. 행복의 조건인 '움직이고 어울리는' 좋은 방법이 바로 ‘함께 걷기’다. 어제 친구들과 나눴던 ‘걷기 학교’ 얘기를 잘 발전시켜서 ‘움직이고 어울리며’ 행복하게 같이 살아가는 꿈을 이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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