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227] 꿈과 그림자
날짜와 거리: 20210601 10km
코스: 불광천 – 가재울 – 월드컵공원 – 불광천
평균 속도: 4.2km
누적거리: 4,047 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아침에 일어나 명상 한 후에 신문을 읽고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 책상에 앉아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은 후 걷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내가 주변에 살고 있는 처남댁에 전해 줄 물건이 있다고 해서 짐을 짊어지고 같이 걸었다. 근처에서 물건을 아내에게 전해 준 후 홀로 수색로를 따라 걷다가 불광천으로 진입했다. 평일 오전 시간이라 사람들 이동이 별로 없어서 홀로 걷기에 좋다. 날씨는 해가 났다가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하고 꾸물거리기도 한다. 요즘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일기 예보는 그다지 신뢰할만한 것이 못 된다. 그래서 걸을 때 늘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 우비와 우산을 가방에 넣어 다니기도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고 걷는데 신경 쓸 일이 없다. 비가 오면 우산을 꺼내 쓰면 되고, 해가 뜨면 선글라스를 쓰고 걸으면 된다. 모자는 늘 쓰고 다닌다.
불광천에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걷는 사람도 있고, 운동기구에 모여 운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 여파가 조금씩 안정세로 접어드는 느낌이 든다. 빨리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월드컵 공원은 조용하다. 이런 조용한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 돌아와서 점심 식사 후 30분 정도 낮잠을 잤다. 요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점심 식사 후 낮잠을 잔다. 일어나서 오전에 읽던 책을 들고 근처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은 부분 개관인데도 열람실에 빈 좌석이 별로 없다. 다행스럽게 빈자리가 있어서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저녁 6시경 도서관에서 나오면서 책 한 권 빌렸다.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 후 TV 보며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늦은 밤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가 이렇듯 편안하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마음속에 여전히 가장으로 수입이 없는 것에 대한 불안은 남아있다. 하지만, 그 불안은 대부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오전에 명상하고, 글 쓰고, 산책하고, 점심 식사 후 낮잠 자고, 오후에 도서관에 가서 책 읽는 것은 좋은 루틴이다. 상황에 따라 움직여야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런 루틴을 유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금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다” (제레미 테일러 저)를 읽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꿈에 대해 관심을 좀 더 갖게 되면서 다시 꺼내어 읽고 있다. 관심 갖고 책을 다시 읽으니 예전의 느낌과는 다르게 와닿는다. 늘 꿈을 많이 꾸고 있다. 하루에 최소한 서너 가지 꿈을 꾸는 것 같다. 잠시 꿈 일기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늘 꿈을 많이 꾸어서 좀 더 집중적으로 꿈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꿈 관련 서적을 뒤지고 있다. 분석심리학에도 관심 갖고 있지만, 홀로 공부하기에는 쉽지 않은 분야인 것 같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이 있다. 여러 고민 끝에 다시 이 책을 찾게 되었다. 제레미 태일러의 책이 이 책 외에도 두 권 더 있다. 약 2, 3년 전에 꿈 투사 작업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리더의 권유로 읽었던 책이다. 책을 다시 읽으니 꿈 작업했던 기억도 다시 떠오른다. 금년에는 꿈 관련 서적을 집중적으로 보려고 한다. 이해되는 만큼만 이해하면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이해의 폭이 깊고 넓어질 것이다.
“깨달음이란 ‘얻거나 성취하는 것’이 아니고 ‘인식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는 항상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 우리가 자기 그림자를 투사하는 대상이 우리 내면에 가진 어떤 기질을 갖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 스스로 구하려면 그림자를 개인과 집단의 내면적 현실로 인정해야만 한다.” (본문 중에서)
무의식 내에 잠재해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를 통제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깨달음은 인식되는 것’이라는 의미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무의식이 우리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고, 이것이 바로 깨달음이라는 것이다. 또한 외부의 자극, 상대방이나 상황, 에 반응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진 그림자이기에 사람들이나 상황에 대한 불만이나 핑곗거리는 무의미하다. 오히려 자극받은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이다.
명상을 하면 무의식에 남아있는 것들이 올라온다. 거기에 반응하지 않고 흘려보내면 된다. 명상을 하는 이유이다. 무의식에 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꿈이다. 꿈은 평상시에 감추고 싶은 자신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드러낸다는 것은 자신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는 것이고, 인정한다는 것은 변화의 시발점이 된다. 꿈이 전일성(wholeness)을 추구한다고 책에서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약점을 인정하고, 부족한 점을 수용하기만 하면 되는데 페르소나 뒤에 숨어서 살아온 데 익숙한 우리는 자신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불편해하고, 어색해하며 살아간다. 꿈 작업은 이런 면에서 아주 좋은 방법이다. 또한 꿈 작업과 명상의 병행은 서로 상승효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매일 꿈 일기를 기록하고, 스스로 작업해 나갈 생각이다. 언젠가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꿈 작업하는 날도 올 것이다. 명상과 꿈 작업을 통해 하루하루 좀 더 편안한 나날이 되길 바란다. 편안한 만큼, 행복한 만큼, 즐거운 만큼, 주변에 나누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