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173] 원고 수정

걷고 2021. 2. 10. 10:36

날짜와 거리: 20210201 - 2021209  64km

코스: 한강 - 월드컵 경기장 – 노을공원 – 문화 비축기지 외

누적거리: 3,166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간다. 지난 며칠간 책 원고 마무리하느라 일기를 쓰지 못했는데, 그새 열흘이 훌쩍 지나갔다. 지난번 원고를 검토하던 출판사에서 인터뷰 형식의 글이어서 책 발간이 어렵다고 하며 원고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멘붕이 왔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이고, 출판사에서는 매출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충분히 대표님의 말씀이 이해되었다. 며칠간 아무것도 못하고 고민 속에 빠져있었다. 책을 발간하려는 기획 의도는 요즘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걸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였다. 무기력에 빠지거나, 할 일이 없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 걸으며 힘을 얻으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걸으며 힘든 상황을 극복했던 사람들을 취재해서, 인터뷰 형식으로 원고를 정리해서 출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준비한 원고로는 책 출간이 힘들다고 했다. 원래 기획 의도인 걷기를 권하는 내용은 꼭 포함시키고 싶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걷고의 걷기 일기’다. 2019년 11월부터 sns에 올렸던 ‘걷고의 걷기 일기’ 중 도움이 될만한 글을 추려서 수정과 보완하여 원고를 마무리했다. 취재했던 분들에게 연락을 취해서 상황을 말씀드리며 양해를 구했다. 그럼에도 이분들의 얘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전달하고 싶었다. 자신들의 힘든 경험을 용기 내어 말씀하시며 자신들처럼 힘든 분들에게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일부는 원고 속에 포함해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핵심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글 속에 포함되지 않은 분들의 말씀은 ‘들어가는 말’에 몇 분의 얘기를 실었다.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걷고의 걷기 일기’ 외에도 그 이전부터 썼던 글 중,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글을 추려서 2부에 실었다. 1부에서는 걸으며 경험했던 내용들을 실었고, 2부는 살면서 경험하고 배웠던 행복에 대한 얘기를 실었다. 열흘 간의 시간이 걸렸고, 어제 원고를 탈고할 수 있었다. 책 한 권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출판사에서는 원래의 원고를 그대로 반 기획으로 출판하자는 연락이 오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하지 않기로 내린 결정을 잘 내린 결정이었다. 반 기획 출판은 독자나 매출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저자가 원하는 저자의 비용으로 책을 만들어 주는 것에 불과하다. 책임감과 정성이 빠진, 마치 국화빵 찍어내듯 저자의 글을 그냥 실어서 출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하며 책 출간을 한다는 것은 단순한 매출을 떠나 보다 책임감을 갖고 저자와 함께 노력하여 좋은 책을 만들려는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처음 보낸 원고를 보고 조언을 해주신 출판사 대표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번 책이 발간된다면 작가로 처음 데뷔하는 것이 된다. 지금까지 발간했던 두 권의 책도 물론 나름대로 의미 있고 정이 가긴 하지만, 출판사와 긴밀히 협의하고 독자의 반응을 고려한 편집과 디자인을 함께 결정하는 첫 번째 책이 된다. 지금 원고를 매일 조금씩 읽으며 최종 수정을 하고 있다. 구정 이후에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할 생각이다. 지난번에 조언해주셨던 출판사에 먼저 보내고, 반응을 본 뒤에 다른 출판사에 보낼지 말지 결정할 생각이다. 

 

그간 아침에 명상하고, 식사 후 9시부터 앉아서 원고를 오전 내내 정리했다. 점심 식사 이후에 두세 시간 정도 걷거나 외부 일정을 소화하며 보냈다. 꾸준히 걸으려고 노력했다. 어떨 때는 일부러 나가서 걷기도 했다. 종일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쉽지 않기도 했고, 글이 써지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했고, 몸이 찌뿌둥해서 움직이고 싶었다. 덕분에 큰 스트레스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평상시에 만들었던 습관이 조금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곧 구정 명절이 다가온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들끼리 만나기도 조심스럽다. 딸아이는 둘째 아이 출산일이 다가와서 오지 말라고 했다. 다행스럽게 병원이 집 근방에 있어서 마음 놓을 수 있다. 형 집에서 지내는 차례도 각자 지내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조용히 차례를 지낼 생각이다. 며칠간 아무 일정이 없다. 월요일 마음 복지관에서 상담 마친 후 책 한 권 빌려왔다 ‘수행과 지혜’라는 쉐우민 수행 센터에서 발간된 아신 때자니야 사야도와 수행자들 간의 수행에 관한 문답을 모은 글이다. 몇 페이지 읽었는데, 법문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고, 지금 내게 아주 적절한 시점에 이 책을 만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매일 꿈을 많이 꾼다. 생각이 많다는 얘기다.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구정 명절이 끝나는 날까지 며칠 시간이 있다. 꾸준히 걷고, 명상하고, 글 쓰며 편안하게 보낼 생각이다. 물론 구정 이후에도 별 다른 일정은 없다. 그럼에도 구정이 끝나면 뭔가를 하기 위해 마음이 움직이려고 할 것이다. 이 움직이는 마음을 잘 알아차려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빌려온 책이 답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차분히 정독하며 공부해 볼 생각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코로나로 힘들게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며칠 만이라도 모든 시름 잊고 편안한 명절을 보내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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