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멈추고 흘려보내기>

걷고 2025. 4. 28. 12:27

아잔 차 스님의 법문을 모아놓은 책 <아잔 차의 마음>을 어제 완독 했다. 정독하고 중요한 문구는 노트에 옮겨 적으며 읽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덕분에 책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그만큼 마음에 남아있는 감동도 크다. 같은 내용을 설명해도 쉽게 말씀하는 분도 있고, 어렵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아잔 차 스님의 법문은 편안하고 이해하기 쉽지만, 그 깊이는 매우 심오하다. 스님의 법문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고, 책을 완독 한 후의 소감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스님께서는 수행을 강조하신다. 책을 덮고 수행에 전념하라고 말씀하신다. 깨어있음과 알아차림의 중요함을 강조하시고,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이 모든 수행자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말씀하신다. 계율을 잘 지키면 마음이 고요해져서 선정에 쉽게 들게 되고, 선정에 들면 지혜가 저절로 드러난다. 삼학이 계율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이 바로 삼학을 수행하는 것이 된다. 마음이 불편한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려는 욕심, 감각적 욕망, 타인에 대한 비난과 비평, 자신에 대한 자랑과 자만, 사람과의 갈등 등이다. 계율을 잘 지키면 이런 불편함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안해진다. 계청정(戒淸淨)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마음이 어지러울 일이 없으니 삼매 즉 선정에 들기가 쉬워진다.    

  

요즘은 아나빠나사띠 공부에 대한 책을 주로 읽고 있는데, 모든 책들이 수행법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계율의 중요성을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아잔 차의 마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스님의 법문을 모아놓은 책인데, 이 법문은 사전에 준비된 것이 아니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그때그때 즉석에서 법문을 하신 내용이다. 그래서 반복되어 나오는 내용이 많은 데 특히 삼학, 알아차림과 깨어있음, 수행의 중요성, 삼법인에 관한 말씀이 대부분이다. 스님께서 그만큼 반복적으로 강조하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완독 한 후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이제는 책을 그만 읽고 수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가능하면 많은 정보를 얻고, 올바른 방법으로 수행을 하기 위해 책을 많이 뒤졌고, 유튜브를 들으며 공부법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지라도 수행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행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수행은 몸으로 직접 하는 것이다. 몸으로 수행하며 마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평온하게 만드는 것이 수행이다. 모든 것은 무상하며, 무상하니 괴롭고, ‘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체득하는 것이 수행이다. 무상은 가장 기본적이자 최고의 진리다. 이 진리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몸으로 직접 체득하는 과정이 수행이다.   

   

또 한 가지 크게 배운 점이 있다. 지금까지 마음, 생각, 감정의 움직임과 계속해서 싸우며 이를 극복하려 노력해 왔다. 잘 될 때도 있었지만, 안 될 때는 자신을 비난하기도 했다. 어리석었다. 스님께서는 “마음이 행복하든, 슬프든, 사랑하든, 미워하든 그 감정에 속지 마라. 모두 가짜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들과 싸우고, 이들을 극복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잡초가 올라왔다고 낫으로 자르는 일에 불과할 뿐이다. 잡초는 곧 다시 자라난다. 뿌리를 끊어버려야 한다. 근데 잡초는 원래부터 있지도 않았고, 뿌리도 없었다는 점이다. 마음속에 스스로 잡초를 만들고, 뿌리를 간직하고 살아왔을 뿐이다. 통탄할 일이다. 마음은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는 공(空)이다. 빈 집일 뿐이다. 그 빈 집에 생각, 감정, 분노, 욕심, 감각적 욕망, 평가, 판단 등이 들어와 어질러 놓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모두 ‘나’라고 착각하며 이들을 보호하고, 때로는 싫다고 밀어내려고 싸워왔다. 이 싸움은 끝이 나지 않는 싸움이다.        

 

원래 본성은 빈 집일 뿐이다. 밀어내고 보호할 필요조차 없이, 그냥 흘려보내면 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나’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며 살아왔기에 쉽게 흘려보내지 못할 뿐이다. 스님께서 “습관의 힘을 거스르라”라고 말씀하셨다. 명상은 습관을 따르지 않고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생성된 생각 근육, 마음 근육, 습관 근육 등이 있다. 이들을 원래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 명상이다. 수많은 억겁의 세월 동안 만들어진 습관을 하루아침에 쉽게 떼어낼 수는 없다. 이 사실만 인정해도 명상 시 떠오르는 잡념과 망상 때문에 공부가 힘들다거나 근기가 약하다는 생각은 줄어든다.      

 

다양한 수행법을 조금씩 곁눈질해 오며 지내왔다. 그리고 이제 아나빠나삿띠, 들숨 날숨에 마음 챙기는 수행법을 최종 공부법으로 결정했다. 이제는 꾸준히 이 공부법을 이어가면 된다. 책, 강의, 그간 공부해 온 경험 들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공부는 단순하게 해야 한다. 스님께서 말씀하신 내용만 기억하고 수행만 해나가면 된다.     

 

“이 순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호흡의 알아차림을 훈련하는 것뿐이다. 주의를 정수리에 집중한 후 발끝까지 훑어 내려라. 그리고 다시 머리로 올라가라. 깨어있음이 온몸을 관통하게 하고 지혜로 그것을 관찰하라. 그다음에 명상을 시작하라. 당신이 할 일은 오직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는 것이다. 깨어있음을 유지하면서 숨이 편안하게 드나들게 하라. 마음이 동요하면 깊이 들이마신 후 완전히 내쉬는 것을 서너 번 반복한 후 다시 집중하라.” (<아잔 차의 마음> 본문 인용)     

 

일어나는 모든 생각과 감정을 따라가거나 판단하지 말고 일단 멈춘 후 그것들을 흘려보내면 된다. 알아차림을 통해서 멈추고, 명상의 대상에 집중하며 흘려보내면 된다. 아나빠나삿띠를 공부하면 일어나는 단계별 마음의 상태를 경전에서 또 관련 서적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호흡에 마음챙김하며 집중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호흡에 대한 지속적 고찰을 하게 되면 감각적 욕망에서 벗어나 희열과 행복이 일어난다. 그리고 호흡이 더 깊어지며 심일경성이 이루어진다.” 아잔 차 스님께서는 호흡 관찰을 꾸준히 하다 보면 저절로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하니 그냥 들숨날숨을 관찰하라고만 하신다. 결과는 저절로 떨어지는 낙과에 불과할 뿐이다.      

 

5월 안에 ‘명상과 자기 돌봄’이라는 8주 프로그램일 운영할 계획이다. 이때 아나빠나삿띠를 같이 수행하며 꾸준히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하고 있다. 혼자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도반과 함께 공부하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가르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고, 부처님 말씀에 따라 함께 수행하고, 수행 시 느낀 점을 공유하며 같이 공부를 지어나가는 모임이다. 기본 자료도 준비가 되어 있다. 심신이 지친 사람들이 참석하여 참다운 휴식을 취하고 마음의 평온을 이루기를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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