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편의 글
브런치 작가가 된 시점이 2017년 말쯤이고,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지난 만 7년간 브런치에 올린 글이 천 편이다. 얼추 계산해 보니 매주 2.7편의 글을 썼다. 오랜 기간 꾸준히 글을 써왔고,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7년 후에는 또 다른 1,000편의 글이 써질 것이다. 지난 7년간의 글쓰기를 한번 돌아본다.
산티아고 다녀온 후 쓴 책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길, 산티아고> 이후로 글을 집중적으로 쓰게 된 거 같다. 그 이전에는 걷기 동호회 활동을 하며 후기를 썼고, 가끔 신변잡기를 글로 써서 지인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글 보관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고민하던 차에 친구가 블로그를 해보라고 조언을 해준 것이 계기가 되어 블로그 활동을 한 지는 대략 10년 정도 된다. 블로그와 다른 sns 활동은 이웃 간에 서로 품앗이를 해야 조회수도 늘어나고 활성화되는데, 그런 면에는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않았다. 글을 보관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다만 누군가가 방문해서 답글을 남기면 기본적인 감사 인사 정도 하는 편이다.
글을 전문적으로 써 온 작가는 아니다. 그냥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작가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썼다. 걷기 동호회 활동을 12년 이상하며 걸은 후 느낀 후기를 주로 썼다. 요즘은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글을 쓰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가끔 글을 읽고 위로받았다거나 좋은 글 고맙다는 댓글을 보면 힘이 난다. 그래서 더욱더 글을 쓸 때 단어 선택이나 표현을 정제하고 신중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무조건 쓰기다. 많이 쓰면 글쓰기 실력은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고인이 되신 박완서 선생님께서는 매일 A4 한 장 분량의 글을 습작으로 하셨다고 한다. 이 말씀을 믿고 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총 네 권의 책을 발간했다. 발간 방식도 다양하다. 2017년도에 발간된 첫 번째 책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길, 산티아고>는 반기획출판으로 기본 출판 비용을 지불하고 출판사에서 디자인과 편집, 유통을 맡아서 하는 방식이다.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출판사와 함께 작업했다. 2018년도에 부크크라는 자가출판 플랫폼에서 <나다움을 희망하며>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간 써온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원고를 쓴 후 정리해서 부크크에 올리면 무료로 책을 발간할 수 있다. 디자인과 편집 등도 모두 자신이 직접 해야만 한다. 일종의 도전이고 시험적으로 만들어 본 책이다. 글의 내용과 편집, 디자인 등 전반적인 부분이 무척 어설픈 책이다. 후배가 도움을 주어서 부크크에 올릴 수도 있었다.
‘e퍼플’이라는 제작 사이트에서 전자책을 무료로 발간하고, 유통과 결제까지 맡아서 해준다. 2023년 <금융문맹 탈출기>를 eBook, 전자책으로 발간했다. 금융문맹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답답한 마음에 관련 서적을 읽으며 나 자신만을 위한 재테크 책을 만들었다. 이 책에 나온 글의 내용을 믿고 투자하면 절대로 안 된다. 다만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책 몇 권이 소개되어 있으니, 이 책을 발판으로 재테크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2024년에는 <경기 둘레길,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을 eBook, 전자책으로 발간했다. 2022년 5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약 1년 3개월간 거의 매주 주말에 860km에 달하는 경기둘레길을 걷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걸으며 완보한 후기를 정리해서 발간한 책이다. 길에서 또 길동무를 통해 배우고 울고 웃었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2025년 초에 <마음챙김 걷기>책을 발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원고 수정 작업 과정에서 아직 책으로 발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작업하고 있다. 1년 정도 예상하고 내년 초 발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을 쓰며 처음으로 작가로서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주제를 정해놓고 글을 쓰다 보니 기존에 써놓은 마음챙김 걷기에 관한 원고 외에도 마음챙김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고 소화한 후 글을 쓰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원고 수정 작업을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글쓰기의 나쁜 습관도 발견하게 되어 그 습관을 바꾸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객관적인 평가와 판단 덕분에 나의 글을 조금 떨어져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또는 답답한 마음을 풀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한 글쓰기가 지금은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걷기와 글쓰기는 평생 동반자다. 걷고 느낀 생각을 글로 정리하며 엉킨 실타래를 풀어낸다. 때로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걸으면 걷기와 자연이 이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이 둘은 아주 환상적인 콤비로 나를 지탱시켜 주고 지켜주고 있다. 처음 글쓰기의 주제는 나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요즘도 가끔 그런 경우도 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과거의 나로부터 벗어나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고, 나눌 수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2024년 4월부터 ‘걷고의 걷기학교’에서 해파랑길을 걷고 있다. 올 5, 6월이면 완보하게 된다. 또한 2024년 12월부터 월 1회 인제천리길을 걷고 있다. 이 두 길을 마친 후에도 후기를 엮은 책이 발간될 것이다. 함께 걸은 사람들만의 한정 문고판이 될 수도 있고, 전자책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종이책으로 발간될 수도 있다. 함께 걸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추억록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만의 추억이 다른 사람들에게 길과 걷기에 관한 유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김영미 대장은 1,715.7km의 남극대륙 단독 횡단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왔다. 그녀는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도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길을 걸으며 우리의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도전기는 글로 남아 추억으로 보관될 것이다. 글 한 장은 쉽게 잊히는 기록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모여 책으로 발간되면 역사가 된다. 우리가 걷는 길이 우리의 역사다. 그래서 걷기는 바로 글쓰기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다. 천편의 글쓰기가 가르쳐 준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