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나를 이끌어준다>
아침 식사 후 신문을 읽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고 있다. 거의 매일 하는 루틴이다. 며칠 전 한 친구가 내게 글감을 찾아내어 글로 만드는 재주가 좋다고 칭찬을 한 적이 있다. 7, 8년간 꾸준히 글을 쓴 덕분에 저절로 그렇게 된 거 같다. 쓰고 싶은 글이 있는데 쓰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릿속에 뭔가가 가득 채워진 거 같아 비워내고 싶다. 글을 쓰고 나면 마음도 개운하고 머리도 가볍다. 또한 마음이 편안하고 깊은 감동이나 좋은 느낌이 들 때 글은 저절로 편안하게 써진다. 가끔은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고 글이 나를 이끌고 가며 저절로 글이 쓰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오늘은 딱히 쓰고 싶은 글감은 없다. 그럼에도 앉아서 글을 쓰는 이유는 7, 8년간 만들어 온 습관을 유지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글감은 없지만 어떤 글이 나올지 궁금하고 그 글을 구경하고 싶어서다.
최근에 <마음챙김 걷기> 책 발간을 위해 원고를 정리하며 두 분께 수정을 부탁드렸다. 렛고님이 그중 한 분이다. 두 분의 꼼꼼하고 고마운 피드백과 수정을 받은 후 책 발간을 1년 미루기로 하고 다시 원고를 정리하고 있다. 책으로 만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글에 대해 누군가가 피드백을 주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신선했고, 덕분에 나의 글을 한 걸음 떨어져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다시 원고를 읽으니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한 순간에 어떤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문제점을 파악하게 된 것 자체로도 피드백의 효과는 이미 충분하고 고맙다. 글쓰기에 하나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원고 한 편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일주일간 컴퓨터를 켤 때마다 반복해서 읽으며 수정 작업을 한 후 정리된 원고를 매주 수요일에 브런치에 올리고 있다. 글을 분해해서 읽고, 분해한 다음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서 어설픈 부분을 조금씩 수리하고 있다. 나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나만의 작업이지만,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사소한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글 쓰는 사람으로서, 비록 아마추어 작가지만, 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sns에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밴드 페이지의 구독자수는 거의 변화가 없지만, 조회수는 매 글마다 최소한 100회 이상이다. 검색해 보니 작년 11월 이후부터 생긴 변화다. 브런치에도 ‘like-it'을 누른 사람의 숫자가 제법 많이 늘었다. 얼만전까지는 10개 미만이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10을 넘고 있다. 조회수가 늘어나며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조금 더 느끼게 된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고, 답답하고 힘든 마음을 글로라도 풀어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도움과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지금은 글쓰기와 걷기가 삶을 지탱시켜 주는 큰 버팀목이 되었다. 이 둘은 평생 동반자로 나와 함께 지낼 것이다.
글은 생각이다. 생각은 평상시 지녀온 마음이나 의지다. 나의 생각은 주로 걷기, 글쓰기, 명상, 상담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주변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자신을 위하고 주변과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글로 표현되고 있다. 금년에는 함께 하는 명상 또는 명상과 상담을 접목한 프로그램 중 하나를 시작해 볼 생각이다. 오늘 나의 글은 아무런 주제 없이 시작해서 하고자 하는 일로 마무리되었다. 나의 길이 저절로 드러난 셈이다. 글이 나를 이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