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감각 느끼며 걷기>
손자를 클리닉에 데려다주고 한 시간 정도 근처에 머물며 홀로 시간을 보낸다. 냉방이 잘된 빌딩은 무더운 여름에 걷기 좋은 환경이다. 요 며칠간 업무를 보느라 제법 피곤하고 어젯밤에는 오후에 마신 커피 탓인지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목 뒤와 양 어깨 윗부분이 무겁게 느껴진다. 손을 위로 들어 스트레칭을 하는데 약간의 통증과 불편함이 느껴진다. 다행스럽게 클리닉이 위치한 빌딩은 제법 면적이 넓은 곳으로 통로도 넓어서 걷기에 편안하다. 아침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통로에 사람들도 별로 없다.
통증이 있는 목과 어깨의 감각에 집중하며 걷는다. 처음에는 통증과 불편함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진다. 계속해서 의식을 목과 어깨에 집중하며 걷는다. 걷다가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알아차리고 다시 감각에 집중한다. 20분 정도 감각에 집중하며 걸으니 뭉친 근육이 풀린 듯 통증도 많이 사라지고 어깨가 가볍게 느껴진다. 조금 더 감각에 집중하며 걷는다. 그리고 마치 스캔하듯 목에서 어깨 그리고 몸통까지 조금 더 확장해서 감각을 느끼며 걷는다. 많이 편안해진다. 이제는 몸의 움직임을 전반적으로 관찰하듯 걷는다. 머리는 바로 세우고, 어깨는 힘을 빼고, 온몸의 긴장된 곳을 이완시키고, 다리 근육의 감각을 느끼고, 발의 움직임과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며 걷는다. 이런 과정을 부분적으로 관찰하며 걷지 않고 몸을 외부에서 관찰하듯 몸 움직임 전체를 바라보고 느끼며 걷는다. 몸이 많이 편안해진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빨리 알아차리고 다시 몸의 관찰로 돌아온다.
인적이 거의 없는 한 구석에 긴 복도가 있다. 복도의 거리는 약 10m 정도 된다. 몸 관찰을 마친 후 이 복도를 천천히 왔다 갔다 하며 걷는다. 발의 감각, 몸의 움직임을 조금 더 면밀하고 세밀하게 관찰하며 걷는다. 어느새 50분이 지나간다. 곧 손자 클리닉이 끝나는 시간이다, 클리닉 앞에서 손자를 기다린다. 아이가 나오자 신발을 신긴 후 손을 잡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손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엄마가 시키는 대로 클리닉에 다니고, 엄마는 클리닉 안에서 한 시간 동안 쉬거나 할 일을 하며 아이를 기다린다. 나는 이 시간을 이용해서 마음챙김 걷기 명상을 한다.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다.
운전을 하며 다시 마음챙김을 한다.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의 감각을 느끼며 운전한다. 다른 생각이 올라오면 다시 운전에 집중한다. 최근에 구매한 차는 비록 소형이지만 최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예전 차에는 없던 기능이 있다. 멈춘 후 앞차가 이동하면 바로 알람이 울린다. 그리고 화면에 앞차가 떠났다는 문구가 나온다. 그 소리를 듣고 다시 정신 차리며 이동한다. 옆 차선 사각지대에서 차가 지나가면 사이드미러에 불이 들어오고 알람 소리가 들린다. 정신 차리며 운전하라고 차가 알려주는 것이다. 운전할 때 차의 알람이 마음챙김에 도움이 된다.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도 알람이 울리면 운전하고 있는 자신을 확인하며 다시 운전에 집중한다.
금요 서울 둘레길 마음챙김 걷기를 격주 단위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진행하면서도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서너 시간 함께 걸으며 30분 간 침묵 걷기를 두 번 진행한다. 상황에 따라 한 번밖에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30분이 꽤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여러 명이 함께 걸으며 침묵 속에서 걷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진행하는 사람이 이렇게 느끼니 참석자들의 느낌은 조금 더 많이 이상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꾸준히 진행하니 이제는 참가자들이 먼저 침묵 걷기를 하자고 얘기하기도 한다. 걷기를 마친 후 침묵 속 마음챙김 걷기에 대한 느낌을 들은 적이 있다. 대부분 긍정적이고 좋다는 반응이다. 그 이후 용기를 얻어서 마음챙김 걷기를 하며 발의 감각, 또는 몸의 감각, 또는 새소리 나 바람소리에 집중하라는 안내 멘트를 가끔 하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가르치는 게 무척 어색한 사람이다. 그것이 정답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마음챙김 걷기나 명상법은 제법 오랜 기간 이런저런 방법으로 공부해서 찾은 방법으로 스스로 실천하고 있지만, 과연 이 방법이 100% 옳은 방법인가에 대한 고민은 늘 하고 있다. 그래서 각자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마음챙김이나 명상 관련된 책을 소개하거나 나의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올리고 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기본 안내자 역할 정도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안내자는 방향을 알려주면 된다. 길을 가는 사람들은 그 방향으로 가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어느 누구의 말도 또 어떤 가르침도 직접 실천하고 실행하고 확인하기 전까지는 무조건 믿거나 따라가서는 안 된다.
나 스스로 마음챙김 걷기를 일상에서 실천하고 또 나아가 진행하고 안내하면서 불확실했던 사실들이 점점 확실해지는 것을 느낀다. 손자 클리닉 데려다준 후 혼자 클리닉 건물을 50분 정도 걸으며 몸의 긴장을 이완시킬 수 있었고, 그 이후에는 차분하게 걷기 명상을 실행할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그간의 경험과 방법이 꾸준한 연습을 통해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전철을 기다리거나, 신호등에서 대기할 때, 또는 운전하거나, 혼자 걸을 때 등등 일상 속에서 마음챙김 걷기와 명상을 실천하고 있다. 요즘은 주로 호흡을 통한 마음챙김을 하고 있다. 호흡 시 코끝이나 코 밑에서 느껴지는 바람의 감각을 느끼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 작업은 걸으면서도 할 수 있다. 아무런 도구 없이 어떤 상황에서 또 어떤 일을 하던지 혼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형 명상이고 마음챙김이다. 명상이나 수행이 일상과 괴리가 있다면 이런 수행은 의미도 없고 이런 수행은 할 필요가 없다.
걸으며, 전철을 기다리며, 운전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며 일상 속에서 마음챙김 수행과 명상을 하는 것이 조금씩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조금 익숙해진 것 같다. 물론 이런 익숙함은 언제든 쉽게 사라질 수도 있다. 꾸준한 연습만이 익숙함을 체득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 둘레길 마음챙김 걷기를 22회 진행했다. 그리고 이 걷기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처음에는 나 스스로 어색했고, 특히 참가자들에게 안내하기는 더욱 쑥스러워졌지만, 이제는 나에게도 익숙해졌고 참가자들에게도 조금 더 자신 있게 안내를 하며 이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의 다양한 경험은 마음챙김 걷기와 명상이 나와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만들어 주었다.
지금 ‘마음챙김 걷기’를 주제로 책을 쓰고 있다. ‘마음챙김 걷기’를 진행하는 사람으로 이 분야의 책을 한 권 쓰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글을 쓰며 잘 몰랐던 부분이나 확신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이나 관련 논문 등을 읽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과거에 이 주제에 대해 썼던 글도 다시 살펴보며 수정하고 보완하고 있다. 9월 말이면 원고 초고는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이 출간된 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걷기를 통해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같이 공부하며 살아가고 싶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마음챙김 걷기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