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일기

향기나는 사람

걷고 2024. 1. 8. 10:22

며칠 전부터 집안에 향기가 난다. 마치 집에 향을 피운 것처럼 냄새가 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또 주변을 둘러봐도 향기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혹시 무언가가 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어 이곳저곳을 살펴보아도 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특히 향냄새가 집에 있는 향을 피운 냄새와 매우 흡사하다. 한참 뒤에 아내가 이유를 알았다며 집안에 있는 행운목을 가리킨다. 다가가서 살펴보니 행운목 윗부분에 꽃이 피어났고, 거기서 짙은 향내가 나오고 있다. 거실이 향으로 가득해서 머리가 아플 정도가 되어 안방으로 행운목을 옮겨놓고 방문을 닫았다. 가끔 방에 들어가면 향내가 진동한다.      

 

거실에 화분이 몇 개 놓여있다. 아내가 정성껏 키우고 있고 나는 그냥 아무것도 없는 듯 대하고 있다. 햇빛이 베란다로 들어오면 아내는 화분을 베란다로 옮겨서 햇빛을 쬐어준다. 날씨가 추워지면 혹시나 얼을 것 같아 방으로 들여놓고, 수시로 확인하며 물을 준다. 가끔 수건으로 잎을 닦아준다. 정성을 쏟으며 화분을 대하니 화분도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내뿜는다.    

  

세상사 모두 같다. 정을 쏟은 만큼 돌아온다. 한 만큼 받게 된다. 선인선과(善因善果)이고 악인악과(惡因惡果)다.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결국 자신이 만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중요한 사실을 쉽게 잊거나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주변을 탓하거나 남을 비난한다. 자신의 상황이 어렵다면 그렇게 만든 이유가 자신에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노력해서 변화를 만들어 삶을 변화시켜야만 한다. 지금 상황이 매우 좋다면 이는 자신이 잘 살아온 결과이고 이런 상황을 오랜 기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겸손하고 베풀며 살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집안 가득한 향내를 맡으며 과연 나는 주변에 과연 향기를 풍기는 사람인가에 대한 자기 점검을 한다. 별로 그런 사람은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먼저 다가가거나 정을 주는 사람도 아니고, 남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도 아니다. 어떤 일이든 열정을 담아 하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도 아니다. 그냥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때로는 스스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나름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된다. 나는 나 혼자의 삶 정도를 겨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도 않고,  도움도 되지 않는 매우 평범한 사람이다. 겨우 우리 식구가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정도의 사람이고, 나의 개인적인 삶만 겨우 이끌어 갈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다. 아직 ‘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다.   

   

<궁극의 자유를 위한 열쇠>라는 책을 읽고 있다. 지인이 보내 준 책인데 교보문고 등 서점에는 아직 입점되지 않은 책이다. 이 책에서 ‘나’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면 행복해진다는 글을 읽으며 과연 나는 사랑을 주는 사람인가 아니면 받기만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본다. 사랑을 준 적이 있는 것 같지만, 이 역시 사랑을 받기 위한 행동이었기에 주는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나는 사랑을 받기만 했다. 무의식적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신을 자유롭게 만든다는 말도 와닿는다. ‘머릿속 이야기’에 따라 우리는 울고불고하며 살아간다. 이 ‘머릿속 이야기’가 바로 무의식적 생각이다. 우리가 명상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걸으며 몸의 감각에 집중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도 결국 무의식적 생각에서 벗어나기 방편이다. 잘 될 때고 있고, 그렇지 않을 때고 있다. 여전히 상황에 끌려 다니는 삶을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만든 세상은 관념의 세상이고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 그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글을 읽으며 나의 한계를 스스로 만들었고,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그 한계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만든 관념의 세상 속에서 내가 스스로 만든 한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노력을 한다고 바로 변화가 이루어지거나 주변에 향내를 품기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내가 화분에게 정성을 쏟듯, 나 역시 나 자신에게 정성을 쏟고 아끼고 잘 다스려야 한다.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고 잘 대해줄 때, 내 안의 한계는 무너지고 주변에 향기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귀하게 여기는 방법 중 하나가 스스로 만든 한계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 한계는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관념 속 한계에 불과하기에 그 관념에 속지 않으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적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명상이 도움이 될 것이고, 관념의 세상에서 자유롭게 되면 ‘너’와 ‘나’의 한계가 무너지며 참다운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정성이다. 나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자신에게 정성을 쏟는 것이 향내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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