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일기

고마운 하루

걷고 2023. 12. 19. 18:58

아내는 딸네 가 있고, 나는 내일 지방에 업무가 있어서 집에 머물며 할 일을 하고 있다. 아침에 7시에 기상해서 간단히 양치질한 후 혈압 약을 먹는다.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들고 와서 약 40분간 신문을 읽는다. 정치면은 읽지 않고 뒷면부터 읽는 습관이 언제부턴가 생겼다. 정치꾼들의 모습을 듣고 보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뒷면부터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신문을 읽은 후 음악을 틀어놓고 스트레칭을 한다. 최근에 좁은 곳에 차를 주차한 후 빠져나오려다 몸이 끼여 고생을 했고, 그 이후로 허리에 통증이 시작되었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처방이 없을 것 같아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달래고 있다. 스트레칭을 한 후에 푸시업과 스코트를 11회씩 세 번 한다. 10회씩 하다 이번 주부터 1회씩 늘린 것이다. 앞으로 매주 1회씩 늘려 나가서 30회까지 끌어올리고 싶다. 아침 스트레칭을 마치고 나니 오전 8시가 조금 넘는다. 아내가 준비해 놓은 과일, 야채샐러드로 아침 식사를 한다. 오늘은 계란프라이를 처음으로 두 개 해서 먹었다. 아침 식사 후 설거지를 한 후 커피 한 잔 타서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유튜브에서 오케스트라 음악을 오디오에 연결해서 듣는다.      

 

오전 9시경 책상에 앉아 글을 정리하고 있다. 경기 둘레길 걸은 후기를 정리해서 책 출간을 준비 중이다. 집중해서 원고를 정리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이번 주는 아내가 딸네에 가 있고, 나는 홀로 집에 머물며 원고 마무리 작업을 하기로 했다. 다음 주까지 집중해서 하면 탈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간 세 번 정도 다듬은 원고지만 다시 읽어보니 수정할 곳이 제법 있다. 올해 안에 탈고를 한 후에 내년 초에 투고하면 경기둘레길 관련된 모든 일을 마치게 된다. 1년 3개월간 매주 걷고, 걸은 후 후기를 썼고, 쓴 후기를 다시 원고로 정리해서 출간기획서와 함께 제출하면 경기 둘레길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것이다. 책 출간이 되어야 완전한 마무리가 되겠지만, 일단 투고까지만 해도 일차 마무리를 하게 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할 것 같다. 오전 내내 원고를 수정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된다. 아내가 준비해 준 국과 반찬을 꺼내어 점심 식사를 맛있게 한다. 그리고 걷기 위해 집을 나선다.     

 

따뜻한 둥굴레차를 만들어 텀블러에 담아 작은 백에 넣고 나갈 준비를 한다.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쓰고, 두꺼운 장갑도 꺼내 쓰고, 두건으로 입과 목을 감싼다. 어느 길을 걸을까 고민을 잠깐 했다. 뒷산을 걸을까 아니면 상암동 공원을 걸을까? 오늘은 괜히 산에 오르기가 싫다. 불광천을 따라 걷다가 홍제천 합수 지점을 지나 한강변에서 우측으로 걸어서 월드컵공원으로 들어선다. 공원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 나오며 무지개다리를 지나 하늘공원으로 올라간다. 계단이 많이 있는 길이지만 운동 삼아 천천히 여유롭게 걸으니 힘들지 않고 편안하게 하늘공원 입구에 오른다. 하늘공원은 황량하다. 무성하고 아름답던 억새는 모두 잘려나가고 넓고 넓은 평원만 속을 드러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더욱 춥게 느껴진다. 큰길 따라 내려오며 난지천 공원으로 들어선다. 공원 입구의 축구장에는 축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활기차게 느껴진다. 평일임에도 축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내가 근무할 때는 평일에 어딘가를 놀러 가거나 취미생활을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세월의 변화는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난지천 공원을 지나 문화비축기지를 걷는다.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고 있다. 눈을 맞으며 천천히 걷는다. 그냥 편안하다.      

 

약 11km를 2시간 조금 넘게 걸었다. 집에 돌아와 씻고 나서 식빵을 토스트기에 구운 후 땅콩잼과 딸기잼을 발라 우유와 맛있게 먹으며 영양 보충을 한다. 그리고 다시 책상에 앉아 원고를 정리한다. 지금 시간이 저녁 6시 18분. 아침 7시에 일어나 약 12시간 동안 내가 한 행동들이다. 이제 이 글을 쓴 후에는 저녁을 차려 먹을 생각이다. 아마 저녁을 먹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면 오후 7시 반 정도 될 것 같다. TV를 보며 휴식을 취하고 내일 지방에 업무차 가기 위해 입고 갈 옷을 꺼내놓은 후 잠에 들 것이다. 요즘 잠이 조금 늘어서 8시간 정도 자는 것 같다. 중간에 한번 화장실 가기 위해 깬 후 바로 잠에 들고일어나면 7시 정도 된다. 내일은 집에서 늦어도 7시에 출발해야 하기에 6시 이전에 기상해야 한다. 내일 업무를 마치고 나면 금년에 할 일이 모두 끝날 것 같다.      

 

다음 주 수요일에 치과 예약 외에는 다른 약속을 만들지 않았다. 연말까지 원고를 정리하며 조용하고 차분하게 보내고 싶어서이다. 두 개의 약속이 있었지만, 양해를 구해서 취소했다. 아무 할 일이 없이 원고 정리만 한다는 사실이 편안하고 좋다. 일에 쫓기지 않아도 되고, 약속으로 인해 몸이 바쁘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약 2주간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 너무 좋다. 가끔 홀로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한 해가 끝나간다. 그리고 곧이어 새해가 시작된다. 2024년에 할 일을 정리해 본다. 경기 둘레길 책 발간 후 인생 2막 준비에 관한 원고를 쓰고 싶다.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쓰며 마음을 다듬고 싶다. 걷기를 꾸준히 하며 심신의 건강을 다지고 싶다. 늘 하던 일이니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에 서울둘레길 걷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걷고의 걷기 학교’ 이름으로 처음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이 외에 매월 2박 3일간 남파랑길을 걸을 계획도 하고 있다. 남파랑길 프로젝트는 조금 도 생각해 볼 생각이다. 체력과 시간이 부담이 되기도 하고, 꼭 코리아 둘레길을 모두 걸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확신이 안 서기 때문이다. 상담심리사로서 걷기 상담을 진행하고 싶다. 내년에 공고를 해서 원하는 내담자를 찾아볼 생각이다. 두 시간 정도 같이 걸으며 상담도 하고, 명상도 하고, 침묵 속에서 걸으며 자신과 대화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독서와 전공 서적 공부하는 것은 일상이 되어있다. 내년도 할 일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느낌이다. 오늘 하루 무척 편안하고 충만한 하루를 보냈다. 고마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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