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188] 신명 나게놀아보자
날짜와 거리: 20210312 - 20210313 18km
코스: 서울 둘레길 (불광역 – 명상길 – 흰구름길 – 빨래골) 외
평균 속도: 3.87km
누적거리: 3,405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오랜만에 걷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서울 둘레길을 걸었다. 작년 여름부터 월 2회씩 주말에 서울 둘레길을 회원들과 함께 완주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코로나로 인해 두 달 이상 진행을 못하다가 세 명 이하로 인원 제한을 하며 다시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길동무들이 너무 반가웠고, 둘레길을 걸으니 몸이 힘들다고 반응하기도 한다. 그간 평지에 익숙한 몸이 산길에 익숙해지기 위한 일종의 신고식을 한 것이다. 북한산 둘레길 구간은 대부분 산길로 이루어져 있다. 평창동 일부 구간은 주택가를 통과해야 한다. 포장도로를 걸으면 발에 피로감이 오고 재미가 없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포장길도 길은 길이고, 서울 둘레길 157km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통과해야만 한다.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끊어 놓았기에, 산길을 이어 걷기 위해서는 끊어진 산길에 만들어진 포장도로를 통과해야만 한다. 걸으며 숨이 차오르고 땀이 나고 호흡이 거칠어진 덕분에 모든 잡념들이 끊어진 산길처럼 저절로 뚝 끊겼다. 몸이 힘들어하면서 불필요한 잡념들을 끊어낸 것이다. 많은 잡념들은 그저 잡념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최근에 몇 가지 일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계기가 ‘상담사 면접’이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한 자신이 수치스럽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이 수치감이 자신을 힘들게 만들었다. 대학원 수련부터 8년 넘게 상담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 면접관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한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다른 면접자들의 답변을 들으며 상담사로서 많이 부족한 자신을 확인하게 되었고, 동시에 반성도 하게 되었다. 또 한 가지는 60대 중반의 사람이 돈 몇 푼 벌기 위해 면접 다니는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앞으로는 상담사가 되기 위해 면접을 다니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다. 하지만 상담사로서 공부를 꾸준히 하면서 상담 봉사활동은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기로 했다. 사회통합치유센터에서 상담 봉사활동을 5년 이상 해 오고 있는데, 이 일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것이다.
최근에 길에서 만난 길동무 한 분은 경험한 내용들과 공부한 것들을 나누기 위한 방편으로 유튜브를 시작해보라며 격려해 주셨다. 그분과 얘기를 나누며 나이 핑계를 대며 나이 뒤에 숨어있었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자신이 이해가 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후배는 어딘가에 소속되기보다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조언 해 주었다. 할 수 있을까?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해서 어떤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더. 면접, 길동무와 후배의 조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런 일들을 통해서 나이 뒤에 숨었던 비겁한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후배 말처럼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이제 다시 시작할 때이다. 흔히 하는 얘기로 계급장 떼어놓고 세상과 한바탕 씨름할 때이다. 천하장사가 되기 위해 씨름을 하는 것이 아니고, 마을 잔치를 벌이기 위해 씨름을 하는 것이다. 목표와 목적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그냥 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사랑과 일’이다. '사랑'은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일'은 활기차고 즐겁게 살아갈 일 거리, 할 거리, 놀 거리를 얘기한다. 한 가지를 추가하고 싶다. ‘자기 돌봄’이다. 이것이 선행되어야 건강한 사랑과 건강한 일을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조금만 더 자유롭고 싶다. 앞으로 어딘가에 취직하거나 소속되어 돈벌이를 하겠다는 생각도 접었다. 다만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부수입이 따라온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최근에 투자에 관심을 갖고 금융문맹 탈출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친구가 기본적인 내용을 가르쳐주고 있고, 책도 조금씩 읽으며 공부하고 있다. 평생 처음으로 시작하는 금융 재테크이다. 배우고 공부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통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잔치를 벌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큰 욕심이 없기에 천천히 꾸준히 해 나가면 된다.
글 쓰는 일은 좋아하는 취미이자, 놀 거리이며 할 거리이다. 글을 쓰고 sns 업로드하고 있다. 브런치, 블로그, 티스토리, 밴드 페이지, 페이스북, 링크드인,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다. 이 글들이 모여서 나중에는 책으로 발간될 수도 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그 내용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요즘 시대에 맞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다. 가끔 안부를 전하거나 도움이 된다는 댓 글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서로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마치 친근한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제목은 ‘걷고의 마음 산책’으로 잠정적으로 결정했다. 시작하기 전과 끝나기 전에 각각 1분 정도 종소리 명상을 포함시키려고 한다. 5분에서 7분 정도 짧게 만들어 매주 한 개 또는 두 개씩 업로드할 생각이다. 업로드하는 요일과 시간은 좀 더 생각해 보려 한다.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며 좋았던 글귀를 나눌 수도 있고, 경험한 내용이나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정리해서 전달하려고 한다. 좀 더 충실하고 좋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꾸준히 읽고 공부하고 사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마치 예전에 어른들이 일찍 기상해서 집 마당을 쓸고 밭에 나가서 살펴보며 하루를 보내듯, 읽고 쓰고 공부하고 사색하며 유튜브를 통해서 나만의 마을 잔치를 벌일 것이다. 늦어도 3월 말에는 시작할 수 있다.
나만의 브랜드는 바로 '걷고의 걷기 학교'이다. 걷기, 명상, 상담을 접목시킨 걷기 학교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를 하며 구체적인 방법을 구상해 놓았다. 직장인을 위한 저녁 걷기 프로그램과 일반 성인을 위한 낮 걷기 프로그램을 각각 주 1회씩 진행하며 소박하게 출발할 것이다. 그간 활동해왔던 sns를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이 발간되고, 모임 인원 제한이 풀리며 바로 시작할 것이다.
명상과 걷기라는 좋은 습관을 갖고 있어서 ‘자기 돌봄’은 비교적 잘하는 편이다. Sound Body, Sound Mind! 건전한 몸과 마음의 건강은 모든 생활의 기본이 된다. 기초가 약하면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좋은 생각과 행동, 글과 말은 ‘자기 돌봄’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자기 돌봄’의 바탕 위에 사랑과 일을 쌓을 수 있다. 자신을 위한 마을 잔치를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좋은 일이다. 꾸준히 하면 된다. 꾸준히 하는 것은 몸에 많이 익었다.
주문한 유튜브 촬영용 조명이 어제 도착했다. 휴대전화와 연결된 마이크는 작년에 구입해 놓은 것이 있다. 시작 전후의 멘트와 전체적인 순서를 정리해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요일에 두 개 만들어 업로드할 요일과 시간에 맞춰 올릴 계획이다. 카메라의 위치와 책상의 위치, 뒷배경도 어느 정도 구상을 해 놓았다. 이제 잔치를 벌일 때이다. 매일매일 잔치를 벌이며 신명 나게 놀아보자. 조언을 해준 길동무와 후배, 그리고 이런 일을 하게끔 격려를 해준 아내와 가까운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