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문맹 탈출기 3] 투자의 개념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증권사에 다니는 지인을 통해서 지난주에 처음으로 두 시간 정도 기본 교육을 받았다. 앞으로 매주 한 시간씩 총 5회의 교육을 더 시켜주겠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다. 그 친구가 추천한 책 ‘현명한 초보 투자자 (야마구치 요헤이 저)’를 구입해서 어제 처음 반 정도 읽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구는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여서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책 내용이 기본 원칙에 충실한 것 같아 사위에게도 한 권 주문해서 보내 주었다. 사위도 요즘 증권과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금융 문맹이라는 단어도 나오고 있고, 최근에는 ‘영끌’이라는 끔찍한 단어가 나올 정도가 되었다. 삶의 방식과 재산 증식의 이유와 방법, 돈에 대한 개념 등이 많이 변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위와 딸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투자의 원칙은 한 가지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증권이나. 어떤 물건이나, 어떤 투자도 원칙은 동일하다. 다만 언제가 싼 시점이고 비싼 시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 매력이자 위험이다. 주식의 주가가 싼 지 비싼지 확인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지금 형성된 A사의 주가는 과연 기업 가치보다 비싼지 싼 지 궁금하다. 기업가치보다 낮게 형성된 주가를 저평가 주식이라고 한다.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기업가치보다 낮게 평가된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으면서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 기업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그 가치에 따른 주가가 높은지 낮은지만 알 수 있다면 초보자가 투자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업 가치 평가 방식에 대한 설명을 해 놓았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가할 때, 책에 나온 내용대로 따라서 해볼 생각이다. 물론 이런 기본 상식을 몰라서 펀드 매니저들이 매 순간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다른 변수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펀드매니저나 투자자들도 정확하게 알 수 없기에 경험과 통계를 바탕으로 매수와 매도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가와 초보자가 투자에 있어서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말하면 너무 무식한 생각일까? 일초 후의 일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초보자와 전문가가 같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워낙 금융 문맹이기에 책을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우선 용어조차 많이 낯설고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책에서는 초보자들을 위한 한 가지 팁을 주고 있다. “주식의 초보자라면 PER은 ‘10배 이하’, PBR은 ‘1배 이하’라는 조건으로 스크리닝을 해 보면 좋을 것이다. 이 조건은 주식투자를 ‘예금’과 비교할 때, 원금 보장에 수익률이 10%라는 의미를 갖는다.” (본문 중에서) 내게는 이 정도 내용만으로도 지금 상태에서는 충분하다. 우리나라의 무료 스크리닝 엔진 두 가지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밸류스타 조건 검색’과 ‘QuantV의 밸류 파인더 검색’이다. 아직 검색 엔진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정보는 나 같은 금융문맹에게 큰 도움이 된다.
“주식 투자의 과거 평균적인 수익률은 역사적으로 보면 대체로 연간 5 - 9% 정도입니다.” (본문 중에서) 이 수치를 주식 매도의 기준으로 적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초보자인 나의 생각이다. 어제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투자를 하는 기업인 Fint와 Fount에 아주 소액을 투자했다. Fint는 1년 후 3- 4%의 기대 수익률이고, Fount는 2년 후 6%의 기대 수익률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두 회사의 기대 수익률이 100년간 주식 연평균 수익률 범위 내에 있다는 점은 두 회사의 수치가 허황된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Fint는 안정 위주로, Fount는 약간의 위험성을 갖고 있는 상품에 투자했다. 추후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안정형과 투자형에 나눠 분산 투자한 것이다. 이 두 회사는 주식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국내외 채권이나 주식, 기타 유동성 자금 전반에 걸쳐 투자한다. 물론 인공지능이 결정하는 통계자료나 기본 근거는 그 기술을 개발한 인간에 의해 입력된 자료이기에, 이 역시 초보자와 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투자란 매수가보다 비싸게 팔아치우는 것이 아니다. 투자란 ‘지금 있는 자산 (현금)’을 보다 ‘가치 있는 자산 (증권, 현금)’으로 교환하는 프로세스이다.” (본문 중에서) 이 문구가 비록 소액에 불과하지만 은행에 돈을 맡기고 살아온 내게 개념의 변화를 만들어 준 중요한 내용이다.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을 투자하고, 고객에게 적은 이자를 보장하고, 5천만 원 범위 내에서 예금자 보호를 해 준다. 주식은 고객이 직접 투자하고 증권사는 중개만 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자문과 조언, 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면서. 굳이 은행이 원금과 이자를 보장한다고 해서 돈을 묻어두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회의가 들면서 생각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주식이나 채권의 경우 투자의 위험성이 있어서 여전히 고민하고 망설이는 점도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런 기본 개념의 변화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얼마 되지 않은 현금을 갖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 자신이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모두 노력을 통해서 번 돈이기에 금액의 크기를 떠나 매우 소중한 돈이다.
한 가지 고민이 생긴다. 전혀 투자를 해 본 경험이 없는 내가 투자를 하고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면서 머릿속에 재테크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어떻게 투자를 하는 것이 좋을까? 주식은 무엇을 매수해야 하나? 이런 재테크에 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서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거나 불편하게 만든다. 명상을 하거나 걸으면서도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별로 좋은 현상이 아니다. 물론 한두 달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안정이 될 것이라 믿고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생각이 뭔가 쫓기듯,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투자와 일상생활,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 볼 부분이다.
<용어 정리>
* PBR (Price Book-value Ratio: 주가 순 자산 비율): 해당 기업의 주가 (시가총액)가 회계상의 청산가치(주주자본)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 주가/1주당 순자산 (BPS)
* PER (Price Earnings Ratio: 주가 수익 비율): 주가와 기업의 수익력을 비교함으로써 주식의 투자가치를 판단할 때에 이용되는 척도. 주가/1주당 순이익 (EPS)
* BPS (Book-value per Share: 1주당 순 자산): 투자 대상 기업의 순 자산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것.
* EPS (Earnings per Share: 1 주당 순이익): 1주당 순이익의 금액. 주주가 1년간에 받을 수 있는 몫 (배당금+유보이익).
* ROE (Return on Equity: 자기 자본 이익률): 주주가 맡긴 돈(자본)을 사용하여 당기에 주주에게 귀속되는 이익을 얼마나 창출했는가, 즉 주주자본의 운용수익률.
당기순이익/순자산(자기 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