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186] 신발 닳은 모양과 치매

걷고 2021. 3. 4. 09:42

날짜와 거리: 20210303  13km  

코스: 불광천 –월드컵공원 – 노을공원 주변길 – 난지천 공원 - 불광천

누적거리: 3,321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오랜만에 걷기 동호회 모임에 나가 길 안내를 하며 걸었다. 약 두 달간 동호회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코로나 영향도 있었지만, 손자가 태어날 시기가 다가와서 신경이 쓰여 모든 외부 모임을 자제하고 있었다. 손자가 태어났고, 딸아이가 산후 조리원에서 퇴원했다. 나와 아내는 앞으로 당분간 주 2회 정도 손녀를 어린이집에서 하원 시키는 일을 할 계획이다. 이제 걷기 동호회 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만나지 못했던 길동무들도 만나 즐겁게 수다고 떨고 싶다. 그간 못 만났던 친구들과도 보고 싶다. 주 1회 정도 친구들을 만나거나 외부 모임을 할 생각이다. 그 이상은 부담이 된다. 홀로 지내는 데 익숙해진 이유도 있지만, 하루에 한 건 이상 약속이 있거나 할 일이 있으면 부담스럽다. 생활이 저절로 단순해지고 있다. 

 

  5인 이하 모임 금지 조치로 동호회에서도 길 안내자 포함해서 네 명으로 인원 제한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어제 길안내를 하는데 참석자들의 걷는 속도가 나보다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간 혼자 걸으면서 천천히 걷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속도가 나보다 빠르고 발걸음이 경쾌해 보였다. 그들은 그간 걷기 동호회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거나 길 안내를 하면서 자신들의 속도를 유지하며 걸었다. 오랜만에 그들과 걸어보니 내 속도가 느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혼자 걸으면 2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어제 기록을 보니 1시간 50분에 걸었다. 그들의 속도를 따라 걷다 보니 저절로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몸은 금방 상황에 적응하고 익숙해진다. 한번 게을러지면 다시 부지런해지기가 쉽지 않고, 한번 걷기가 귀찮아지면 점점 더 걷기가 싫어진다. 속도 역시 마찬가지다. 천천히 걸으면 속도는 저절로 느려지고, 빨리 걸으면 저절로 속도가 빨라진다. 두 달 이상 홀로 걸으며 여유롭게 걷고 싶어서 천천히 걸었더니, 어제 길동무들과 걸으면서 그들의 속도를 따라가기 바빴다. 익숙한 것을 다시 설익게 만드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무조건 빠르게 걷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걷기 동호회에서 길 안내를 하는 사람의 걷는 속도가 너무 느리면 전체 걷기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다. 길 안내자로 걸을 때에는 조금 빠르게, 혼자 걸을 때에는 조금 여유롭게 융통성을 발휘하며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니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신발 닳은 모습을 보면 치매 위험을 알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의학전문 기자가 쓴 글이다. “구두 뒷굽 바깥쪽이 유난히 빨리 거칠게 닳으면 대개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다. 걷기에 편한 낮은 굽을 신거나 운동화 차림이라면 일단 치매와 멀어진 방향이다. 구두 앞쪽에 작은 상처가 많고 헤져 있는 사람은 치매 방향이다. 걸음을 질질 끌며 걷다가 보도블록이나 돌멩이 등에 구두 앞쪽이 까진 결과이다. 걸음이 느릴수록 인지 기능은 떨어져 있다. 인지 기능에 앞서 걸음 속도부터 느려졌다. 통상 걸음 속도가 느린 사람은 빨리 걷는 이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1.5배나 더 높다. 치매 환자는 또한 걸을 대 팔을 잘 흔들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팔   동작이 줄어드는 것은 보행 속도가 느려지는 것보다 더 일찍 나타난다.”

 

 이 기사를 보며 혹시 내가 치매 초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속도가 길동무들보다 느리고 팔은 잘 흔드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앞으로 길을 걸으며 속도를 재보는 것도 재미 삼아 해 볼만한 일이다. 속도의 변화로 노화 증세를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걸을 때 바닥을 쳐다보는 경향이 있어서 몸이 저절로 앞으로 구부러진다고 한다. 우리도 마음이 울적할 때 하늘을 쳐다보기보다 땅을 보고 걷기도 한다. 기사의 내용과 우울증 환자들의 걷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오히려 걷는 자세를 교정해서 걸으면 치매도 예방하고 우울도 예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발뒤꿈치부터 바닥에 먼저 닿도록 걷는다. 그러면 구두 앞쪽에 상처가 거의 나지 않는다. 걷기 전 무릎 스트레칭을 통해서 무릎을 보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평상시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걷는 연습을 통해 인지를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신체기능이 아니다. 뇌의 명령을 받아야 걸을 수 있다. 거꾸로 빨리 걸으면서 뇌의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몸과 마음, 뇌는 모두 상호 연결되어 있다. 한쪽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다른 부위의 기능을 활성화해서 전제적인 균형을 발달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팔도 의식적으로 조금 더 앞뒤로 폭을 넓게 빠르게 흔들며 걸어보자. 팔 흔드는 속도는 걷기 속도와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기분이 우울할 때 땅을 보고 걷지 말고, 하늘을 쳐다보고 걸어보자. 기분이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걷기를 통해 단순한 신체 건강만을 챙기는 것이 아니다. 신체 활동은 뇌와 마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사람들과 만나고 수다를 떨면서 마음속 시름을 잊을 수도 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울리고 움직여라’라는 말이 있다. 사회적인 동물인 우리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딪치고 울고 웃으며 살아간다. 건강한 자극과 긍정적인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이 된다.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 않을수록 점점 더 기능을 상실하게 되어있다. 노화는 막을 수 없겠지만, 꾸준히 몸을 움직이면 진행을 조금 느리게 할 수는 있다. 함께 어울려 살고 움직이기에 가장 좋은 활동이 걷기 동호회 활동이다. 그런 면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는 걷기 마당 식구들은 모두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들이다. 함께 어울리며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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