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저녁 침묵 걷기 06] 간절함과 자발성
장마철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편이다. 우산을 쓰고 빗소리를 들으며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비 오는 날 걷는 것을 싫어하기도 한다. 비 오는 날 비 맞을 준비를 하고 나가면 오히려 비를 기다리기도 한다.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나갔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오히려 실망스럽다. 하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마음도 설레고 기분도 좋아진다. 기다리고 있던 비가 내리는 기쁨 때문이다. 같은 날씨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비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를 피하는 사람도 있다. 비는 자연현상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도 없거니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도 않는다. 자연은 자연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우리가 우리네 방식대로 살아가듯이.
“인생사를 기회로 경험하는지 스트레스로 경험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인생사 자체가 아니다. 사람이 인생사에 반응하는 방식과 태도이다.” (의식혁명, 데이비트 호킨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욕심 때문이다.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하고, 할 수 없는 일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삶의 태도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일을 자신의 방식대로 바꾸려고 시도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시간과 에너지 낭비로 인해 할 수 있는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대인 관계에서도 똑같다.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타인을 변화시키려 한다. 그리고 잘 되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늘은 두 분의 참석자와 함께 걸었다. 한 분은 가입한 지 한 달 정도 된 분인데, 거의 매일 걸으며 한 달 만에 체중을 4kg이나 감량했다고 한다. 축하할 일이다. 걷기 전에는 무기력에 빠져 지내기도 했는데 걸으며 활력을 되찾게 되었다고 한다. 삶의 무기력을 걷기를 통해 활력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오늘 처음 나온 한 분은 의사의 권유로 운동을 하기 위해 걷기에 나오셨다고 한다. 한 달 먼저 나온 분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걷기의 효과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신다. 고맙다. 처음 나온 사람에게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격려의 말씀을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비록 처음 나온 분이지만 잘 걸으신다. 빗속을 한 시간 반 정도 걷는데 한 번도 뒤쳐져서 걷지 않을 정도로 잘 걷고 힘이 있다. 그분도 열심히 걸으며 다음번 의사를 만날 때 의사가 놀랄만한 수치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삶의 변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한 가지는 절실함 또는 간절함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자발성이다. 무기력하든, 의사의 권유든, 아니면 스스로 어딘가 불편함을 느껴서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오늘 참석한 두 분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걷기에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름대로 걸을만한 특별한 이유와 간절함이 갖고 있다. 자신의 삶 전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간절함이 자발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절심함은 실천의 지속성을 유지시켜주고, 지속성은 절실함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 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실함과 자발성은 자신이 원하는 좋은 결실을 만들어 낸다. 나아가 이런 경험은 ‘자기 효능감’을 만들어 준다.
‘자기 효능감’이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뜻한다. 자기 효능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도전은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게 해 주며, 노력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확장시켜준다. 반면 이것이 없는 사람들은 시도 자체를 두려워한다. 따라서 자신의 한계를 모르며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축소시키기도 한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간절함과 자발성이 변화를 만들어 낼 뿐 아니라, 자기 효능감이라는 매우 중요한 선물을 부가적으로 가져다준다.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침묵 걷기’를 시작한다. 비 내리를 소리를 들으며 침묵 속에서 걷는다. 자유로를 달리는 차 소음이 오늘따라 크게 들린다. 그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다시 빗소리를 듣는다. 비가 와서 그런지 발자국 소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 소리를 듣고 다시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종소리 대신 빗소리를 명상의 도구로 활용한다. 일상의 모든 주변 환경이 명상의 대상이고, 몸의 모든 감각이 명상의 대상이다. 생각과 감정과 느낌도 명상의 대상이다. 지금 이 순간의 나와 모든 주변의 상황이 명상의 대상이다. 명상은 일상 속에서 하는 것이다. 걷거나, 뛰거나, 앉아있거나, 눕거나, 무슨 행동을 하든, 어디에 있든 명상을 할 수 있다.
“겯기 명상은 아무런 목적이나 의도 없이 움직이며 수행하는 방법입니다. 마음 챙김 속의 걷기는 단지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호흡을 알아차리며 걷는 것입니다. 심지어 사업상의 약속 이후 다음 약속 사이에도 또는 슈퍼마켓의 주차장에서도 마음 챙김 호흡과 걷기 명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걸음을 천천히 여유 있고, 고요하게 걷습니다. 서두를 필요도 없고, 특별히 갈 곳도 없습니다. 마음 챙김 속의 걷기는 몸과 마음에서 슬픔과 근심을 내보내고 평화가 들어오게 합니다.” (How to Walk, 틱낫한 지음)
세 명이 조용히 메타세쿼이아 길과 희망의 숲길을 걸으며 빗속 걷기를 즐긴다. 조용히 어둠 속을 천천히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메타세쿼이아 숲의 어둠도 걷기 명상에 적합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자동차 소음은 다시 빗소리에 의식을 집중하라는 친절한 안내 방송이다. 소음에 빠지지 않으면 소음이 오히려 공부의 지원군이 된다. 만사가 그렇다. 어떤 환경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아군이 될지 아니면 적군이 될지 결정된다. 선택권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지옥은 심판하는 신이 지워준 조건이라기보다는 사람 자신이 내린 결정의 불가피한 귀결이다.” (의식혁명, 데이비트 호킨스) 저녁 침묵 걷기와 걷기 명상을 통해 하루를 잘 마무리하며 명상의 생활화로 마음속에 늘 천국이 깃들길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