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357]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걷고 2022. 4. 7. 12:01

날짜와 거리: 20220407
코스: n/a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6.479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연금술사>를 다시 읽었다. 예전에 두 번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읽었던 만큼 마음에 와닿았던 적은 없었다. 책을 읽을 때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또한 같은 책도 다른 시각으로 읽으며 자신의 관점을 수정하거나 확장시켜나갈 수 있다. 독서가 간접경험이란 말의 뜻을 이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지간히 어리석고 둔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책,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에서 십우도의 첫 번째 단계인 ‘심우(尋牛)’를 이해하기 위해 <연금술사>를 추천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금술사>는 소설 주인공 여정을 통해 삶의 지혜를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모든 종교를 아우른 종교서적이고 삶의 의미를 찾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는 매우 친절하고 따뜻한 안내서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양치기 소년은 양을 기르며 살아가고 있다. 우연히 만난 선지자의 뜻에 따라 보물이 숨겨진 피라미드를 찾아 나선다. 양치기로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지만, 편안함에 안주하기보다는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젊음과 용기를 갖고 있는 양치기 소년이다. 여행을 하며 첫 번째 만난 사람에게 양을 팔아서 모은 모든 돈을 탈취당한다. 첫 번째 시련이다. 하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 가게에서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현자를 찾아가니 가르침 대신에 기름 두 방울이 담신 찻숟가락을 주며 기름을 흘리지 말고 집 구경하라고 한다. 기름을 흘리지 않으려니 집 구경을 할 수가 없고, 집 구경을 하려니 기름방울을 흘리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피라미드에 도착한 주인공은 보물을 찾기 위해 땅을 파던 중 도둑들을 만나 자신이 갖고 있던 금화를 모두 빼앗기게 된다. 도독은 보물이 있다는 곳을 찾아가서 허탕을 쳤던 자신의 과거 얘기를 하며 그 장소 얘기를 흘리듯 말하며 돌아선다. 그곳은 주인공이 양을 길렀던 잘 아는 곳이다. 주인공은 고향으로 돌아가 도둑이 허탕 쳤던 곳을 찾아가 보물을 찾게 된다.

‘심우’는 눈, 바람, 비를 피할 수 있고 음식이 있는 따뜻한 집이 있고, 익숙한 환경이 존재하는 곳에서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불편한 환경으로 떠나는 여정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면서도 2% 부족한 무엇인가를 느낄 때 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나서는 강한 의지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편안함에서 불편함으로, 익숙한 환경에서 낯선 환경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위험한 환경으로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어려운 환경은 자신의 연약함을 일깨워주고, 모든 상황을 극복해야만 하는 독립심도 키울 수 있다. 인내의 시간도 필요하고 자신과의 싸움도 필요하고, 수많은 유혹과 싸워 이겨야만 여정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 ‘심우’는 아직 설익은 단계이기에 언제든 소 찾는 일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갈증이 사라지지 않기에 다시 떠날 수 있다. 이런 반복된 시행착오를 겪으며 체험했던 모든 경험들이 발판이 되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심우’를 계속해 나갈 수 있다. ‘심우’는 수행에서는 발심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시련인 돈을 모두 읽어버리는 상황에서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지만, 이런저런 일을 하며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즐겨보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참석자들의 공통점이 바로 이것이다. 꿈을 찾은 후에 결코 포기하지 않고 인내와 열정을 갖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은 꿈을 가슴속에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꿈을 ‘자신의 신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본문 중에서) 꿈은 존재의 이유이다. 삶의 목적이고 의미이다.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삶의 의무이다. 어떤 사람은 빵 대신 꿈을 먹고살고, 반면에 어떤 사람은 꿈을 포기하고 빵을 선택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삶의 방향을 결정해 준다. 일단 꿈을 찾게 되면, 설사 그 꿈이 어슴푸레한 것일지라도 그 꿈을 좇게 된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슴푸레한 것들이 점점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자는 주인공에게 가르침 대신에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네주며 기름을 흘리지 말고 집 구경을 하라고 한다. 기름을 흘리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해서 집 구경을 하니 집안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볼 수가 없다. 집 구경에 정신 팔려 있으면 기름 한 방울도 숟가락에 남아있지 않게 된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다.” (본문 중에서) 현자는 말 대신 주인공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황을 겪게 된다. 그 상황에 함몰되어 자신의 꿈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들을 탓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상황 속에 들어가 있지 않는 한 그들에 대한 어떠한 평가나 판단이나 비난을 내려서도 안 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언제든 다시 꿈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 삶 속에 푹 빠져 살더라도 자신의 꿈만은 잊지 말고, 아니면 꿈을 찾아 살아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 꿈이 있는 삶은 죽을 만큼 힘들어도 살아 있는 삶이고 자신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삶이다. 반면 꿈이 없는 삶은 아무리 좋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도 이미 죽은 삶이거나 종이나 하인으로 살아가는 삶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가든 가슴속에 기름 두 방울은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안고 가야만 한다. 기름 두 방울이 바로 삶의 목적이고 존재의 이유이다.

주인공은 보물을 찾아 수많은 상황들을 겪으며 결국 보물이 자신의 원래 삶의 터전에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같은 장소에 같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는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다. 한 바퀴 돌아와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사람이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같은 세상이지만, 이미 다른 세상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함에 따라 세상도 변한다. ‘세상이 변하길 원한다면, 자신이 변하면 된다.’는 말은 진리이자 자연의 섭리이고 삶의 지혜이다.

우리의 삶은 결국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과정이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화’를 찾아야만 한다. 설사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찾지 못하더라고 찾으려는 시도는 포기하면 안 된다. 어쩌면 이미 찾았을 수도 있는데, 자신만이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보물을 손에 들고 보물을 찾아다니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 부과된 삶의 의무, 목적, 의미, 소명을 찾는 일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매 순간이 우리 삶의 안내자이고 표식이다. 그 표식을 찾아가면 저절로 찾아질 것이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신화’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 생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직 이 순간에만 영원하기 때문이오.” (본문 중에서)


<주요 내용 요약>
-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 만물이 한 가지라는 것을 명심하게. 또한 표지가 말하는 것을 잊지 말게. 특히 자기의 시화의 끝까지 멈추지 말고 가야 해. 삶의 모든 것이 다 표지야
-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다.
-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 세상의 만물은 서로 다르게 표현되어 있지만, 실은 오직 하나에 대해 말하고 있다.
- 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 생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직 이 순간에만 영원하기 때문이오.
-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
- 아무도 자기 마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는 없어. 그러니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편이 낫지. 마음이 살아있다는 증거.
-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연금술인 게지
-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 우리가 마음 깊이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마침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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