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342] 선인선과 악인악과 (善因善果 惡因惡果)

걷고 2022. 3. 9. 10:22

날짜와 거리: 20220309

코스: n/a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6.226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대통령 선거일이다. 사전 투표율이 36%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기억나는 것은 마타도어 밖에 없다. TV 토론은 아예 보지도 않았다. 어떤 말들을 주고받을지 그려지기 때문에 실망감만 더 커질 것 같아서이다. 토론 문화가 매우 발달된 미국 대선 TV 토론에서 트럼프와 힐러리의 언행을 보며 실망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누가 당선되든 제발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는 대통령과 정치인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나라 안팎이 뒤숭숭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러시아는 무자비하다. UN의 목적과 명분은 이미 그 의미가 퇴색된 것 같다. 강대국들이 손잡고 금융제재를 통해 침략을 막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제는 명분보다 돈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있는 사람은 세상 위에 군림하고 싶어 한다. 푸틴이 미친 짓을 하는 이유도 자기 위에 아무도 없다는 착각 때문이다. 국민들이 어떤 삶을 살든, 병사들이 어떤 고통을 받든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며 전쟁을 저지르고 있다. 숨긴 돈이 엄청나며, 마누라와 아이들을 외국으로 빼돌렸다는 기사도 읽었다. 전쟁을 저지른 행동과는 사뭇 다른 행동이다. 자신감이 없든, 스스로 잘못을 저지른 일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의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신문지상에서 읽었던 '정신이상'이라는 단어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레고 마을'에 온기를 (조선일보 20220309)

반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무기를 보내 달라’고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하며 국민들과 뭉쳐서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있다. 서방세계에서 피난을 제안해 오는 것도 무시하며 국민들과 함께 싸우고 있다. 피난민들이 힘든 피난살이를 하고 있고, 외국에 머물고 있는 국민들은 싸우기 위해 전쟁터로 자원해서 나가고 있다. 화염에 휩싸인 도시 모습과 폭격으로 인한 시체, 부상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며 가슴이 아프다. 오늘 신문에 실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컴포트 타운(Comfort Town)' 사진을 보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한 사람의 미친 짓이 온 세상을 어둡게 하고 있다.     

 

 강원도의 화재는 한 사람이 던진 담배꽁초에서 비롯되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무심코 던진 담배꽁초의 불이 불씨가 되어 서울 면적의 1/3 이상 되는 삼림이 훼손되었다. 차 안의 재떨이에는 버리기는 싫어서 창밖으로 그냥 던진 것이다. 사소한 이기적인 행동이 수많은 이재민을 만들어냈고, 이재민들은 화재로 사라진 집을 보며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순간적인 이기심의 결과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또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전국의 소방사들과 소방 장비들이 몰리면서 다른 지역에 일시적은 소방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군인들까지 합세해서 진화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한 사람의 아주 사소한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해서 3월 7일 기준으로 7일 평균 228,041명에 달한다. 대선과 맞물린 시점에서 모임 시간제한을 11시까지 연장했다. 정부에서 관리 한계를 느끼며 재택치료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PCR 검사수가 증가하면서 신속항원검사를 한 후에 양성으로 나온 사람들에 한해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매뉴얼도 수정했다. 확진자에 대한 조치도 인원 급증으로 늦어지고 있어서 확진자들은 당황하며 각자 치료 방법 모색하기에 정신없다. 확진자가 사전 투표를 하는 과정에서도 있을 수 없는 촌극도 발생했다. 이미 기표가 되어 있는 투표용지를 받은 사람들도 있었고, 기표한 투표용지를 소쿠리나 페이퍼백에 보관하는 원시적인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도대체 왜,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런 짓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다. ‘K 방역’을 자랑하던 나라가 갑자기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과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을 위한 세상이고, 국민은 그들만의 세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 든다.  선거 유세를 할 때만 허리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이제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어제 책 읽기 모임에 참여해서 좋은 시간을 가졌다. 세상의 상황과 상관없이 이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나름대로 각자 처한 힘든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제 만난 분들은 대부분 편안한 얼굴이었다. 마치고 나오면서 사천교에서 내려 집까지 두 시간 정도 걸어서 왔다. 홍제천과 월드컵 공원에는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날씨는 봄 날씨처럼 푸근했고,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하늘은 청명했다. 자연은 세상사와 관계없이 자연의 모습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 역시 세상사와 관계없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전쟁이 발생하고, 화재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고,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이런 영향권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며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각자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거 외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자신의 삶에 충실할 수도 있고,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고, 가진 재능과 물품을 나누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물론 투표권을 행사해서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투표권을 행사한 것에 대한 책임도 각자 짊어져야 한다. 자유는 책임을 반드시 동반한다. 또한 자신이 행한 언행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떠맡아야만 한다. 아니, 떠맡을 필요가 없다. 원인은 결과를 반드시 동반하기 때문이다. ‘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는 자연의 섭리이자 철칙이다. 푸틴, 정치인, 담배꽁초를 버린 사람과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 즉 우크라이나인, 국민, 담배꽁초를 줍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각자 행한 언행에 대한 결과와 책임은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간다. 이 중요한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빨리 정신 차리길 바란다.    

  

 마음 모아 기도한다.      

    -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 온 세상 사람들이 코로나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 화재로 고통받는 분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하시길

    - 올바른 선택으로 잘 사는 대한민국이 되길

    - 각자 주어진 삶을 수용하며 삶 속에 평화를 누리길 

    - 그리고, 모두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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