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335] 코로나 자가격리 5일 차
날짜와 거리: 20220226
코스: n/a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6.155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코로나 확진 6일 차. 점점 이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아내는 거실에, 나는 안방에 머물며 각자 할 일을 하며 지낸다. 하루 세끼를 챙겨주는 일이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겠지만, 정성스럽게 챙겨주는 마음이 고맙다. 거실에서 또 안방에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무엇을 하는지 물어본다. 아내는 점심으로 떡국을 차려주고 식사를 한 후에 동네 친구와 함께 걸으러 나갔다. “나 때문에 일부러 빨리 들어오거나, 일부러 늦게 들어오지 마.”라고 말하며 잘 다녀오라고 한다. 아내가 나의 상황과 상관없이 편하게 지내길 바랄 뿐이다. 특히나 부부간에는 한 사람이 불편하면, 그 불편함은 그대로 배우자에게 전달된다. 배우자를 편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도 각자 잘 살아야 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해당된다. 부모가 편하게 살아야 자식들이 편안해지고, 자식들이 즐거워야 부모도 즐겁다.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더욱 확실하게 깨달아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한결 가볍다. 인후통도 거의 없고 목이 따갑지도 않다. 가끔 기침이 나고 약간의 가래가 나온다. 목소리도 많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행이다. 어제는 문자로 관리 병원 안내와 긴급연락처가 왔다. 재택치료 건강모니터링 시스템 환자로 등록이 완료되었으니 환자용 앱을 설치 후 매일 2회 건강정보를 측정하여 등록해 달라는 문자와 함께 앱 주소가 왔다. 앱을 깔고 들어가 보니 산소포화도, 심박수, 혈압, 체온 등을 측정하여 등록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측정할 도구가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이후에 재택치료키트 및 생활안내문을 자택으로 전달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한 군데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관련 기관과 협조하여 업무가 분담된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연락은 문자로 오고, 어떤 연락은 카톡으로 온다.
오늘 아침에는 병원에서 간호사가 전화를 했다. 담당 간호사라며 몸 상태를 물어보고 치료 키트를 받았는지 물어본다. 곧 전달받게 되니 매일 2회 측정 후 수치를 등록하라고 하며 자신이 하루에 두 번 확인 전화를 하겠다고 한다. 보건소에서 담당 병원으로, 병원에서 담당 간호사에게로 업무가 이임된 것 같다. 키트 발송 업무는 다른 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관련기관끼리 실시간 업무 내용을 주고받을 수 없기에 확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시간차가 발생하는 것 같다. 시스템은 잘 만들었으나 운영하는 과정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이만큼이나 관리된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와 상관없이 관련 기관과 사람들이 애를 많이 쓰고 있다. 빨리 끝이 나서 과로로 힘들어 방역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주식 관련 서적 내용 중 주요 사항을 아침에 메모했다. 다른 주식 서적을 다시 정독할까 하다가 너무 돈벌이에만 마음이 가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을 바꾸었다. 약 두어 달 정도 주로 주식 서적만 읽었던 것 같다. 사회인이기에 돈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생각과 마음이 온통 돈벌이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더군다나 지금은 집안에서 홀로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이다. TV도 보지 않으니 세상 사 시끄러운 소음에서 벗어나게 되고, 보고 싶지 않은 얼굴들을 보지 않으니 마음도 편하다. 그간 잠시 뒤로 밀어놓았던 참선 서적을 서너 권 찾아서 안방으로 옮겨 놓았다. 침대 아래에 좌복을 가져다 놓았고, 좌복 밑에는 약 3M 정도 길이의 푹신한 발판이 깔려있다. 좌선과 행선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공간이다. 태블릿과 블루투스 스피커도 방 안으로 갖고 왔다. 수행을 할 때는 수행하고, 책을 읽거나 잠시 쉴 때 음악을 듣기 위해서다. 지금도 태블릿은 안방에 있고, 나는 거실에서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아내가 외출한 시간이 유일하게 거실에 나올 수 있는 시간이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몸도 많이 회복되니 이보다 좋은 상팔자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루 종일 안방에서 쉬면서 아내가 준비해 준 음식과 커피, 간식을 먹고 지낸다. 심심하면 음악을 듣거나 좌선과 행선을 하고, 또는 책을 읽는다. 그간 읽고 싶은데 마음이 분주해서 읽지 못한 책을 차분히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모든 모임이 자동적으로 취소되니 홀가분하다. 아마 내가 만나자고 얘기해도 지금은 그들이 기피할 것이다. 조용히 홀가분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쉬면서 정부와 아내에게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휴가를 즐기려 한다. 자가 격리 해지는 28일 24시지만, 며칠 더 여유시간을 갖기 위해 3월 5일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 한다. 앞으로 1주일밖에 안 남았다. 일주일 집중 수행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수행에 집중하고, 참선과 수행 관련 서적을 읽으며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한다. 3월 6일은 둘째 손자 돌잔치를 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연기하기로 했다.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고,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같은 상황도 어떤 시각으로, 또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지인들은 내게 안부 전화를 하며 환자의 목소리가 너무 밝다고 타박을 한다. 내가 아픈 것이 아니고 내 몸이 조금 아픈 것이다. 그것도 내 몸 전체가 아픈 것이 아니고 목이 조금 아픈 것이다. 나와 나의 질병과의 거리두기를 하면 훨씬 병을 대하는 태도가 편안해진다. 암을 적대시하여 배척하거나 죽이려 하지 말고 암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맞는 말이다. 병도 몸의 일부이다. 병을 다루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병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병의 근원인 마음을 다스리는 방편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코로나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고 그 시간을 잘 활용하면, 코로나가 삶의 여유를 찾아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