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323] 책 선물

걷고 2022. 1. 25. 13:49

날짜와 거리: 20220124  4km

코스: 일상 속 걷기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5,960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매주 월요일은 아내와 함께 딸네에 간다. 아내는 음식을 준비해 가고 나는 기사로 아내를 모시고 다닌다. 딸네 들어가면 아내는 싸 온 음식물을 풀고 정리하느라 부엌에서 바쁘게 지내고, 그 사이 나는 큰 손녀와 논다. 딸아이는 둘째 아이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어른 세 명이 어린아이 두 명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큰손녀는 나와 장난을 한다. 많이 친해진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비록 일주일에 한 번 가지만, 그 시간만큼이라도 딸아이가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 딸을 지켜보며 육아가 참  힘든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가 딸을 키울 때 그만큼 힘들었다는 사실을 이제 겨우 알게 되어 많이 미안하다. 오후 네 시경 딸네 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 6시 정도가 된다. 하루를 충만하게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로서의 역할, 할아버지로서의 역할,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냈다는 뿌듯함이 있어 좋다. 집에 돌아오면 손녀와 놀던 기억이 떠오르며 다시 보고 싶어 진다. 어린아이들의 울음, 웃음, 일거수일투족 모두 귀엽고 예쁘다. 다만 딸과 사위가 이 두 아이들을 키워나가는 힘든 과정이 안타깝게 느껴질 뿐이다. 하자만, 그 과정도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고, 가족에 대한 깊고 폭넓은 이해를 하게 될 것이다. 부디 사위, 딸, 두 명의 손주들이 건강하게 지내길 바랄 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먼저 내려서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편안하고 고맙고 좋은 친구들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것이 그다지 편하지만은 않다. 먼저 연락해서 만나고 싶은 친구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홀로 있는 시간도 편안해지고 많이 익숙해져 있다.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만나고 있는 편안한 친구들과 좋은 인연을 잘 이어나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친구들과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이 아니고, 이제는 편안한 사람들과 만나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어제 만난 친구들과의 만남은 늘 기분도 좋아지고 어떤 말을 해도 부연 설명조차 필요 없는 편안한 만남이다. 한 친구가 헤어지면서 “어떤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지면 공허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 모임은 충만한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고맙다. 나 역시 그렇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고맙고 좋은 친구들이다. 

 

 어제 한 친구가 구정 선물이라며 책 두 권을 선물했다. ‘직지 강설’로 상, 하 두 권으로 편집된 책이다. “직지(直旨)는 원래의 이름이 <백운화상 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旨心體要節)>이다. 줄여서 <직지심경(直旨心經>, 또는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旨心體要節)>이라고도 부른다. 고려 말엽 백운 화상은 스승 석옥 선사로부터 손수 쓰신 <불조직지심체요절>이라는 작은 책을 물려받았다. 아마 전법의 신표였을 것이다. (.....) 제자 중 법린 스님이 백운 화상에게 법을 청했다. 백운 화상은 스승 석옥 선사가 물려주신 작은 책 <불조직지심체요절>에다 법어의 정수들을 낱낱이 가려 뽑아 기록하고 다시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 그러므로 직지인심 견성설불(直旨人心見性成佛)의 요긴한 지침서가 되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선불교에 있어서 제일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책 ‘해제’ 중에서)

 

 귀한 선물을 받았다. 이 책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이 떠올랐다. 요즘은 주로 재테크 관련 서적을 읽고 있고, 수개월에 걸쳐 읽고 있는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고 있다. 재테크는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방편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싶다.  친구들과 만나고 걷고 식사할 때 친구들에게 비용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고 편하게 다니고 싶다. 선물해 주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사서 선물해 주고 싶다. 걷기 학교 학생들에게 맛있는 차와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손주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내와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여행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해외 유명 트레킹 코스를 언제든 편안하게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재테크 공부를 하며 조금씩 실전에 임하고 있다. 가끔은 재테크 책을 보면서 과연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도 한다. 재테크 책을 보는 것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필요에 의해서 책을 읽고 있고,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심리적 자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자유, 경제적 자유,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고 싶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이 세 가지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든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이 원하는 삶의 모습에 많이 근접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명상을 하는 이유는 심리적 자유를 얻기 위한 방편이다. ‘걷고의 걷기 학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다. 경제적 자유는 편안한 휴식을 위한 방편이다. 

 

 어제 친구가 선물한 책은 마음공부를 할 때가 왔다는 시절 인연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느껴진다. 시기적절하게 경종을 울려준 것이다. 책은 책의 내용을 떠나 그 책이 내게 오는 그 순간 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가 있다. 모든 것은 시절 인연에 따른다. 사람을 만나거나, 책을 만나거나, 길을 만나거나, 아무리 사소한 일과 상황이 오더라도, 이 역시 시절 인연에 따른 것이다. 시절 인연은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이다. 삶의 중요한 순간에 다가오는 시절 인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도 현명한 삶의 모습이 될 수 있다. 귀한 책 선물을 해 준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어제 만난 친구들과의 귀한 인연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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