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일기

행복한 삶이란?

걷고 2021. 2. 28. 08:36

 ‘서울대 행복 연구소 센터장’인 최인철 교수의 ‘행복’에 관한 강의를 듣게 되었다. 사회심리학 박사인 최교수의 인상이 너무 편안해 보였다. 일반적인 학자의 현학적 분위기와는 다르게 편안한 인상이 마음을 끌었고, 강의하는 내내 웃는 얼굴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편안하고 격의 없는 친구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 행복을 강의하는 사람의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들만이 행복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 자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에 관한 강의와 방향을 안내하는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최교수는 행복에 세 가지의 큰 줄기가 있다고 했다. 바로 ‘누구와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하는가?’이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행복을 위한 조건으로 4F를 만들어냈다. Family (가족), Friends (친구), Fulfilling Activities (의미 실현 행동), 그리고 Frame (사고의 틀)이다.    

 

 ‘가족과 친구’는 관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고 있다. 직장인들은 대부분 ‘일’ 이 힘든 것이 아니고, 같이 근무하고 업무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떤가에 따라 업무 결과가 영향을 받기도 한다. 가정에서도 부부,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들 간에도 갈등이 있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오해와 불편한 감정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족과 친구’ 와의 관계 덕분에 또는 불편한 관계로 인해서 행복해하기도 하고 불행해하기도 한다.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잘 지내는가가 행복의 문을 열기 위한 첫 번째 열쇠가 된다.     

 

 ‘의미 실현 행동’은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을 외치고 추구하면서도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지금 행복하다면 그 모습 그대로 잘 유지하면서 지내고,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 결국 마음과 몸의 습관을 변화시켜야 행복에 다가갈 수가 있다. 그 방편으로 시간관리와 우선순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SNS, TV, 인터넷 등을 하면서 시간과 체력적, 심리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하며, 행복하기 위해서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간 관리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도 습관의 변화를 통해서 이루어 낼 수가 있다.     

 

 이미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다만 그런 방식으로 사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에 불편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건강하기 위해서 건강보조 식품을 먹는 것보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몸을 혹사시키면서 약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몸을 편안하게 하면서 약을 먹지 않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 더욱 좋을 것이다. 뭔가를 더하기보다는, 줄이거나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시킬 수 있다. 행복 역시 같다. 행복하기 위해 뭔가를 추구하기보다는, 불행의 씨앗이 되는 언행을 하지 않음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 종교에서도 ‘착한 일’을 ‘하는 것’ 보다 ‘착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이고 실존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왜 태어났으며 무슨 일이 자신의 소명인지 알게 되면 행복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쥐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삶을 물질주의에 빠져 지내며 삶의 소중함과 소명을 잊고 살아간다. 최교수는 물질주의의 요소로 ‘돈, 외모, 명예, 비교하는 태도’를 얘기했다. 이 요소로부터 조금만 자유로워져도 삶은 훨씬 더 가볍고 편안해진다. ‘소명을 찾는 것’과 ‘비교하는 태도를 버리는 것’은 같은 의미가 될 수도 있다. 태어난 이유를 알고, 소명을 다한다면 굳이 타인의 삶과 비교할 아무런 이유나 명분도 없다. 나무와 풀과 동물은 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나무가 풀을 질투하거나 풀이 동물을 미워하지 않는다. 같은 나무들도 모양이 다르다고 다른 나무들과 비교를 하거나, 자랑하거나, 흉을 보지도 않는다. 그냥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고의 틀’은 요즘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로 ‘마음의 근육’을 뜻한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 운동하면 몸에 근육이 생기듯이, 마음도 어떤 방향으로 쓰느냐에 따라 ‘마음 근육’이 생성된다. 최교수는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덜 갖기’라는 마음 근육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정당한 방법으로 오르고 이룬 사회적인 위치와 경제적 능력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위치와 부를 스스로 비워내지 못하면 ‘위치’와 ‘부’가 주인을 종 부리듯 할 수 있다. 요즘 사회에서 자주 나오는 ‘갑질’이 바로 그 대표적인 모습이다. ‘비워낸다는’ 의미는 모두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늘 마음을 겸손하게 유지하고, 사회에 환원시키고, 자신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이 가난한 자’라는 의미는 ‘마음이 비워진 자’라는 의미이다. 비우기 위해서는 채워야 하고, 채운 후에 비워내야 한다. 이것이 참다운 ‘비움’이다. 이 ‘비움’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비움’을 통해서 우리는 좀 더 사람다울 수 있고,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며, 자신과 다른 존재와의 합일을 이뤄낼 수 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고 ‘빈도’라고 한다. 음식과 대화도 행복의 중요한 요인들이다.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차 한 잔 나누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일상이 행복이다. 잦은 작은 행복이 모여 큰 행복이 되는 것이다. 또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어떤 마음으로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이 행복의 열쇠를 쥐고, 행복의 문을 여는 방법이다. 결국 행복을 위해서는 철학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만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소명은 무엇인가?’ ‘나는 왜 태어났는가?’ 질문을 화두로 삼아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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