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일기

[걷고의 걷기 일기 0282] 기록과 추억

걷고 2021. 10. 7. 17:37

날짜와 거리: 20211007 11km
코스: 불광천 - 매봉산 자락길 - 희망의 숲길 - 하늘 공원
평균 속도: 3.8km/h
누적거리: 5,018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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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매봉산 자락길과 희망의 숲길을 거쳐 하늘 공원에 올랐다. 희망의 숲길은 지날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 이름을 누가 명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탁월한 작명이다. 차분한 길을 걸으며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는 아주 적합한 길이다. 희망의 숲길은 계단을 올라가면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길과 만난다. 이 길도 희망의 숲길이다. 돌계단으로 만들어진 이 길로 올라가면 쉽게 하늘공원에 오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맹꽁이 차를 타고 하늘공원에 오른다. 사람들이 몰리는 날에는 이 차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긴 줄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 사람들을 보며 나는 웃고 지나간다. 나름대로 사정이야 있겠지만, 몸을 직접 쓰며 걷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나는 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들 역시 힘들게 걸어 올라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전혀 힘들지 않고 즐기며 올라가는데, 그들은 힘들다고 생각할 것이다. 서로 보는 입장의 차이가 이런 편견을 만들어 낸다.

오늘은 평일 오후인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여성분들이 친구들과 함께 와서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유를 잘 몰랐다. 하늘공원에 올라서야 많은 사람들이 온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하늘공원에 억새가 한창이다. 매년 억새 축제를 하는데,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축제가 취소되었다. 올해 역시 아무런 행사 없이 지나갈 것이다. 그 이전에는 억새 축제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발 디디기가 힘들 정도였다. 특히 야간 축제는 화려한 조명을 밝히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코로나가 이 축제를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한데 오늘 가 보니 인부들이 억새를 베어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리니까 혹시나 코로나가 확산될까 두려워 미리 원천봉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야외에서 서녀 명의 친구들과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오히려 코로나 우울로부터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모임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죄 없는 억새풀을 베어내고 있다.

집 오는 길에 최근에 자주 연락하는 후배와 전화통화를 했다. 힘든 시기를 잘 견디며 서서히 자기 길을 찾고 있는 친구다. 오랜 기간 발목을 붙잡고 있던 중요한 상황이 예상보다 잘 풀릴 것 같다고 하면서 목소리가 밝다. 좋은 소식을 들으니 나 역시 기분이 좋아진다. 상황을 기다리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많이 돌아보며 변화된 자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할 일을 단순화시킨 점도 그의 뛰어난 판단이다. 주어진 상황을 잘 풀도록 집중하고, 그러기 위해서 심신 단련을 열심히 하고, 그간 소홀했던 가족들에게 사랑과 정성을 쏟는 일이 그가 할 일들이라고 한다. 그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지리산 둘레길 후유증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특별히 바뀔 상황이 없는데도 며칠간 현실에 적응하는데 제법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제 그런 어색함이 사라졌다. 다녀온 후기를 쓰며 다시 한번 그 길을 걷는 재미도 좋다. 메모를 해 놓은 내용을 바탕으로 걸었던 길과 추억을 회상한다. 아주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사진도 도움이 되고, 함께 걸었던 길동무가 보내 준 사진으로 편집한 동영상도 기억을 상기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산만하고 사소한 정보들이 모여 자료를 만들고, 자료를 글로 정리하면 추억을 언제든 되살릴 수 있다. 글 내용에 걸었던 코스의 트랭글 자료와 친구가 보내 준 동영상을 포함시켰다. 누군가가 그 길을 가고 싶을 때 트랭글 트랙을 따라가면 쉽게 갈 수 있다. 열흘 치 후기 중 이제 나흘 치 후기를 끝냈다. 매일 한편 씩 쓰고 있다. 이 작업도 일이다.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고, 이런 기록들이 나중에 걷지 못하게 될 때 내게 웃음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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