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178] 수원 화성 성곽 길
날짜와 거리: 20200219 – 20200220 25km
코스: 봉산, 수원 화성 외
누적거리: 3,247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두 명의 친구들과 수원 화성을 함께 걸었다. 수원역에서 만나 경기도청까지 20여분 정도 걸어서 올라갔고, 도청에서 수원 화성 안내 센터를 지나 성곽 길을 걸었다. 입구에 매표소가 있는데 수원 시민은 무료입장이고, 타 지역 사람들은 1,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지역 주민을 위한 배려하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하겠지만, 외부 손님을 박대하는 야박함이 느껴진다. 오히려 주민들도 화성 보존을 위해 2,000원을 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옛날부터 이북 장사꾼은 개성 사람들이고, 이남 장사꾼은 수원사람이라는 얘기가 있다. 수원 사람들이 장사 수완이 좋다는 얘기다. 나의 고향은 수원인데, 스스로 장사꾼 기질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전해온 얘기는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원 화성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화성 성곽을 한 바퀴 도는 거리가 약 7km로 천천히 걸어도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길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걷기에 아주 편안하다. 성곽 길은 포장되어 있고, 그 바로 옆에 흙 길이 있다. 포장된 길은 돌계단이 많아서 편안한 흙 길을 따라 걸었다. 성곽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성 안이고 왼쪽은 성 밖으로 구분된다. 성 안에는 높은 건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 고도 제한 규정이 있는 것 같다. 반면 성 밖에는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성 안 마을은 마치 분지처럼 조성되어있고, 성곽과 마을 사이에 만들어진 도로 한편은 주차장이 들어서서 차가 일렬종대로 서있다.
성곽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은 우선 눈이 너무 시원할 정도로 시야가 탁 트여있고, 드넓은 잔디와 소나무들로 가득하다. 눈이 많이 내린 다음 날 이 길을 걸으며 환상적인 걷기 코스가 될 것 같다. 중간에 국궁장도 있고, 건물 중에는 화성을 본떠 만든 건물도 눈에 보인다. 성곽 바로 옆에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사람들의 방문이 많은 곳이어서 장사하기에 좋은 장소인 것 같다. 모처럼 따뜻한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걷고 있다. 어린아이가 마스크를 쓰고 부모님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코로나와 미세먼지 등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결과로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고 있다. 미안하다.

성곽 길 중간중간에 초소 같은 누각이 있다. 조심하지 않고 무턱대고 들어가다 문 틀에 머리가 부딪쳤다. 고증을 걸쳐 만들어 놓은 누각이라면, 옛날 사람들의 키가 요즘 사람들에 비해 작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무거운 갑옷과 창, 칼을 들고 전쟁을 치른다는 것은 그들의 완력이 우리보다 훨씬 강했을 것이다. 키는 작고 완력은 세고.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칼의 길이와 몸의 길이가 불일치한다. 작은 키에 큰 칼을 차고 뽑고 할 수가 있을까? 길을 걸으며 괜한 망상만 한다.
성곽을 걸으며 왜 전쟁을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각자 자신의 나라에서 살면서 필요한 물품들은 교역을 하며 살아가면 될 것인데, 왜 전쟁을 할까? 성곽도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건축물이다. 성곽에 전시된 화포를 보았다. 700m 정도 비거리를 갖고 있다고 한다. 성을 만들고, 무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노동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 싸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훈련하고 전사자를 만들어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열정, 시간, 에너지, 비용을 사람들의 복지를 위해 쓸 수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되고, 행복한 백성이 되었을 것이다.
네이버를 통해 전쟁의 이유를 검색해 보았다. 외교적 마찰, 국내 불안을 안정시키기 위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이념 갈등, 국제적 지위 확보 등 여러 이유가 있다고 한다. 교역을 통해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고, 공급받으며 살아가고, 갈등은 대화로 풀어내면 안 될까? 너무 얼빠진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나라 간 전쟁 외에도 국내만 봐도 불필요한 갈등과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탐욕. 남 보다 더 갖고 싶어 하고, 지위를 누리고 싶어 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심이다. 그런 욕심의 결과가 바로 어린아이에게 마스크를 쓰게 만들었다. 세상을 잘 살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그런 것에는 관심이 전혀 없고,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한다. 명분과 실행이 극명하게 다르다.
걸은 후에 친구들과 수원의 명물인 통닭집에 들어갔다. 이 식당은 전혀 코로나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이층으로 된 이 식당은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들어온다. 직원들의 행동이 모두 일체감을 보여준다. 정비가 잘 된 시스템 속에서 마치 시계 톱니바퀴 돌아가듯 움직이고 있다. 음식 맛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장사가 잘 되는 이유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장사를 하면서 쌓인 일관성 있는 모습들이 손님들을 찾아오게 만든다. 음식 맛은 기본이고, 종업원들의 태도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이 일일이 코로나 QR 체크와 체온을 측정하는데 빨리 하면서도 손님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통닭을 자르는 종업원의 태도도 매우 안정적이었다. 아마 그 식당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의 평균 근무 기간은 다른 식당보다 길 것 같다. 좋은 음식 맛, 좋은 서비스, 오랜 기간 근무한 종업원들의 전문성, 손님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태도 등이 오늘의 이 식당을 만들었을 것이다.
술 한잔 하며 2주 후에는 남한산성을 가자고 약속했다. 한 친구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히말라야 트레킹이라고 한다. 언젠가는 같이 갈 날이 올 것이다. 그 이전에 국내 트레킹 코스를 같이 걷자고 했다. 3월 말경에는 강진 가우도를 가자고 했고, 그 이후에는 한라산 둘레길과 지리산 둘레길도 가자고 했다. 좋은 친구들과 같이 걷고, 술 한 잔 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있다. 5인 이하 모임 규정도 지키고, 좋은 공기도 쐬며 건강도 지키고, 활기찬 시간을 보냈다. 이런 힘들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게 만들어 준다.
